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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아직도 가끔은 그립더라. 괜찮다가도 문득 숨통이 막힐 때가 있어.
당신을 닮은 누군가를 본다거나, 이름이 같은 사람을 마주치는 날에는 꼭 오늘처럼 종이를 자꾸만 괴롭히게 돼. 나쁜 기억만 담는 이 아이는 얼마나 괴로울까... 어쩌면 나보다 더 힘들지도 모르지.
이렇게 아무에게도 닿지도 않을 말을 전하면 꼭 눈물이 나. 눈물의 의미는 아무도 모를 텐데.

있잖아,
아주 잘 지내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닌 듯한 순간들뿐이야.
과거의 나는 뭐가 아쉬워서 그렇게 당신과 지내는 모든 순간들에 의미를 부여하며 그 긴긴 시간을 허비했을까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야. 덕분에 현재의 내가 매일 조금씩 깎여 가고 있어.
우리가 처음 만난 날도, 마지막으로 얼굴을 마주한 날도 너무 예전의 기억이지만, 나는 여전히 그곳에 살고 있는 것 같아. 살다가 문득 갑자기 당신이 했던 말들이 내 품으로 떨어질 때가 있어. 그걸 보면 또 후회가 되면서도 차마 후회할 수 없고, 나는 아직도 모든 단어들을 또렷이 기억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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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만났던 날에는 서로의 모습이 너무나도 괜찮아 보였어. 마치 더 이상은 어떤 것도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들처럼, 우리 둘 다 평온해서 아무것도 노력할 필요가 없었어.

그래서인지 당신의 흔적이 재생되기를 바라지는 않아. 이미 내 존재가 흔적의 일부나 마찬가지라서.

아무도 몰래,
아주 느리게 상처가 나.
어느 날 당신이 스스로를 버티지 못해서 나를 찾았던 날에도 기분이 괜찮았어. 스스로가 무서울 만큼 멀쩡했지..., 그 뒤로 당신이 또다시 나를 찾아 주기 전까지는.
완벽하리만치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던 내가, 당신 앞에서 꼭 괜찮은 ‘척’을 하고 있는 것만 같았어. 곧장 이 감정들은 나에게서 처참히 부정당했지만, 그래도. 조금은 괜찮지 않더라, 흔들리기 싫었어.
짧은 순간이지만 당신의 눈빛이, 당신의 숨소리가 작은 유리 파편처럼 나를 마구 찌르는 것만 같았어. 내가 당신과 함께 힘든 것만 같았어.
어느새 이야기가 우울에 절여졌네. 좋은 순간도 모두 색이 바래 버린 지금,
그래서 괜찮지 않은 거겠지.

당신을, 과거의 우리를 원망하지는 않아. 그때는 다 힘들어서 그랬다며 자연스럽게 그 시절을 이해할 수도 있을 거야.
정말 우연히 이렇게라도 내 말들이 당신에게 닿게 되면 말이야, 예전의 우리보다 조금은 편할 수 있겠지?
나를 갉아먹던 모든 악몽을 이곳에 담아 날려 보낼게.
하루가 멀다 하고 쌓인 것들이 책 더미가 된 줄도 모르고 혼자서만 되뇌었어.
도착지가 적혀 있지 않아 여느 집배원이 하얗게 변한 빈 봉투를 보고서 대수롭지 않게 찢어 버릴지도 모르겠지만, 그것 또한 당신과 나 사이에 정해진 운명이 아닐까 생각해.

어쩌면 평생을 사랑했을 당신에게 보내는 마지막 문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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