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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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전,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온라인상에서 수없이 복잡한 단계를 거쳤지만 결국 사고 싶은 물건 구매에 실패한 한 사람의 이야기를 보여준 적이 있다. 마지막 결제 단계까지 가지도 못한 그 출연자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로워하는 모습으로 이야기가 끝난다. 지금은 어느 정도 나아졌지만 그 당시 귀찮은 보안 프로그램 다운로드를 비롯한 까다로운 인증 방법을 풍자했던 방송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 최고의 IT 강국이라고 언론에서 수시로 칭송했지만, 온라인 송금이나 쇼핑을 할 때 경험했던 번거로운 저런 상황들은 여전히 우리들 기억 속에 남겨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모바일 금융 시장에 혜성같이 등장한 토스가 많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게 되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했을 것이다. 공인인증서와 보안카드로 대변되던 기존 업계와 대척점에 서서 매우 이용하기 쉽고 간편한 모바일 송금 서비스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기자 출신의 토스 콘텐츠 매니저가 쓴 이 책은 바로 이 토스 앱을 만든 비바리퍼블리카의 유난했던 도전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이 책에 담긴 내용을 끝까지 다 읽고 나면 토스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알 수 있게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들었다.

 이 책은 간편 송금 서비스 토스가 나오기 전인 2011년부터 시작해서 토스가 세상에 나와 성장한 2022까지 약 11년이라는 기간을 다루고 있다. 2011년이 중요한 이유는 토스의 개발사인 비바리퍼블리카를 세운 기업인 이승건이 창업의 길로 들어서기로 마음을 먹은 연도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승건 대표가 가진 독특한 이력에 대해서 여러 언론 보도가 있었기 때문에 은근히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독특한 이력은 바로 서울대학교 치의학과 출신의 치과의사라는 것이었다.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안정된 길을 뒤로하고 전공 분야와 전혀 다른 사업가로 변모하기로 결심한 이승건 대표의 선택에 당연히 수많은 언론들이 주목했을 것이다. 2011년 늦은 가을, 네이버 입사를 앞둔 개발자 이태양을 만나 앱 만들기 프로젝트를 함께 하기로 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완전히 기존의 의사로서의 직업을 버리고 창업의 길로 뛰어든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일주일에 두 번은 치과에 일하러 가면서 회사 운영비를 벌어왔고, 만약에 앱 개발에 실패를 하면 의사라는 길로 돌아가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같은 배를 탄 동료였던 이태양이 다시 의사로 돌아가면 자신은 어떻게 하냐는 질문을 하였고, 그것을 계기로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고 한다. 이승건 대표는 2013년 4월 21일 비바리퍼블리카라는 이름의 법인을 설립하고 파트타임 치과 근무를 그만두었다고 한다. 그야말로 온전히 사업가의 삶으로 살아가기 위한 크나큰 결정이었던 것이다.

 현재 우리는 간편 송금 서비스라는 토스의 눈부신 성공을 바라보고 있지만 이 토스가 세상에 나오기 전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정확하게 알지 모른다. 이용자의 입장에서 결과물이 중요한 것이지 그 결과물이 나오기까지의 고난과 역경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스의 도전사를 다룬 이 책에서는 토스의 성공 과정이나 비결뿐만이 아니라 토스가 나오기 전까지의 뼈아픈 실패의 역사 역시 솔직하게 보여주고 있다. 놀랍게도 지금 우리가 매일 편하게 사용하고 있는 토스는 비바리퍼블리카의 아홉 번째 제품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앞에 여덟 번의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다고 책에서 말하고 있다. 그 첫 번째 실패는 오프라인 만남을 기록하고 친구들과 공유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울라 블라였다.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믿었던 이 서비스는 대중들에게 철저히 외면받았다고 한다. 두 번째 실패는 어떤 문제에 대해서든 의견을 올리고 투표할 수 있는 모바일 앱인 다보트였다. 2년 동안 세 차례에 걸쳐 다른 버전의 앱을 만들었지만 의미 있는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이렇게 연달아 실패를 하고 난 후, 이승건 대표는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는 것이라고 말했던 자신의 가치관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남들이 부러워하는 의사라는 직업마저 버리고 창업을 하게 되었는데, 그 일을 통해 성공할 수 없는 현실과 마주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자신의 꿈과 목표를 믿고 같은 배에 오른 조직 구성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이승건 대표의 깨달음을 통해 토스의 제1원칙인 고객 중심주의가 탄생되었다고 책에서 말하고 있다. 여러 번의 실패 과정을 거치면서 투자비용을 잃고 일부 구성원을 떠나보냈지만 토스의 성공 비결들 중 하나인 고객을 우선으로 하는 원칙이 굳건하게 세워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실패를 통해 무언가 중요한 것을 진심으로 배울 수 있다면 그것은 결코 단순한 실패로 치부할 수 없을 것이라는 교훈을 얻었다. 

 연이은 실패 이후 포기하지 않고 곁에 남아준 팀원들과 함께 머리를 맞댄 끝에 송금과 결제를 마찰 없이 쉽게 할 수 있는 어떤 아이디어가 탄생했다고 한다. 각종 보안 프로그램 설치, 휴대폰 본인인증, 공인인증서 발급과 재발급 과정이 필요가 없는 그야말로 혁신적인 간편 송금 서비스였다. 스파이크, 블링크, 트러스트와 같은 후보군들 중에서 공을 가볍게 던진다는 뜻을 품은 토스라는 이름이 최종적으로 뽑혔다. 2014년 3월에 시작한 이 간편 송금 오픈 베타서비스는 가입자가 매주 8%씩 증가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고 한다. 4월 중순이 되자 가입자 수가 5000명을 넘어섰고, 그 해 연말에 무려 30만 명 이상의 가입자 수를 기대해 볼 수 있는 속도였다. 하지만 이런 기쁨도 잠시, 4월 21일에 간편 송금이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정부 기관에 의해 막혀버렸다고 한다. 이전 실패의 경험들과 결정적으로 달랐던 한 가지는 바로 갑작스럽게 등장한 이 난관을 해결하기 위해 모두가 포기하지 않고 달려들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정부 규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그렇게 되기 위해 토스가 어떤 조건을 갖추면 되는 것인가를 고민했다는 뜻이다. 해가 바뀐 2015년에도 어떤 은행의 펌뱅킹 망을 뚫지 못해 서비스 오픈을 하지 못하고 있었던 토스 팀에게 외부 환경 변화가 유리하게 적용하였다. 바로 해외 핀테크 산업이 눈부신 성장을 거두면서 당시 우리나라 정부 역시 이런 흐름을 주목하게 된 것이다. 2015년 1월 청와대에서 열린 정부 업무보고에 핀테크 스타트업 대표로 초대된 이승건 대표가 기존 금융기관의 협조를 요청하자 불가능이 가능으로 바뀌게 되었다고 한다. 2015년 2월 23일 토스 서비스가 정식 출시되었고, 2022년 6월 기준으로 토스의 월간 활성화 이용자 수, 즉 MAU가 1427만 명을 기록하며 금융 플랫폼 부분 1위를 달성했다고 한다.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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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칠전팔기의 도전 끝에 성공적인 서비스를 시장에 내놓은 기업이지만 여전히 그 기간 동안 여러 가지 위기 상황을 겪었다고 한다. 영어 실력이 부족해 해외 투자 유치에 실패하고 나서 카페에 앉아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 토스 대부라는 소액대출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오해를 받아 회원들이 대거 탈퇴하는 난감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 사용자 수 증가세를 회사 서버와 데이터베이스 등이 따라가지 못해 대규모 송금 장애가 벌어지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실패와 위기의 상황들을 이 책의 저자는 굳이 감추지 않고 담담하게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이런 험난한 과정들 역시 토스 팀이 지금까지 해온 여정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신문사 경제부 기자로 일했던 저자가 2020년 토스 팀에 합류하고 나서 보고 듣고 겪은 과정들을 엮은 이 책의 제목이 유난한 도전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유난하다는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언행이나 상태가 보통과 아주 다르다는 문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토스를 시작하기 이전부터 이 팀에게는 유난히도 많은 도전들이 수시로 찾아왔다. 그리고 그 도전들로부터 도망치지 않고 연구와 고민을 통해 해결 방안을 찾았다. 이런 치열한 시간과 노력이 쌓이고 싸여 토스라는 혁신적인 서비스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에 이승건 대표가 팀원들과 시도한 첫 번째 도전인 울라 블라의 실패를 끝으로 앱 개발 사업을 중단했다거나 정부의 규제로 셧다운 되면서 토스 서비스 개시를 포기했다면 금융 시장에서의 놀라운 혁신을 마주하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기존 시장에 의문을 제기하고 대중들 사이에 잠재되어 있는 새로운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는 토스 팀의 유난한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서문에서 저자는 이 책이 성공적인 창업 지침서나 핀테크 경영서가 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스 팀원이 아닌 외부의 누군가가 이 책을 읽는다면 무언가 중요한 몇 가지를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는 2022년 기준으로 정리된 토스 팀의 핵심가치들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총 8가지 핵심 가치들 중에서도 유독 인상에 남았던 것이 바로 빨리 실패할 용기를 가지라는 것이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누구나 실패를 두려워하고 가능하다면 실패를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마음 때문에 어려운 도전을 회피한다면 실패뿐만이 아니라 성공 역시 이루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토스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이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여기며 누구보다 빨리 실패한 다음에 그것으로부터 무언가를 배우기를 원하고 있다. 이런 핵심가치는 토스 팀뿐만이 아니라 크고 작은 조직 모두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기대를 뛰어넘는 수준을 추구하고, 하면 좋을 10가지 일보다 임팩트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한 가지에 집중하라는 핵심 가치 역시 오늘날 토스의 성공을 만들어낸 비결이자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토스 팀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자 강점은 바로 수평적인 조직 문화라고 생각한다. 최근 직장인 소셜 플랫폼 블라인드가 발표한 재직자 행복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토스의 개발사 비바리퍼블리카가 쟁쟁한 기업들을 제치고 3위에 올랐다고 한다. 더 좋은 성과를 내겠다는 의욕과 열정이 넘치는 조직 구성원들이 실제로 그 역량을 다 펼칠 수 있도록 조성된 기업 환경이 결정적인 역할을 해주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재직 기간이나 공헌도와 상관없이 다양한 의견을 표출할 수 있고, 상대방의 의견이나 지적을 겸허하게 수용할 수 있는 이런 분위기는 다른 조직에게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과거 최고 경영자나 고위 임원들 중심으로 돌아가는 경직된 조직 문화를 여전히 강조하고 있는 기업과 경영인들이 본받아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우리에게 제공해 준 토스의 도전과 성장 과정들이 이 책 한 권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사실 서비스를 이용하고는 있지만 그 서비스를 만든 조직에 대한 깊은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이 책으로부터 과연 무엇을 배우고 얻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첫 장을 펼치기 전까지 떨쳐버릴 수 없었다. 하지만 꿈의 크기가 겨우 비싼 외제차 정도인 사람으로 머무는 것이 두려워 창업에 도전하게 되었다는 이승건 대표의 10여 년 전 선택을 시작으로 증권, 은행, 결제, 보험을 결합한 슈퍼 앱으로 자리 잡은 토스의 대대적인 성공 이야기까지 생각보다 지루하지 않게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오늘날 토스가 성공을 거두기까지 수많은 실패와 도전이 존재했다는 것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가치가 충분했다. 무엇보다 토스 팀의 실패와 도전은 앞으로도 꾸준히 계속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였다. 이들은 실패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통해 무언가를 배우고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누구는 헛된 꿈이나 순진한 목표라고 무시했지만 이승건 대표와 토스 팀은 결코 망설이거나 주저하지 않았다. 토스의 성공은 국내 스타트 업을 준비하는 이들뿐만이 아니라 인생에서 크고 작은 도전을 마주하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꽤 믿을 수 있는 롤 모델이자 작은 희망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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