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전직 천사가 아닐까?

 

다미엘과 카시엘, 두 천사는 베를린의 하늘을 날아다니며 인간들의 일상을 통해 그들의 희로애락과 마음을 치유해 준다. 대부분의 할리우드 영화와 같이 3막 구조와 8개의 시퀀스로 나뉘게 된다.

ⓒ네이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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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미엘이 마리온을 만나고 사랑의 감정을 느꼈을 때, 마리온의 모습이 순간 컬러로 바뀌며 극적 비트인 구성점을 생성한다. 다미엘이 사랑에 빠진 순간 기적처럼 느낀 인간의 감정이 잘 나타났다. 다미엘이 인간의 삶을 살기로 결심하고 온전한 인간으로 변했을 때 또한 하나의 구성점이라 할 수 있다. 다미엘은 인간으로 변하자마자 고통을 느낌에도 불구하고 무한한 존재인 천사일 때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유한한 존재가 되어 느끼고 있다는 사실에 기뻐한다.

다미엘과 카시엘, 다미엘과 콜롬보, 다미엘과 마리온의 대화 장면은 서로를 교차편집하여 수렴 벡터가 발생하고, 아이들과 다미엘이 서커스 무대를 바라보는 모습에서 모두가 한곳을 응시하는 연속 벡터가 발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다미엘이 마리온의 집에서 Z축 상으로 마리온을 향해 다가오는 장면을 통해 사랑에 빠진 다미엘의 모습이 잘 드러났고, 인간이 되어 마리온 눈에 보이고 싶은 욕망과 사랑하고 만지고 안고 싶은 욕망을 표현했다.

또한, 영화 속에서 다미엘과 카시엘이 X축 상에서 왔다 갔다 걷다가 마지막에 둘 사이의 선을 두고 Z축 방향으로 나란히 멀어지는 장면은 서로 아끼는 친구지만, 인간이 되고 싶은 다미엘과 천사로 계속 살고 싶은 카시엘의 생각 차이를 잘 표현한 것 같아 인상 깊게 느껴졌다. 인간 다미엘과 마리온이 하룻밤을 보낸 다음 날, 마리온은 밧줄을 타고 위로 올라가고 다미엘은 밑에서 밧줄을 잡아주며 둘의 모습이 Y축 상에서 직선으로 표현된다. 이를 통해 앞으로도 미래를 함께하겠다는 믿음과 각자였던 둘을 하나로 만드는 사랑의 힘은 정말 위대하다는 알 수 있었다.

 

ⓒ네이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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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 가장 특이했던 것은 천사의 시점은 흑백, 인간의 시점은 컬러로 표현하여 천사와 인간의 세계를 대조하여 나타냈다는 점이다. 다미엘이 인간이 되는 순간 무채색의 단조로운 천사의 삶을 나타내는 흑백은 컬러로 바뀌며 다미엘의 변화와 감격이 화면 밖까지 전달된다. 흑백 자체가 주는 콘트라스트와 그림자의 강조를 통해 이미지를 뚜렷하게 전달함으로써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어둡고 암울한 독일의 현실을 더욱 냉정하게 표현하고, 영화 내용 자체에 주목하게 만들어 천사들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더 가깝게 느껴지도록 하였다.

전직 천사에서 인간이 된 콜롬보의 인사에 다미엘은 콜롬보의 손을 잡으며 인간 세계를 꿈꾸고 있음을 나타냈지만, 같은 상황에서 카시엘은 콜롬보의 인사를 무시하며 인간이 되고 싶지 않음을 표현의 측면에서 보여주며 대조적인 콘트라스트를 적용했다. 지상과 천상, 시간과 영원, 감각과 정신이라는 인간과 천사의 모습을 콘트라스트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영화 속 베를린은 그 당시 전쟁의 흔적이 복구되지 못하고 그대로 남아있다. 감독은 이러한 미장센으로 전쟁의 상처와 비극을 알리고 역사적 성찰을 불러일으키고자 한 것이 아닐까. 마리온의 방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모빌과 야생마의 장식품, 널브러진 옷들과 액세서리, 일본화, 강렬히 대조되는 원색의 미장센은 마리온이 다양한 것에 관심이 많고 자유분방한 성격임을 잘 나타내준다. 천사들은 동상의 어깨 위나 건물의 꼭대기에 앉아 세상을 바라보도록 설정하여 인간은 닿을 수 없는 천사의 이미지를 강조했다.

 

ⓒ다음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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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부분은 인간이 된 다미엘의 의상이 무채색에서 원색으로, 카메라의 앵글도 버드아이뷰에서 아이 앵글로 변화시켜 인간으로서의 감각을 얻게 됨을 표현한 것이다. 세세한 부분까지도 의도를 가지고 설정한 것을 보면서 영화는 단순 여가생활이 아닌 진정한 통합예술이며 '지금'을 느끼기 위해 영원도 버리고 인간이 된 천사의 삶이 바로 나라면, 소중한 나의 하루를 온 힘을 다해 즐겨야겠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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