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도 없는 친구

 추억을 함께 나눌 가족이 있다는 건 참 좋은 것이다.
그중에서도 형제나 자매는 부모님, 친구와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올 때가 많다. 어릴 때는 서로 많이 싸우고 사이가 틀어지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먼 훗날 부모님의 빈자리를 채워줄 유일한 존재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는 3살 터울의 언니가 있다. 언니는 원래 구미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다시 공부에 뜻이 생겨 서울에서 혼자 생활 중인데, 얼마 전 통화를 했을 때 혼자 떨어져 있다 보니 마음고생이 심한 듯했다. 그래서 내가 먼저 잠깐 놀러라도 가자고 제안을 했고, 언니가 원래 살던 구미에서 만나게 됐다. 언니와 함께한 시간은 길지만 단둘이서 타지로 여행을 가는 건 거의 처음이라 조금 떨렸다.

@장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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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남는 게 시간이라 이번 여행은 언니의 스케줄에 맞추기로 했다.

기대로 가득 찬 여행이었지만 시작부터 휘청했다. 12시쯤 도착하는 기차를 예매해 두었는데, 하필 내가 나가야 하는 시간에 아파트 공사를 하는 바람에 엘리베이터를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결국 기존 기차표를 취소하고 그 뒤에 오는 기차를 다시 예매했는데, 제시간에 버스가 오지 않아서 택시를 탔다. 덕분에 하마터면 또 기차표를 취소할 뻔했다. 그다음 시간은 두 시간 뒤였어서 정말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 

아무튼 이런 우여곡절을 뒤로하고 무사히 기차에 올랐다. 생각해 보니 혼자 기차를 타는 것도 처음이어서 괜스레 기분이 이상했다. 늘 친구나 가족이 함께 있었는데, 혼자서 타는 기차도 나쁘지 않았다. 약 30분 정도 달려 구미역에 도착해 언니를 만났다.

@장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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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니가 날 보자마자 미리 코스를 다 짜뒀으니 따라오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우리가 만난 시간이 점심시간이어서 곧바로 식당으로 향했다. 

첫 번째 장소는 칼국수 가게였다. 언니는 정말 맛있으니까 꼭 먹어봐야 한다며 잔뜩 기대해도 좋다고 했다. 언니가 이곳을 꽤 자주 왔는지, 사장님이 우리를 보자마자 오랜만에 오셨다며 아는 체를 해 주시곤 음료수를 서비스로 주셨다. 파전도 바삭하고 해물이 많이 들어 있어서 해물을 좋아하면 정말 맛있게 먹을 것 같았다. 칼국수도 적당히 칼칼하고 맛있었다.

@장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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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은 우리가 구미로 오는 게 결정되자마자 에그타르트 맛집이 있다며 언니가 수백 번도 더 얘기한 곳이다. 에그타르트 말고도 쿠키나 스콘 같은 디저트류가 많았다.

@장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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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그타르트 2개와 먹물 소금 빵을 골랐는데, 에그타르트가 정말 맛있긴 했지만 내 입맛엔 좀 많이 달았다. 내가 단 음식을 못 먹는 편이라 먹물 소금 빵이 훨씬 마음에 들었다.

언니를 본 게 오랜만이었는데도 별로 어색하지 않았다. 그동안 틈틈이 통화를 해서 그런지, 아니면 오랜만이어서 할 이야기가 많았던 건지는 몰라도, 카페에 있는 내내 수다를 떨었다. 특히 언니는 직장인이었지만 다시 학생 신분이 되었기 때문에, 나와 비슷한 상황이라 이래저래 공감대가 더 많이 형성된 기분이었다. 언니와 나의 진로 얘기를 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우리는 나중에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어떻게 살고 있을까. 어느새 언니는 서른을 바라보고 있고, 나도 졸업을 앞두고 있다는 게 실감이 되지 않았던 순간이었다.

@장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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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3시쯤 되니 언니가 갈 곳이 있다며 나를 끌고 나왔다. 여러 옷 가게를 구경하며 도착한 곳은 언니가 매우 좋아하던 단골 칵테일 바였다. 이 시간부터 칵테일 바를 오다니, 나는 좀 어이가 없었지만 언니가 여기를 처음 온 순간부터 나를 데려오고 싶다고 꾸준히 얘기해 왔었기 때문에 별말 없이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오픈하자마자 와서 그런지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사장님께서 드디어 동생을 데려왔냐며 반갑게 맞아 주셨다. 언니는 여기서 오픈 시간부터 마감 시간까지 앉아 있던 적도 있었다고 한다. 사장님이 좋은 건지, 가게가 좋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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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테일 바를 스무 살 때 자주 갔었다가 정말 오랜만에 간 거였는데, 특히 여기는 전통주를 섞은 퓨전 칵테일이 많아 생소했다. 언니와 사장님의 추천을 한참 듣다가 녹차와 우롱차를 섞은 칵테일을 주문했다. 첫맛은 뭔가 일반 녹차에 녹차 아이스크림을 섞어 먹는 듯한 신기한 맛이 났는데, 얼음이 녹으면서 정말 괜찮은 칵테일이 되었다. 

@장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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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일반 칵테일 바가 아니라 보면서 함께 얘기할 수 있는 카드, 컬러링 북, 시집 등 다양한 것들이 많았다. 언니의 생일 기념으로 만난 거라 생일 관련 질문 카드를 보면서 서로 얘기를 했는데, 질문들이 뭔가 다 깊게 생각을 해야만 대답을 할 수 있는 질문이라 생각보다 머리가 많이 아팠다. 가장 아름다웠던 기억, 가장 좋았던 순간 등 하나만 꼽기에는 정말 어려운 질문들이 많았던 것 같다. 카드를 보면서 얘기하다가 또 재미있는 추억이 나오면 그걸로 한참을 이야기하면서 꽤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장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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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으로는 곱창전골을 먹었다. 난 원래 곱창을 잘 못 먹는데도 양념이 엄청 맛있어서 꽤 잘 먹었던 기억이 난다. 여기서도 역시나 사장님이 언니를 알아보시곤 오랜만이라는 인사를 건네주셨다. 나도 덕분에 하루 종일 인사를 하고 다녔다. 저녁을 맛있게 먹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언니와 둘이 떠나는 여행은 처음이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었고 꽤 알찬 하루였던 것 같다. 특히 부모님, 친구와는 다른 느낌의 대화를 많이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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