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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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즘 대학생의 고달픔 

 누구나 그들의 20대를 떠올려보면 그들의 청춘이 제일 아프고 힘들었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1990년대 말 IMF 사태에 대학을 다녔던 사람들, 2008년 금융 위기 때 대학을 다녔던 사람들은 그들이 대학을 다녔던 시절이 최고로 힘들었노라고, 소위 말하는 ‘불행 배틀’을 한다. 기성세대가 대학생이던 시절도 분명 고난과 역경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요즘 청년들이 직면해 있는 상황과는 사뭇 다르다고 생각한다. 오늘날의 청년들은 만성적인 저성장과 불황, 점점 고착화되고 있는 양극화의 시대에 살고 있다. 과거에는 아무리 힘든 시대, 절망적인 상황이어도 내가 열심히 노력하면 이것을 극복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요즘 청년들은 그런 희망을 갖기 어렵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은 다양한 사회적 지표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만성적으로 높은 실업률, 부동산 가격도 오르고 물가도 오르는데 제자리걸음 중인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임금,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학력과 직업, 소득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현실은 청년들을 좌절하게 만든다. 청년들의 좌절과 절망은 우리나라의 낮은 혼인율과 출산율, 늦어지는 첫 취업 연령, 높은 공무원 응시율 따위로 나타난다. 요즘 청년들이 단연 과거의 청년들에 비해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과거에는 아무리 상황이 어려워도 희망을 가질 수 있었지만, 오늘날의 청년들은 그럴 수 없다는 점이다. 만성적인 불확실성의 시대이다. 요즘 청년들은 내가 10년 후, 20년 후는 고사하고 당장 내년에 내가 뭘 하고 있을지, 무엇을 해야 할지도 판단하기 어렵다. 코로나 사태 3년 동안 기업들은 사실상 채용을 전면 중단했었다. 이 말은 곧 3개 학번의 졸업생들이 대학을 졸업해도 어차피 취업을 할 수 없었다는 의미이다. 코로나 사태가 언제 종식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청년들은 언제 다시 재개될지 모르는 기업의 채용 공고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최근 들어서 기업들은 공개채용을 없애고 수시채용으로 전환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어도 요즘 청년들은 나를 뽑아줄 기업이 언제 나를 필요로 할 것인지, 그래서 내가 채용 시험에 응시할 것인지를 예측하기 어렵다. 무한정으로 기다릴 수밖에 없다.  

 

<2> 지방대 고사 위기 

 이러한 시대의 어려움은 전국의 모든 대학생들이 직면해 있는, 공통된 어려움이다. 그렇지만 이 어려움은 지방대학교의 학생들에게는 훨씬 더 가혹하다. ‘지방대 고사 위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지는 꽤 오래됐다. 그런데 요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학령 인구가 줄어들면서 대학 입시 경쟁률이 하락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대학을 선호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지방대학들은 신입생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신입생을 받지 못하면 대학은 재정난을 겪게 된다. 2022년에 지방대 중에 그나마 인기가 높은 국립대들도 정원 미달로 추가 모집을 실시했다. 경북대, 부산대, 충남대 등이 미달 사태를 면치 못했다. 학생들이 지방대학을 기피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지방대학을 나와서는 좋은 회사에 취업을 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좋은 회사들, 소위 말하는 대기업이나 IT 기업들은 수도권에 밀집해 있다. 그리고 이들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은 대부분 수도권 대학 출신이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회사에 가려면 좋은 대학, 최소한 수도권 소재 대학을 나와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지방대학을 나와서는 좋은 기업에 취직하지 못하게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은 단순한 선입견이 아니다. 실제로 그렇다. 지방대를 졸업해서 대기업에 입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이고 설령 대기업에 들어간다고 해도 적응하고 살아남기 어렵다. 대부분의 직원들이 수도권 대학 출신이기 때문에 이들 사이에 연대감과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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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지방대 졸업생으로 살아가기 

 웹툰의 제목인 ‘복학왕’은 지방 사립대 패션학과 학생인 우기명이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해 대학을 다니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만화에는 지방대학교의 캠퍼스 풍경이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다. 그리고 이 작품에는 우기명이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 공장에서 일하는 내용도 나온다. 실로 지방대학을 졸업한 여느 학생들의 이야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 

 <복학왕의 사회학>에서는 지방대를 졸업한 사람들이 실제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대부분은 ‘나름대로’ 잘 살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에게서는 한 가지의 공통점이 보인다. 이들이 현재의 삶에 만족하고 살고 있든 그렇지 않든 이들은 그들이 지방대를 나온 것 자체에는 만족하지 않는다. 책에서는 지방대를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에 만족하고 살고 있다고 말하는 이들은 일종의 자기합리화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지방대 재학생들은 대학을 어렵게 ‘뚫고 들어갔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실제로 그렇다. 요즘에는 더더욱 지방대, 그중에서도 특히 지방 사립대는 늘 정원 미달이기 때문에 원서를 내고 등록금만 내면 누구나 갈 수 있는 학교가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을 입학하는 과정에서 보람이나 성취감을 느껴 본 사람이 드물다. 그리고 대학에 입학할 때부터 이들이 큰 보람과 성취감을 느끼지 못했던 기억은 그들의 대학 생활 전반에 걸쳐서 큰 성취감을 느끼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한다.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했을 때 맛볼 수 있다는 그 성취감과 희열을 지방대 학생들은 느껴본 적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을 경험하기 위해서 치열하게 노력하지 않는다. 지방대 학생들에게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자만이 느낄 수 있는 그 어떤 감정을 느낄 기회 자체가 주어지지 않는다. 흔히 지방대 학생들을 ‘우물 안 개구리’에 비유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수도권, 특히 서울과 비교하면 지방은 우물에 불과하다. 지방의 청년들이 누릴 수 있는 문화생활은 한정되어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되어 버렸다.

 

<4> 그래서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건 무엇인가 

 베버는 문화 인간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문화 인간은 자신이 믿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을 가지고 현실에서 자신의 가치 이념과 연관된 선택을 하는 사람이다. 문화 인간은 자신의 가치 이념에 연관되는 것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관점과 신념을 가진다. 그리고 이것을 현실 세계에 투영해서 자기의 현실을 만들어 간다. 오늘날 많은 기성세대들이 청년들을 속물이고 이기적이며 영악하다고 이야기한다. 요즘 청년들은 진짜 그러한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오늘날 청년들은 꿈과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보다 생존 자체가 곧 삶의 목적이 되어 버렸다. 생존이 곧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실천에 옮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며, 이것이 이기적이고 영악하고 속물적으로 보이는 것이다. 오히려 요즘 청년들의 행태는 제법 문화 인간스럽다.  지방대 학생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의 생각이 협소하고 시야가 좁은 것은 그들이 어린 시절부터 부모로부터, 이웃들로부터, 학교의 선생님으로부터 주입받아 온 평온과 안락이 그들의 가치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는 것이 옳다고 배웠기 때문에, 그것이 당연한 것이고 바람직한 것이라고 배웠기 때문에 그것을 추구하고 살아가는 것이다. 

 이 책의 결론은 그래서 무엇인가. 사실상 결론은 없다고 할 수 있다. 그저 이야기를 해 보자는 것이다. 지방대 학생이라는 우리 사회의 소수자들이, 입학할 때부터 패배자로 낙인이 찍힌 자들이 왜 지방대 학생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그들은 과연 스무 살, 대학생이 되는 순간부터 이 사회의 루저이고 평생 그렇게 살아야 할 운명인 것인지에 대해 실제 지방대 재학생들과 졸업생들의 경험을 들어 이야기를 해 보자는 것이다. 그동안은 우리 사회에서 그만큼 지방대 학생들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이야기하는 사람조차 없었으므로 말이다. 뉴스도 지방에서 일어나는 사건보다 수도권에서 일어난 사건들이 포털 사이트 메인으로 대부분 자리 잡는다. 이와 같은 여러 가지 사례들로 미루어보아, 우리는 이러한 주제의 이야기를 결코 피해서 만은 안 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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