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교훈적일 필요는 없다

ⓒ네이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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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생각나는 영화가 있다. 나에겐 펄프 픽션이 그중 하나다. 여러 장르와 자극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어서일까?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영화라고 생각했다. 다른 영화처럼 하나하나 무언의 의미가 담겨있는 영화일 거라고. 하지만 이 영화는 내 생각을 뒤집는다. 작년에 알게 된 단어가 있다. ‘맥거핀’. 영화에서 중요한 것처럼 등장하지만 실제로는 줄거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극적 장치를 뜻한다고 한다. 펄프 픽션은 모든 장면이 맥거핀으로 이루어져 있다. 중요해 보이지만 사실 영화 내용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영화의 순서가 중요한 다른 영화들과는 다르게 여러 스토리라인이 각자의 타임라인으로 구성을 이룬다. 처음 맛보는 영화 구성은 나를 새로운 영화의 세계로 데려다주었다.

 

펄프 픽션은 로스앤젤레스 범죄 지하 세계에서 서로 연결된 이야기이다. 처음 시작 장면은 다이너에서 두 남녀가 손님을 강탈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또 다른 곳에서는 빈센트와 주스는 갱의 두목 마르셀러스의 금가방을 찾기 위해 갱단을 살해하는 중이다. 그리고 또 다른 곳에서는 마르셀러스 밑에서 일하는 가짜 복서 버치가 조직을 배신하지만 집에 아버지 유산인 시계를 두고 온 사실을 깨닫고 다시 돌아가고 있다. 이렇듯이 영화의 타임라인이 뒤죽박죽이고 등장인물들은 모두 각자의 역할을 맡고 있으며 하나의 스토리로 이어지게 된다. 이 영화에서 줄거리는 의미가 없다.

 

 

ⓒi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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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 뒤엉킨 시간 순서는 무엇을 의미할까? 펄프 픽션의 뜻은 1. 연하고 흐물흐물한 물질 2. 야하고 섬뜩한 주제를 다룬 잡지 또는 책이다. 즉 영화는 싸구려 잡지에서 소개되는 귀퉁이의 소설을 영상화했다고 말하고 있다. 영화에서 자극적인 내용으로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그것을 쭉 읽어내려가다 보면 우리는 이야기의 흐름에 편승해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이 교훈과 감동적인 스토리를 주는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그 당시 기존의 영화의 틀을 비틀고 있다. 누가 주인공일지 모르는 수많은 등장인물들과 그 등장인물들의 미묘한 인과관계가 만들어내는 어이없는 사건들이 나오는 독창적임이 탄생한 것이다.

 

 

ⓒi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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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나를 쿠엔틴 타란티노의 팬으로 만들어주었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장점은 남들이 만든 영화면 십분짜리를 길게도 늘여놨다고 지루해 할 이야기를 한 시간 반 동안 흥미진진하게 이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남는 것은 없다. 하지만 재밌다. 과감함, 예측불허함은 러닝타임 내내 나를 긴장시킨다. 제멋대로에 뒤죽박죽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속엔 그들만의 규칙이 존재한다. 태양의 빛을 조명으로 아름다운 색감의 향연인 강렬하고 자극적인 영화 펄프 픽션은 한 여름의 무더위 속 작은 오아시스 같은 영화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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