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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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앞으로 내가 살 수 있는 시간이 10년밖에 남지 않았다면, 나는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시간이 허락하는 한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즐기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하지만 못내 아직 하지 못한 것들, 그리고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후회가 남을 것이다. 

남은 인생 10년은 2023년에 개봉한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의 작품으로, 20살이 되던 해 난치병으로 인해 시한부 10년의 삶을 선고받은 ‘마츠리’가 동창회에서 동창생 ‘카즈토’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남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과정을 담은 로맨스 영화다. 고마츠 나나와 사카구치 켄타로가 각각 주연을 맡았고, 영화 홍보를 위한 두 배우의 내한과 더불어 국내에서는 <너의 이름은>, <스즈메의 문단속> 등의 OST로 유명한 RADWIMPS가 OST를 불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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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은데 살 수 없는 여자와 살고 싶지 않지만 살아야 하는 남자. 영화에서는 두 남녀 주인공을 상반된 인물로 그려냈다. 마츠리는 아직 살아서 하고 싶은 것이 많지만 병에 걸려 죽음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반면 카즈토는 현실에 치여 삶에 대한 의욕을 잃었지만, 살아내야만 하는 것이다. 마츠리와 카즈토처럼 이 세상 모두에겐 각자의 사정이 있겠지만, 적어도 확실한 것은 바로 나에게 주어진 ‘오늘’이라는 이 하루가 절대 당연하지 않다는 것이다. 오늘뿐만이 아니라 내가 살아낸 어제도, 그리고 내일 또한 어쩌면 당연하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게는 이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내가 될 수도 있고, 혹은 내 주변에 어떤 이가 될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오늘 하루를 좀 더 충실하게 살아내 보자는 책임감이 생기기도 한다.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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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주인공은 사실상 마츠리이다. 자신에게 남은 시간을 충실히 살아내면서 세상과의 이별을 준비하는 마츠리의 모습, 그리고 주변인들과의 관계 속에서 보여주는 사랑과 우정, 가족애. 이 모든 것은 ‘떠나는 이’의 마지막을 더욱 애달프고 안타깝게 했다. 그렇다면 ‘남겨진 이’는 어떨까? 영화에서는 마츠리의 삶을 중심적으로 그려냈지만, 나는 남겨진 카즈토의 남은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카즈토의 남은 인생이 10년이 될지 20년이 될지는 모르지만, 감히 짐작하자면 사랑하는 이의 죽음, 이별을 겪고 남겨진 이의 삶은 사랑하는 이를 남겨두고 떠나야 했던 그 마음보다 몇 배는 더 슬플 것이다. 죽음은 그 순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남겨진 이의 삶에서 계속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괴로운 순간을 맞이해도 계속되는 삶이라는 무한의 굴레가 더욱 가혹하게 느껴지는 이유이다. 

가끔 하루하루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쳇바퀴 같은 일상이 지루하고 도망치고 싶을 때가 있다. 혹은 아무 의미도 없이 그저 똑같은 하루를 흘려보내며 시간을 낭비하고 있을 수도 있다. 나에게 주어진 ‘인생’이란 한정된 자원과 내 곁의 소중한 사람들을 돌아보게 되는, 짙은 여운이 남는 영화를 보고 싶다면 남은 인생 10년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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