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첫사랑이 있듯. 내가 첫사랑인 사람도 있겠지.

 

성인이 되고 3년이 지나니, 이제야 조금 첫사랑에 대한 단어가 어떤 의미인지 알아가는 것 같다. 지금에서야 그때의 우리가 첫사랑이었구나 라는 것을 느낀다. 큰 의미 부여를 가지고 있진 않지만.

출처 : ECHO

 

첫사랑; 처음으로 느끼거나 맺은 사랑 혹은 진심으로 사랑했던 첫 상대.

 

나에게 첫사랑의 의미는 전자다. 처음으로 느끼거나 맺은 풋풋한 사랑. 그 친구와 엄청난 사랑을 한 것도. 좋아 죽을 정도로 애정을 쏟은 것도 아니다. 그런 연애를 몇 번 하다 보니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만나야 한다는 것도 알았다.

 

그 친구는 내가 좋다고 했다. 육교 밑 하교하던 친구들 사이에서 고백했고, 친구를 잃기 싫었던 나는 거절했다. 그렇게 얼렁뚱땅 친구로 지내기로 하고 시험 기간이 다가왔다. 자주 가던 집 앞 도서관 자율학습실에서 유독 많이 마주쳤다. 눅눅하게 비가 오던 시험 기간에 굳이 멀리 있는 도서관에 왔던 속마음이 너무나도 훤히 보여 모르는 척하기 급급했다. 시험이 끝나고 며칠 뒤, 두 번째 고백을 했다. 열심히 공부하고, 자랑스러운 성적으로 고백하고 싶다던 포부는 어디 가고 망한 시험지와 안절부절못하던 그 모습으로 고백하는 모습이 좋아 보여 그렇게 하자고 했다.

 

우리는 여느 고등학생처럼 친구 같은 연애를 했다. 학교를 마치고는 학원을 같이 가고, 학원을 마치면 서로의 집을 데려다주겠다며 실랑이하고, 집에 가서는 두 시간을 거뜬히 넘길 정도로 전화했다. 내가 선택했던 문과를 오겠다고 고집부리고, 학원에서 자습하자고 하곤 학교에 별을 보러 가기도 했다. 학생 때만 할 수 있는 풋풋한 사랑을 했다. 시간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우리가 서로의 첫사랑이었다는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출처 : ECHO

 

다른 커플들과 비슷한 이유로 벚꽃이 떨어지고 여름비가 올 때, 우리는 헤어졌다. 지금도 이 계절,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초여름의 공기가 불어올 때면 문득문득 생각난다. 설레었던, 눅눅했던, 미숙했던 그날을. 그때 만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아직도 친구로 남아있을까. 우리 때문에 흩어졌던 친구들과 지금도 잘 지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의 한 부분을 기억해 줄 친구들이 가끔 그립기도 하다. 그리운 부분들이 모여 미화된 첫사랑이 된다.

 

ECHO  49 _ 에디터 지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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