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여름 냄새라고 하면 어떤 냄새가 떠오르는가? 사람마다 모두 다를 것이다. 그러나 난 여름 냄새라는 단어를 보면 파랗고 시원한 냄새가 날 것 같다. 그것은 아마 내가 원하는 여름 냄새이겠지. 

내가 살아온 지난여름의 냄새를 기록해 보자. 아빠와 함께했던 주말농장에서 수확한 토마토의 싱그러운 냄새와 그 옆 밭에서 올라오던 고약한 비료의 똥 냄새, 그 냄새를 생각하면 방울토마토를 보며 환하게 웃던 아빠의 모습과 방울토마토 말고 수박을 먹고 싶다고 투덜거리면서도 맛있게 먹던 엄마의 모습이 떠오른다. 주말농장을 하면서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는 뙤약볕에 일하는 게 별로 좋은 기억이라 생각하지 않았는데 지나고 보니 좋은 냄새만 남았다. 내년 주말농장에는 엄마가 원하는 수박을 꼭 길러야지.

윙~윙 울리며 밤잠을 잘 수 없게 하던 모기들을 무찔러 주던 모기향의 알싸한 냄새 그 냄새를 생각하면 친구들과 모기향을 켜놓고 새벽까지 무서운 이야기를 한 추억이 떠오른다. 무서우면서도 웃겼던 서로의 비밀을 이야기하며 울고 베개 싸움을 하며 화내던 이 세상에 우리만 있는 것처럼 놀았던 그 여름날의 모기향 냄새를 떠올리며 추억을 상기할 때마다 친구들이 보고 싶어진다. 이제는 서로 바빠 만나기도 어려워진 상태이지만 친구들도 모기향 냄새를 맡게 된다면 한없이 즐겁게 웃기만 했던 지난여름의 새벽을 기억해 주길 바란다.

무턱대고 바다가 보고 싶어 계획 없이 언니와 함께 첫 차를 타고 부산으로 내려가 해도 뜨지 않은 상태에서 바라본 바다의 짠 냄새, 집에 돌아오기 위해 만석 열차에 몸을 실어 맡았던 사람들의 겨드랑이 냄새 그 냄새를 생각하면 해도 뜨지 않은 바다를 바라보며 나를 향해 행복하라고 외치던 언니의 모습이 떠오른다. 항상 무심하다고 생각했던 언니의 진심을 들은 그날은 인생에 있어 가장 행복한 기억이다. 언니도 나와 같이 행복한 추억과 냄새로 기억될 하루일까? 부디 그랬으면 좋겠다.

출처: 김유림
출처: 김유림

꼬리가 프로펠러처럼 흔들리던 할머니 집 강아지 “꼬뭉”이의 꼬순내 거실에 작은 일을 보고 좋다고 비비던 “꼬뭉”이의 오줌 냄새, 그 냄새를 생각하면 이제는 볼 수 없는 꼬뭉이가 떠오른다. 강아지는 인간보다 후각이 44배 좋다고 하던데 항상 나를 보면 꼬리가 부러질 것처럼 흔들리던 꼬뭉이에게도 나의 냄새가 기억됐을까? 행복한 냄새로 기억되었으면 나에게 꼬뭉이의 냄새는 전부 행복했으니 말이다.

적고 보니 나의 여름 냄새는 파랗지도 시원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다양하고 향기로웠다. 파랗고 시원하지 않은 냄새이면 어떠한가? 내가 살아온 여름의 냄새는 이토록 찬란하고 향기로웠으니 나는 평생을 여름 냄새로 소중한 시간을 기억할 것이다. 나는 나만의 냄새로 여름을 기억할 것이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여름은 어떠한 냄새였는가? 어떠한 냄새로 기억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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