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정보 질서와 담론 질서, 미국의 패권 형성과 HRRI 보고서, 한미관계를 다루었다. 순진하게도, 6.25 전쟁을 다른 시선에서 바라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냉전이라든지 6.25 전쟁이라든지 하는 모든 역사적 배경들이 낱개의 서로 독립된 사건들로 생각했었다. 미국이 조사나 실험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것 역시 글을 읽으며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HRRI 한국 연구팀이 알고 싶었던 것과 알아낸 것이 독자(미국)의 입맛에 맞도록 가공해 제공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지 않았지만, 그때 얻은 자료들이 보편적으로 이용되었다는 문장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온전하지 않은 자료들이다. 보편화, 일반화하기에는 가정, 대상, 방법 등에 문제가 많았다. 이때 적립된 이론들에 문제가 없는지 꼼꼼히 확인해 보아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때 적립되어 지금도 영향을 주고 있는 지배적인 이론이 있을 것이라는 의심을 하게 되었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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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그의 발언은 항상 문제가 되었기에 무슨 말을 하는지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글을 읽어보니 트럼프는 일관적인 주장을 하고 있었다. 미국의 무기를 많이 팔면 팔수록 미국인의 일자리가 늘어난다. 한 국가를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자국의 경제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당연한 것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상황에 맞춰 말하는 것 역시 대표자의 중요한 역할일 것이다. 2019년 4월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이 좋은 예다. 한미 간 대북정책을 결정하는 자리에서마저도 트럼프는 한국의 군사 장비 구매 이야기를 했다. 피스메이커라는 칭호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트럼프에 대한 지지도가 44%라는 내용을 보았을 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트럼프가 대체 무엇을 했단 말인가. 북한이 노력했다는 점을 몰랐다는 사실 역시 놀랍다. 내가 아는 북한의 이미지는 퉁명스럽고 고집불통이었다. 남한이나 미국이 어떤 조건을 제시하든 조금만 마음에 안 들면 심통을 부리는. 내가 알던 북한의 이미지가 철저하게 부서졌다. 북한도 나름 열심히 노력했다. 미군 유해를 송환하고 핵 실험장을 폐쇄하며 미사일 발사를 유예시키는 등. 그러나 미국은 허들을 높여 나갔다. 북한이 핵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화학무기, 생물무기, 탄도 미사일과 이중용도 프로그램 모두를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한미군사훈련은 축소되어 진행하고, 대북제재를 강화했다. 상대에게 바라기만 하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은 전혀 이행하지 않으니 북한도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일 것이다. 남북 관계에 방해가 되는 것이 북한인지 미국인지 생각하는 것이 절실해지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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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 고등학교 도덕 시간에 통일에 대해서 배웠다. 통일을 하는 것이 좋지만 통일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너무 많이 들어 지루한 이야기그런데 문득 S(source) M(message) C(channel) R(receiver) E(effect)라는 커뮤니케이션 모델이 떠올랐다. 우리는 왜 통일에 관심이 없어졌을까? 보수적인 엘리트들이 교과서와 언론을 통해서 우리에게 자신들의 생각을 주입해서라는 의심이 들었다. 뉴스가 누군가의 생각을 대변할 수 있다는 생각은 꽤 오래전부터 할 수 있었지만 교과서도 누군가의 생각을 대변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정말 통일이 중요하다면 북한의 잘못을 들출 필요 없지 않은가.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새기며 통일을 주장하는 것은 모순적이다. 도덕 시간에 통일은 공자, 맹자, 아리스토텔레스보다 뒤에 다루어지며 비중도 많지 않고 형식적이다. 통일의 장점이라고 써놓은 것 역시 학생들과는 거리가 있는 주제들을 나열해놓았을 뿐이다. 어느 순간부터 북한이 우리와 뿌리가 같다는 사실 역시 흐릿해지고 있는 것 같다. 통일에 대해서나 북한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 볼 수 있다. 그것을 잘못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그 시선이 온전히 나의 생각인지 또 싫어하는 이유가 명확한지 스스로 확인해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 언론이, 교과서가 말하는 것이 진실은 아니라는 사실을 항상 인지하고 비판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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