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자들의 생존 규칙, 따르거나 떠나거나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포스터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포스터

 '콘크리트 유토피아', 이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땐 기생충을 봤을 때 받았던 충격과 버금가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내가 뛰어난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전공을 공부하며 들은 영상 수업들로 쌓아온 지식이 있었기에 일반 사람들보다는 연출에 대해선 아는 편인데 영화 속 연출이나 영상 기법이 정말 뛰어나고, 메시지 자체가 확실하다고 생각했고, 특히 마지막 대사를 듣고는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이 영화는 대지진이 일어나며 하루아침에 서울이 폐허가 되며 모든 것이 무너지는데 오직 황궁 아파트만은 그대로이다. 그래서 소문을 들은 외부 생존자들이 황궁 아파트로 몰려들자 입주민들은 위협을 느끼기 시작하고, 생존을 위해 하나가 된 그들은 새로운 주민 대표인 '영탁'을 중심으로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막아선 채 아파트 주민만을 위한 새로운 규칙을 만든다. 참고로, '아파트는 주민의 것'은 이 영화의 예고편에도 나오는 대사이자 영화의 키워드이다. 덕분에 지옥 같은 바깥세상과 달리 이곳은 주민들에게 더없이 안전하고 평화로운 유토피아가 된다. 하지만 끝이 없는 생존의 위기 속 그들 사이에서도 예상치 못한 갈등이 시작되며 이야기가 펼쳐진다. 

 영화에도 잠깐 등장하는 배우 엄태구의 친동생이자 잉투기, 가려진 시간 등을 연출한 엄태화가 감독이고, 영화 속 등장인물로는 주민 대표를 맡은 영탁 역의 이병헌, 공무원 출신 수색대 조장 민성 역의 박서준, 민성의 아내이자 간호사 명화 역의 박보영, 아파트 부녀회장 김금애 역의 김선영, 영탁의 옆집 소녀 혜원 역의 박지후, 착한 심성을 가진 거주자 도균 역의 김도윤 등이 나온다. 배우들이 연기를 잘해주고, 특히 이병헌이 연기를 너무 잘해서 몰입이 더 잘 되었다. 영화의 분위기는 다소 어둡고, 일반 재난 영화와 달리 빠른 전개라 블랙코미디, 포스트 아포칼립스, 디스토피아, 스릴러 장르라서 약간 무섭게 느껴지기도 한다. 또, 인간 심리와 사회 현상을 잘 녹여내서 우리나라의 정치를 보여주는 것 같다고 말하는 관객도 있었다. 

 실제로 재난이 일어나면 모든 사람의 계급이 같아진다. 기억에 남는 영화 대사 중 '지금 자가인지 전세인지가 뭐가 중요하냐, 우리 다 같은 상황에 놓여있고, 같은 처지이다'라는 말이었다. 재난이 일어나면 시스템이 무너지고, 시스템이 무너지면 다 같이 무너진다. 재난에는 매뉴얼이 없다. 그래서 극한의 상황 속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고, 생존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나름 규칙을 만들고, 그것에 따르며 살아간다. 그러다 조금이라도 그것이 틀어지거나 문제가 생기면 집단이기주의가 일어나며 서로 싸우게 되고, 결국 모든 것이 사라지는 상황이 오는 것이다. 

 난 평소 재난 영화를 보는 것을 좋아하고, 즐기는 편인데 재난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로는 각각의 인물들에 공감하고, 화도 내고, 슬퍼하며 나는 저런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까를 현실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나도 외부인을 내쫓지 못할 것 같고, 최대한 사람들을 챙기는 방법을 찾을 것 같아서 명화라는 인물에 몰입하면서 봤다. 하지만 반대로 어떤 사람들은 명화를 보고 답답하다, 너무 이상주의자이다, 은근 빌런 같다고 말을 많이 한다는 새로운 사실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영화의 분위기 자체가 너무 무섭고 소름이 돋아서 다시 보고 싶은 영화는 아니지만 뻔하지 않아서 재미있었고, 절대로 잊지 못할 영화라고 느꼈는데, 영화가 재미없다, 별로이다 등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편이라서 사람들의 다양한 감정이 들게 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나는 재난 상황 속 인류애를 실천하며 사람들을 도우며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나 그리고 우리가 가족을 위해서 이기적인 사람이 되어 우리만의 공간을 지킬 것인가이다. 하지만 그 선택지에는 답이 없어서 어떻게든 행동할 수 있으며, 우리는 다 평범한 사람이므로 그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영화를 보며 나는 어느 쪽에 더 가까운가를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영화에서 말한 대로 정답은 없다. 

 

저작권자 © MC (엠씨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