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잠'에는 수면 중 이상 증세를 보이는 남편 '현수'와 이런 '현수'가 잠을 잘 때마다 죽은 아랫집 할아버지에게 빙의되었다고 생각하는 아내 '수진'이 등장한다. '현수'가 수면 중에 가족들을 점점 더 위협적으로 헤치려고 하자 원래로 되돌리기 위해 해서는 안 될 방법까지 동원해 노력하는 아내 '수진'의 이야기를 다룬 공포, 미스터리 장르의 영화이다.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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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영화를 보는 94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에 총 3장으로 구성을 나눈 점이 나에게 차별화 있게 다가왔다.

잠을 자고 있을 때는 우리 스스로가 어떠한 행동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마치 다른 사람인 듯 행동하는 것에 대한 공포심을 자극하는 소재가 매우 신선하게 느껴졌다. 또한 제일 편안해야 하는 공간인 '집'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이야기여서 더 무섭게 느껴졌고 그만큼 몰입도도 상당해 눈을 돌릴 틈이 없었다.  

 

남편의 이상 증세를 고치기 위해, 가족을 지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아내의 모습이 울컥하기도 하면서 그녀의 행동에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들도 있었다. 남편의 이상 증세를 고치려고 남편이 자는 사이 몰래 등에 부적을 작성하고 집안 전체를 부적으로 가득 채우기도 한 장면들 말이다. 하지만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가족의 안전을 위해서는 못할 일이 없다는 '수진'의 생각에 동의하게 되었다.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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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잠'은 분명 닫힌 결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친구와 내가 생각하는 결말이 달라 '사람마다 이 영화의 결말을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남편 '현수'가 정말 아랫집 할아버지에게 빙의되었다가 아내 '수진'의 부적 덕분에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는 결말과 남편 '현수'가 수면 클리닉을 다니며 완치가 되었으나 아내 '수진'을 안심시켜주기 위해 할아버지를 연기한 결말을 상상해 보았다. 남편 '현수'의 직업이 배우이기 때문에 상상할 수 있는 결말이다. 

약간의 열린 결말로 관객들에게 결코 정답을 주지않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혹시 이 영화를 보게되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만의 결말을 생각해보길 바란다. 

 

아쉬운 부분도 물론 존재한다. 

영화에서 갑자기 무당 이야기가 등장한 것이 의아했다.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넣은 요소인 듯 하나 '잠'이 주는 긴장감을 더욱더 부각시키거나 작품이 주고자 하는 의미를 마지막 부분에 더 힘을 썼더라면 흠집 잡을 곳이 없는 영화가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으로 영화 '잠'은 76회 칸 영화제 비평가 주간 초청작이자 봉준호 감독이 "최근 10년간 본 영화 중 가장 유니크한 공포"라는 혹평까지 남긴 작품이다. 이선균과 정유미의 연기력이 더해진 이 영화를 날씨가 점점 추워지는 요즘, 공포영화가 끌리는 사람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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