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에서 표현되는 혐오

 우리 사회 속 혐오는 인종, 나이, 젠더, 지역, 종교 등 다양한 형태와 언어로 존재하고 있다. 미디어는 국민의 의식을 대표하면서 인식의 변화에 영향을 끼치는 대표적인 수단이다. 주류 언론의 보도로 인해 국민 의식이 정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디어가 혐오 표현을 그대로 옮기는 것은 사용을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것으로 혐오 단어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 될 수 있다. '~녀', '~충' 또는 각종 소수자 집단의 표현도 스스럼없이 적어 헤드라인에 이목을 집중시킨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21년에 실시한 온라인 혐오 표현에 대한 인식 조사에 따르면, 언론이 혐오 표현을 확대 조장하는 역할을 한다고 응답한 사람이 49.6%에 이른다고 한다.

출처 : 한겨례
출처 : 한겨례

 드라마 속 소수자로 설정된 인물을 등장시키는 것은 드라마의 특색과 차별성을 부여하는 요소이다. 대표적으로 작년 한 해 '우영우 신드롬'을 일으킨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예시로 들 수 있다. 드라마 각본에서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여성을 소비한 것에 지나지 않으며 현실 속 우영우는 극히 드물다. 외적으로 사랑스럽고 천재를 가진 전문직이라는 설정은 또 다른 편견을 심어줄 우려를 낳는다. 작가는 현실 속 장애인을 바라보는 차별적 시선을 장면을 묘사하여 비판하거나 인간은 누구나 편견 없이 존중해야 한다는 긍정적 인식을 심어주는 순기능의 의도를 담았을 것이다. 그러나 드라마가 흥행함에 따라 미디어를 영향을 받은 일부 학생들은 장애 학생을 조롱하는 의미에서 '우영우'라는 표현을 악용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미디어에 드러냄으로써 이는 감수해야 하는 부분인 걸까. 그들은 드라마가 만들어낸 인물로 다시 한번 정의되는 것은 아닐까. 이 외에도 영화 '청년 경찰'은 중국 동포 집단을 범죄의 주체로서 혐오적인 장면을 통해 표현함으로써 부정적으로 묘사하였다. 이에 중국동포는 제작사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바 1심에서는 패소하였으나 추후 법원은 화해 권고 결정을 내렸다.

출처 : 방통위
출처 : 방통위

 또한, KBS에서 방영한 '한 번 다녀왔습니다'에서는 "받은 위자료도 있겠다. 언니가 부럽더라", "내가 살게, 나 양육비 받잖아"라는 대사를 통해 양육비에 대한 인식을 왜곡하였다. 방송 심의에 관한 규정 제27조(품위유지) 5호, 제30조(양성평등) 제2항 위반을 명목으로 권고 방송 통신위 위원회의 권고를 받았다. 주말 드라마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유발하기 위한 것일지라도 왜곡된 인식을 심어주는 대사는 과하다고 판단된다. 드라마뿐만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재미요소를 위해 차별, 혐오 표현을 사용한다. 방통심의위 정책 연구센터에서 실시한 예능프로그램 내 방송언어에 대한 응답자들의 인식을 살펴보면 71%가 혐오 및 차별적 언어 사용이 문제가 된다고 응답했다. 이처럼 우리가 접하는 미디어 속에서는 별다른 규제 없이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

 미디어 속 드러난 혐오 조장을 감소시킬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미디어 종사자를 대상으로 혐오 표현에 대해 지속적으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에서는 각종 혐오로 인한 크고 작은 사건•사고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상황을 있는 그대로 올바르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미디어가 먼저 혐오를 조장하는 표현을 절제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들은 혐오가 드러난 콘텐츠를 올바르게 바라볼 수 있는 인식을 지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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