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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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많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부당한 현실을 비판하고 정의를 세우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언제나 대중을 흥분시킨다. 불의를 보고 그냥 넘어가지 않는 등장인물의 모습에 자신을 투영시켜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 이런 작품 속 공정을 외치는 목소리를 현실에서도 자주 듣게 된다. 가상 세계에서만이 아니라 이제 우리가 사는 현실에서도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시대적 가치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공정이라는 단어가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자 언론에서 이를 두고 다각도로 분석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요즘에 발생하는 공정성 논란에 대한 통찰력 있는 분석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흥미롭게도 이 책은 젊은 세대가 가진 공정의 기준에 대한 논의 그 자체보다는 공정이라는 단어를 제대로 이해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오히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모순과 문제점들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 책의 주제어라고 볼 수 있는 공정은 정치권을 비롯해 우리 사회 곳곳에서 흔히 사용하는 단어들 중 하나였다. 그런데 이런 공정이라는 가치를 둘러싼 청년들의 민감한 반응을 두고 언론에서는 유달리 특이하다는 식으로 보도되었다는 점을 저자는 지적한다. 다수 미디어가 확실한 근거 없이 젊은 세대는 공정성에 민감하다는 표현을 기계적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저자의 생각은 확연하게 달랐다. 저자는 오늘날 젊은 세대가 다른 세대와 달리 유별나게 공정이라는 단어에 목매지 않는다는 주장한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옳지 못하고 부당한 행위를 지적해야 하는 상황에서 공정이라는 단어를 쓴 것뿐이라는 이야기이다. 물론 기성세대를 비롯해 젊은 세대에서조차 저자의 이런 주장에 공감이나 동의를 하지 못하는 이들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단 한 가지로 정의 내리기 힘든 공정이라는 단어를 너무 자주 그리고 쉽게 쓰면 오늘날 젊은 세대가 보여주는 분노나 비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경력을 쌓고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는 기성세대와 다르게 청년 세대가 저항 정신과 사회 비판 정신이 투철해 그런 것이라는 선입견에서부터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결국 오늘날 젊은 세대는 단순히 억지를 부리려고 공정을 운운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그 상황이 부당해 보였기 때문에 한 마디를 한 것이다. 저자는 젊은 세대가 가진 이런 사고방식을 바탕으로 최근 이들이 공무원과 중소기업을 원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해 주고 있다. IMF 사태 동안 조기 퇴직을 당한 부모님들을 보고 사회에 나온 청년들 사이에서 공무원은 최고의 희망 직업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런 공무원을 선호하는 취업 준비생의 숫자가 줄어들며 경쟁률 역시 하락하는 추세라고 한다. 과거와 비교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는 많이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현상은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 있다. 이렇게 공무원과 중소기업을 피하려는 궁극적인 이유로 저자가 알려주는 것이 바로 부당함이다. 경직된 조직 내부에서 막중한 업무와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으로 오는 박탈감까지 겹치면서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초반에 그만두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 내부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면 자연스럽게 언론을 거쳐 대외적으로 알려지는 대기업과 다르게 중소기업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일을 하면서 보고 겪는 크고 작은 부당한 상황들을 젊은 세대는 더 이상 참지 않는다는 뜻이다. 따라서 공직 사회와 소규모 기업에서 훌륭한 인재가 유입되지 않는 것을 단순히 저임금 문제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한다. 오늘날 젊은 세대가 일을 하는 과정에서 무엇을 진정으로 바라는가를 세심하게 듣고 변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부하 직원이 용기를 내어 부당하다고 지적한 부분에 대해서 건방지다고 지적하기보다는 상황을 개선하는 태도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뜻이다. 새로운 인력이 보충되지 않고 있는 사람들마저 떠나게 되면 정작 힘들어지는 이들은 남은 구성원들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놀랍게도 이런 젊은 세대가 가지고 있는 부당함에 대한 인식은 현재 국가적 문제로 여겨지고 있는 저출산 문제와 이어지고 있다. OECD 저출산율 1위 국가로서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와 지자체가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이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지방 도시들이 소멸하고 생산 가능 인구가 줄어들어 국가 경제가 무너질 것이라고 언론에서 떠들고 있지만 젊은 세대는 요지부동이다. 그동안 여러 곳에서 결혼과 출산 포기의 중요 요인으로 경제적 상황을 꼽았지만 저자는 부당함을 느끼는 젊은 세대의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TV를 틀면 유명 연예인들이 등장하는 결혼과 육아 예능 프로그램들이 방영되고 있지만 젊은 세대는 그저 즐겁게 시청할 뿐이다. 그 프로그램들을 보며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하는 것이라 TV속 이상적인 모습으로만 느낄 뿐이다. 육아는 매우 힘든 일이라고 전제하고 정책을 내놓는 정부와 관련 기관들의 행보 역시 젊은 세대의 입장에서는 모순적으로 느낄 것이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아무리 정부와 지자체가 선심성 지원 정책을 마련하고, 언론에서 아이를 낳지 않으면 국가가 사라지게 된다는 기사를 내보내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에서 바라보는 결혼과 육아가 자신에게 부당하게 느껴진다면 외부의 회유나 압박은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젊은 세대가 느끼는 이런 모순과 부당함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희망적인 결과를 얻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학독서평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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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서 저자는 보다 구체적으로 오늘날 젊은 세대가 부당함을 적극적으로 호소하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해 주고 있다. 부당함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젊은 세대의 모습을 보고 기성세대 일부는 의아함을 느낀다. 기성세대가 청년으로 살았던 과거보다 지금이 훨씬 더 투명하고 공정한 세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확실히 1970년대 보다 반세기가 흐른 오늘날 한국 사회의 투명성은 높아졌을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그런 투명성을 바라보는 사회 구성원의 인식 역시 올라갔다는 것이다. 특히 스마트폰과 같은 휴대용 IT 기기의 발전과 보급으로 인해 2010년도를 기점으로 한국 사회 구성원들의 부당성 인식 구간이 눈에 띄게 확대된 점을 저자는 지적한다. 단순히 통화와 메시지 전송 기능만 있던 핸드폰과 다르게 스마트폰에는 수많은 기능들이 탑재되어 있다. 다시 말해서, 부당한 상황을 마주친 그 순간에 영상이나 사진을 찍어 타인과 공유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예전에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부당한 일을 기자들이 발로 뛰며 취재했다. 하지만 전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가지 사회 문제들을 기사로 담아내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했다. 그런데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면서 이제 일반인들이 그런 역할을 스스로 담당하고 있다. 직장이나 학교 또는 가정에서 일어나는 부당한 상황을 촬영하고 기록해서 세상에 알리는 것이다. 스마트폰의 보급과 같은 시대적 변화가 젊은 세대가 부당함을 유독 더 느끼게 만든 요인이라는 저자의 주장이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다.

 물론 최신 기술의 스마트폰이 보급되었다는 것만이 오늘날 젊은 세대가 유독 부당함을 잘 느끼는 유일한 이유는 아니다. 요즘 뉴스는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느낄 수 있는 경제 불황 역시 중요한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70% 내외인데,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하지만 정작 취업 시장을 살펴보면, 대학 졸업장이 원하는 직장에 입사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턴, 유학, 자격증, 토익 등 뛰어난 이력과 조건을 갖춘 취업 준비생들이 우리 사회에 넘쳐나지만 정작 취직에 성공하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만큼 힘들다고 한다. 설사 그 바늘구멍을 통과했다고 하더라도 주거 마련이라는 다음 장벽을 마주하게 된다. 좀처럼 오르지 않은 임금만으로는 서울은 물론이고 경기 수도권 지역에서 집 한 채가 마련하기가 어렵다. 그 어느 때보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세상에서 살고 있다고 하지만 정작 취업 전선에 뛰어들고 주거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당사자들의 입장에서는 별로 나아졌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기득권 세력이 보여주는 특혜 논란은 젊은 세대의 분노를 키우는데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자신은 너무나도 어렵게 올라가고 있던 사다리를 누군가는 부모의 재력이나 인맥으로 너무나도 쉽게 올라가는 모습을 봤을 때 느끼게 될 감정에 대해 우리 사회가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시대적 변화에 따른 젊은 세대의 분노와 지적을 이해하고 난 다음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실질적인 해결책을 강구하는 것이다. 이런 젊은 세대의 반응을 그저 배부른 자의 투정이라고 폄하한다면 갈등은 심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가 첫 번째로 제시하는 실용적인 대안은 바로 시스템적인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 예로 든 것이 바로 우리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들 중 하나인 음주운전 처벌이다. 법이 강화된 2019년에는 음주운전 사고가 다소 줄어들었지만 2020년에는 다시 증가했다고 한다. 특히 음주운전 사고의 경우에는 이미 동일 전과를 가진 이들의 재범 비중이 높다고 한다. 법적 제도로도 끝내 해결하기 어려운 이런 영역에서 저자가 제안하는 것이 바로 시스템 강화이다. 아예 운전을 위해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호흡 측정을 의무적으로 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사후 처벌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영역에서 사전 예방을 강화하는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무리 시스템적인 신뢰를 구축한다고 할지라도 법적 신뢰가 계속 무너진다면 우리 사회는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의 근간이자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핵심이 바로 사법제도를 향한 국민의 신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일부 기득권 세력이 아닌 만인에게 평등한 법 집행이 제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책에서 말하고 있다. 사실 이런 주장은 이미 우리 사회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는 목소리이다. 그만큼 우리나라 국민들이 법 집행이 공평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는 증거인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외부에서 부당함을 지적해도 사법기관에서 그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듣지 않는다면 변화는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법을 집행하는 주체들이 사회 정의를 위해 공정하게 그것을 다루고 있는가를 자문해 볼 시간인 것이다. 이외에도 저자는 조직 사회에서의 부당함을 줄이기 위해 수평 문화와 관행 타파 등을 제안하고 있다. 유교 문화가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우리 사회에서 나이를 기준으로 하는 서열 문화는 당연시되어왔다. 과거부터 선배들이 해왔던 일이기 때문에 지금도 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관행 역시 많은 젊은 세대를 힘들게 만드는 원흉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외부의 시선뿐만이 아니라 조직 사회 내부에서도 이런 문화와 관행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앞으로도 이런 움직임이 계속 이어진다면 조직 내부의 부당한 상황들이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한다.

 지금까지 이 책의 저자는 최근 젊은 세대가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부당함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공정이라는 개념과 단어는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곁에 존재했지만 요즘처럼 미디어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거의 매일 등장하지는 않았단 것 같다. 최근에 들어서 이런 공정에 대한 논의 또는 논란이 활발해진 배경에는 기존 세대의 이해 부족 역시 존재한다. 젊은 세대의 열렬한 반응을 제대로 바라봐 주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커지게 된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런 공정함과 부당함에 대한 세대 간의 거리를 좁히는데 많은 도움이 되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 담긴 모든 내용과 주장에 공감하고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이들을 다각도로 이해할 수 있는 여러 실제 사례들과 근거가 소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성세대와 미디어는 청년들을 우리 사회의 기둥이자 미래라고 부르짖지만 정작 현실에서 이들을 대우하는 방식은 그 말과 다르다. 젊은 세대가 공정한 시험대에서 자신들의 꿈을 실행하고 이룰 수 있는 환경이 제대로 조성되었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런 기본적인 문제는 제대로 짚지 않으면서 입사를 했다가 빠르게 퇴직하거나 이직하는 청년 사원들을 끈기가 부족하다고 비난할 수는 없다. 미래의 자녀들이 자신처럼 부당한 대우를 받을 것이 두려워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청년들을 두고 이기적이라고 꾸짖을 자격도 없다. 젊은 세대의 불평불만을 겉으로만 바라보며 비난하기 전에 그 내면에 깃든 복잡한 속성을 들여다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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