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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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은 새로움의 계절이다. 학생들은 한 학기를 잘 마무리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보냈던 길고도 짧은 재정비의 시간을 뒤로한 채, 새로운 신학기를 맞이한다. 또 사계절 중 따뜻하고 무더웠던 봄과 여름의 두 번의 계절을 지나 조금씩 차가워지는 가을과 겨울의 새로운 계절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는 점에서도 9월이 가지는 새로움이 있다. ‘새롭다’라는 형용사가 가진 몇 가지의 정의 중 ‘전과 달리 생생하고 산뜻하게 느껴지는 맛이 있다’라는 뜻처럼 전과는 다른, 새로운 것이 우리에게 주는 생생하고 산뜻한 느낌은 우리를 설레게 한다. 새로운 학기와 계절을 맞이하면 새로운 옷을 사거나, 새로운 향수를 뿌리기도 하고, 하루를 대하는 마음마저 새로워진다. 특히 새로운 물건을 사는 기쁨은 누구라도 느껴본 적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에게 무언가 ‘새로운 것’을 가져다줄 택배를 기다리는 일은 일상에서 손꼽히는 즐거움 중 하나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이 ‘신상’이라는 단어에 열광하며 그 단어가 붙은 상품을 열망하고, 호기심을 가지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매일 같이 보던 동네에 새로운 가게가 생기면 그것이 나와 관련이 있든 없든 간에 무엇이 새로 생겼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동네의 똑같은 거리가 조금은 달라 보이고, 더 좋아 보이기도 한다. 어린아이들이 옛날부터 불러온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라는 노래 가사만 보더라도 신장개업, 새 학기, 새 옷, 새집, 신상, 신간, 신곡 발매와 같은 ‘새로움’만이 줄 수 있는 기쁨은 그 정도가 각자 다르게 느껴질 수는 있겠지만 누구나 느껴본 적 있을 것이라는 믿음만큼은 확실하게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새로움’이 주는 기쁨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옛것이 가지는 의미이다. 새로움을 맞이하기 이전부터 나와 꾸준히 함께한, 옛것만이 갖는 ‘익숙함’의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유명한 이 말은 민족이라는 집단을 대상으로 자주 쓰이는 말이다. 하지만 바꾸어 생각해 보면 개인에게도 저마다의 역사는 존재한다. 즉, 나와 함께한 모든 지난 시간이 나의 역사이자 근간이며 이를테면 어떤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의 초심, 혹은 어릴 적부터 함께한 애착이 있는 물건, 오래된 단골 가게나 소중한 사람들, 그리고 그들과 공유할 수 있는 애틋하고 좋은 추억 등이 나를 이루는 나의 수많은 ‘옛것’들인 셈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고 하듯이 개인에게도 마찬가지다. 새로움에 심취한 나머지 내 주변의 익숙함을 잊으면 안 된다. 긴 타지 생활을 이어오다 오랜만에 마주하는 고향의 정경이 더 정겹게 느껴질 때가 있는 것처럼 새로 사귄 친구와의 대화도 좋지만 가끔은 익숙한 가족의 안부를 묻는 연락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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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 자동차의 타이어를 새로 바꾸니 예전보다 훨씬 차가 잘 나가서 너무 좋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조수석에 타고 있던 나는 ‘역시 새것이 좋다’며 함께 새 타이어를 칭찬하는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그날 저녁에 나눈 대화에서는 각자가 옛날부터 함께한 애착 물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내가 가진 옛것에 대한 애정 어린 대화를 하기도 했다. 이런 대화들로 미루어 보자면, 새로운 것과 옛것이 가지는 각자의 분명한 의미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의 삶이 이 두 가지의 조화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며 새로움을 추구하는 시대에서 언젠가 스치듯 들어본 것 같은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자’라는 구절을 문득 떠올려 본다. 

세간은 4차 산업혁명으로 곧 많은 옛 직업들이 사라지거나 대체되고 새로운 직업이 생길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로 많은 옛 직업들이 사라지고 새로운 직업이 생겨났다. 아무리 예전에 많은 사람이 찾던 가게였더라도 더 좋은 새로운 가게가 생긴다면 사람들의 발걸음은 자연히 새로 생긴 가게로 향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시절 그것들이 가졌던 고유의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나를 이루었던, 혹은 이루고 있는 익숙한 것들의 의미. 새로움의 가치만 추구한다면 익숙함의 가치는 흐려져 갈 수도 있다. 우리에게는 새로움과 익숙함의 조화가 필요하다. 새로움이 주는 즐거움은 9월이 주는 선물 중 하나이니 마음껏 즐기자. 그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앞선 시간을 되짚으며 나를 이루었던 익숙한 옛것들에 관해서도 떠올려 본다면 좋겠다.

 

수업 명: 뉴스와 칼럼 현장에서 필요한 실용 작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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