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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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바타로 즐기는 또 다른 세상’, ‘새로운 세상 속으로’ 이 두 개의 문장은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로 주목받고 있는 대표 메타버스 플랫폼들의 캐치프레이즈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 속에서 익숙한 듯하면서도 아직은 낯선, 메타버스란 무엇일까? 메타버스는 초월 혹은 그 이상을 나타내는 뜻을 가진 메타(Meta)와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가 조합된 단어로, 말 그대로 현실을 초월해 만들어진 3차원의 가상의 세계를 의미한다. 언뜻 들으면 가상 현실(VR)이나 증강현실(AR)과 유사해 보이지만, 메타버스의 차별점은 실제 같은 가상 화면을 보여주거나 그곳에서 게임을 즐기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가 현실에서 할 법한 사회, 문화적 활동 및 행동을 나를 본떠 만든 아바타를 통해 가상 세계에서도 현실처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초월 세계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19년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부터다. 호흡기로 전염되는 병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서로를 만나는 것이 어려워졌고 모든 대면 행사가 중지되었다. 사람과의 만남이 단절된 그 허전함의 틈을 타서 들어온 것이 바로 메타버스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멈추어 버린 현실을 대체하는 묘사된 이미지로서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의 가상 세계가 유행하게 된 것이다. 메타버스 속의 모든 장소나 아바타들은 분명 그곳에 존재하지만, 실재하는 것은 아니다.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존재하는 것처럼 만들어 놓은 현실의 복제물, 즉 시뮬라크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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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앞서 언급한 한국의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에서는 실제 대면 행사를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3차원의 가상 세계인 메타버스 내에서 대학 신입생 입학식을 진행한 ‘이 시국 입학식’으로 화제가 되었었다. 또 실재하는 코엑스의 별마당 도서관을 가상 세계에 똑같이 구현해 유명인의 강연 및 토크 콘서트를 열기도 하고, 올해 초에는 실제로는 열리지 않았던 새해 타종 행사 또한 메타버스 내의 가상으로 복제된 보신각에서 실시간으로 진행하기도 했다. 시간을 거듭할수록 다양한 메타버스 플랫폼들이 앞다투어 더 현실감 있는 공간과 아바타 구현, 디지털에 기반을 둔 가상 공간에서 현실의 모든 활동을 가능하게끔 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 위 같은 현상은, 모사할 실재가 없어지면 실재보다 더 실재 같은 하이퍼 리얼리티를 생산하는 시뮬라크르의 특성과 연관 지어 볼 수 있다.
한 가지 더 주목하자면 메타버스 안에서 ‘나’를 나타내는 수단은 내가 만드는 아바타이다. 분명히 아바타는 나를 표현한 이미지에 불과하고 아바타를 조작하는 내가 실체이지만 메타버스 속에서 사람들은 아바타 뒤에 있는 실체로서의 사람에게 주목하기보다는 보이는 이미지인 아바타로 판단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타인에게 보이는 내 아바타를 여러 아이템을 이용해 꾸미는 기능은 메타버스라는 또 다른 가상 세계에서의 내 이미지를 만들고 관리하는 기능으로써 일종의 허상인 쇼윈도를 좇는 것이다.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의 세계라는 말은 현대의 메타버스 시스템을 가장 잘 나타내는 문장이다. 현실과 흡사한 가상 공간이라는 것은 어떤 관점에서는 큰 장점일 수도 있겠지만 현실과 구분된 ‘가상’ 세계임을 인지하고 하나의 신기술로써 이용하는 것이 슬기로운 메타버스 생활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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