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끝난다는 것은 너의 미래이자 나의 과거

<썸머 고스트>는 40분 길이의 짧은 애니메이션 영화로,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아이들이 삶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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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모야, 아오이, 료는 인터넷을 통해 서로를 알게 되고, 자살한 뒤 여름날 불꽃놀이 현장에만 나타난다는 유령 '썸머 고스트(아야네)'를 찾아간다. 아야네는 토모야에게 자신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죽을 결심을 한 사람만이 자신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강압적인 공부에 지친 토모야,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는 아오이, 시한부의 삶을 살아가는 료. 셋은 각자 다른 이유로 삶의 끝에 놓여 있었다. 토모야는 아야네와의 이야기를 통해 그의 사인이 자살이 아니며, 시체를 찾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고 아오이, 료와 함께 아야네의 시체를 찾는다. 셋은 끝없이 갈등하지만 결국 아야네의 시체를 찾아내는 데 성공한다. 그 후 료는 병으로 세상을 떠나지만, 셋은 다시 한번 불꽃놀이를 하며 과거의 추억을 회상한다.

<썸머 고스트>의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매우 고요하고 정적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라는 무거운 주제를 가지고 있지만 어쩐지 그와는 대비되는 따뜻한 색감과 부드러운 그림체로 이루어져 있다. 죽음을 다룬다고 해서 어두운 분위기가 되지도 않는다.  오히려 토모야, 아오이, 료가 아야네의 시체를 찾는 과정에서 셋이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고, 용기를 얻는 모습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 10대의 마지막이라는, 어쩌면 가장 위태로울 시기에 아야네를 통해 자신의 삶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찾아갈 수 있게 됐다.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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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모야, 아오이, 료는 '썸머 고스트'를 찾는다는 명목하에 모였지만, 사실은 셋 다 죽음을 고민하고 있다. 그와 대비되는 색감과 그림체는 이 영화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마냥 우울하지만도 않은, 서로 대화를 통해 조금씩이나마 삶에 대한 위안을 얻고 살아가야 할 용기를 얻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썸머 고스트>라는 영화의 완성도를 더 높여 준다. 그리고 영화의 첫 장면에서 셋이 불꽃놀이를 하며 썸머 고스트를 기다리던 장면과, 마지막에 료의 죽음 이후 료의 영혼과 토모야, 아오이가 만나 지난여름을 회상하는 장면이 연결되어 더 감동을 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다른 영화들보다 많이 짧은 편이기에 부담스럽지 않게 볼 수 있는 시간이지만, 그만큼 짧아서 그런지 주로 아야네와 토모야가 대화하는 걸 중심으로 흘러갔기에 세 명 개개인이 어떤 상황인지, 어떻게 변화했는지 자세히 알 수 없는 게 좀 아쉬웠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깊게 파고들면 지금 같은 감동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40분이라는 시간이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한동안, 그리고 지금도 자살에 대한 뉴스는 종종 나온다. 영화를 보면서 그런 뉴스가 머리를 계속 스쳤다. 그들에게도 조금이라도 더 살아갈 이유를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면 안타까운 죽음을 조금은 줄일 수 있었을까? 

잠시 아무의 방해도 받지 않고 생각에 빠지고 싶다면, <썸머 고스트>를 보면서 당신만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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