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릿한 세상, 진실을 그리는 화가

작가 미상은 독일 미술가인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생을 담고 있는 영화다. 실존 인물의 생애와 호기심을 자극하는 허구적인 부분까지 추가되어 몰입감이 더욱 높다. 영화의 배경은 나치당 치하 시기의 막바지, 제2차 세계대전의 끝 무렵에 이르렀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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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시대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주변적인 것들은 모두 제거하려는 모습이 강하게 느껴졌다. 현대에 와서는 중심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들을 다시금 부활시키기 위해 예술가들이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와 다르다고 해서 무조건 배척할 것이 아니라 그들도 하나의 인격체로서 그 시대에 광인이라 불렸던 사람들조차도 다시 봐야 한다는 생각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

자유로운 작품을 만들고 싶었던 쿠르트는 사회주의 리얼리즘만을 취급하는 예술 학교를 벗어나 서독으로 탈출하여 그곳에서 현대미술을 접하고 꿈을 펼치게 된다. 

서독의 학생들은 자신의 자유를 펼치며 새로움에 도전하고 있었다. 지금 봐도 난해하다고 느껴지는 실험과 방법을 사용해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고 주장하던 모습이 대단해 보였고 기억에 오래 남아있다. 영화 속 모습처럼 과거에 다양한 예술가들의 노력과 실험정신이 있었기에 현재의 우리가 마음껏 의사를 표현하고 다양한 현대미술 작품을 즐길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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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을 우연히 보던 쿠르트는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기 위한 깨달음을 얻는다. 가장 개인적인 것으로 가장 창의적인 것을 만든다는 말이 있듯이, 쿠르트 역시 자신이 겪은 경험에서 의문을 가지고 진실한 의미를 찾는 과정을 그의 사진을 통해서 거치게 된 것 같다.

쿠르트는 사진이 가진 진실에 초점을 두었다. 인간의 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미화되고 왜곡되어 사라지기 쉽지만, 사진이라는 기록은 인간의 주관적인 생각을 모두 배제하여 평등한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힘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쿠르트 역시 이러한 점에서 사진이라는 매체를 사용한 것이라 본다.

유명해진 쿠르트는 작품 인터뷰에서 작품의 제목을 작가 미상이라고 말한다. 처음에는 단순히 자신의 과거라 말하는 것이 싫고 부끄러워 이러한 제목을 붙였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쿠르트가 작품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명확하게 정해버리면 작품을 보는 관객은 한정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다양한 해석의 기회를 놓칠 수 있기에 이러한 결정을 한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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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에 의해서 중요한 것만 강조하다 보면 강조하지 않은 것은 은폐된다. 똑똑하고 특별한 사람들만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시대에서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은폐된 존재가 되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에겐 이미 그렇게 세상을 보도록 훈련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러한 시각의 위상을 전복시키기 위해 자신의 주장을 펼치며 시대에 반항하고 도전하는 예술가들의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아름다움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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