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는 무엇인가?

@교보문고
@교보문고

 

 정의롭고 평등한 사회는 존재할까? 평등이란 무엇인가? 당신은 대답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사람마다 모두 다를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 글을 적는 나도 정의와 평등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교과서에서 배웠던 여러 사상가의 관점이 떠오를 뿐,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판단을 내리기는 어렵다.

 

 조지 오웰은 스페인의 내전 기사를 쓰기 위해서 스페인에 갔지만, 스페인 내전이라는 역사적 현장을 겪기 위해 의용군으로 입대해 파시즘에 맞서 싸웠다. ‘카탈로니아 찬가’는 조지 오웰이 스페인 내전에서 겪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한 문학인 르포르타주이다. 그래서 전쟁이 일어난 현장의 비유뿐만 아니라, 그가 만났던 인물의 외적 모습까지 생생히 기록되어 있어서 내가 그 전쟁 현장에 있었다는 착각이 들 정도의 현장감과 생동감이 느껴진다. 그래서 서로를 죽이고 죽는 대목을 읽을 때면 안타까운 마음이 커졌다.

 스페인 내전은 내부로는 자유와 평등을 위한 혁명이었고 외부로는 2차 세계대전의 발판이 된 역사적 사건이다. 조지 오웰은 평범한 민병대원으로서 참전하였지만, 공화파가 분열된 후, 공산당 음모로 그가 속한 통일노동자당이 숙청의 위기에 처했다. 조지 오웰은 목숨을 걸고 겨우 탈출하였지만, 다시 영국으로 돌아와 카탈로니아 찬가를 완성했다.

 카탈로니아 찬가는 조지 오웰이 정의와 평등을 위해 투쟁하며 쓴 양심의 기록이며, 혁명의 약속과 권력의 배반, 더하여 좌절과 환멸까지도 생생하게 그려진 작품이다. 많은 사람들이 카탈로니아 찬가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결코 잊힐 수 없는 소설이라고 평가한다. 아직 카탈로니아 찬가를 읽어보지 못했다면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정치적인 용어가 생각보다 더 많이 사용되어 읽어가는 데에 어려움이 있겠지만, 소설의 끝에 다가갈수록 새로운 감동과 전율이 찾아올 것이다.

 

 조지 오웰은 스페인에 처음 도착하였을 때 정치적 상황에 관심이 없었으며 알지도 못했다고 언급했다. 또한, 그는 자신이 정치적인 이야기를 쓴다는 것에 부담을 느끼기도 하였다. 이 책을 볼 때 주목할 것은 조지 오웰이 스페인 내전을 겪으면서 사상이 변화해 나가는 과정이다. 그 과정을 읽어내리며 나도 함께 경험하고 성장해 나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조지 오웰은 다양한 당파들의 이야기를 편견 없이 들려주고 자신의 책에 대한 오류의 가능성을 인정했기 때문에 다른 책보다 객관성이 더 높다고 판단되었다.

 

@pixabay
@pixabay

 

 스페인 내전에서 조지 오웰이 만나 책에 기록된 사람들은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들은 모두 군사훈련도 제대로 받지 못하였고 바보처럼 무능해 보였다. 그러나, 그들은 낭만을 가지고 있었고 서툴지만 아름다웠다.

 나는 첫 대목에 나오는 20대로 보였다던 이탈리아인 의용병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어린 나이에 스페인 내전에 참전하여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를 위해 싸운다는 것이 신기했다. 이 대목을 읽으며 “당시 그의 나이와 가까워지고 있는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내가 생각하는 정의는 무엇이며 그것을 위해 난 최선을 다해 노력한 적이 있는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나는 정의에 대해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사회에서 일어나는 부정의를 포착해도 잠시 관심을 가지고 그 이후로는 나의 삶을 살기에 바빴다. 젊은이들이 자신의 목숨을 바쳐 이루어내고 내기 위해 싸우는 장면을 읽으며 많은 감정을 느꼈다. 아직 어리다는 생각으로 너무 책임감 없게 살아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나에게 실망하기도 했지만, 앞으로 진짜 내가 생각하는 정의는 무엇인지, 나의 또래, 그리고 나와 다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이 생각하고 꿈꾸는 정의가 무엇인지도 알고 싶어졌다.

 

 또, 이 책에는 주목할 점이 한 가지 더 있다. 저자는 스페인 내전과 관련되어 공산주의자들이 스페인의 통일노동자당을 탄압하기 위해 언론을 동원하여 왜곡하고 날조한 여러 전문을 그대로 가져와 본인이 직접 겪은 사실을 바탕으로 무엇이 잘못되었고, 어떤 부분이 왜곡되었는지 하나하나 짚어준다. 스페인 내전의 공산주의자들은 진실을 모르는 대중들을 의도적으로 겨냥하여 죄 없는 사람들에게 죄를 씌우고 편견을 심으려고 했다는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스페인 내전을 담은 이 이야기에서는 전체주의의 사악함을 느끼게 된다. 공공의 적을 만들기 위해 언론을 동원하고 언론은 조력자가 되어 국민들을 속인다. 언론을 비판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이 책에서도 드러난다.

 

 우리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특정한 의도로 왜곡되고 조작된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며 살아오고 있었을 것이다. 물론 1차 잘못은 언론을 편향된 방향으로 이끄는 기관과 개인의 잘못과 편향된 정보를 그대로 국민에게 보도하는 언론의 잘못이 분명하다. 그러나, 과연 무작정 정보를 받아들이는 우리는 아무 잘못도 없는 걸까? 아니다. 우리는 정보화 세계에 살아가고 있다. 정보가 넘쳐흐르는 정보 홍수의 시대에 맞게 우리도 변화해야 한다는 말이다. 정보를 접하면 그 정보가 무조건 옳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 뒤에 숨은 누군가의 의도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조지 오웰은 이 책을 억울하게 낙인이 찍혔던 통일노동자당의 억울함과 입장을 변론하기 위한 목적으로 저술하였다. 그는 자신들의 추상적인 신념과 사상을 버리지 못한 채 서로 해를 입히며 싸우기만 하고 진짜 ‘전쟁’에는 몰두하지 못하는가에 대하여 한탄했다. 진짜 전쟁이란 무엇일까? 각자의 이데올로기만 무작정 주장하고 다른 주장은 듣지 않고 배척하며 전쟁을 일으키는 것이 조지 오웰이 말하는 진짜 전쟁은 아닐 것이다. 살아가면서 자신의 정의와 존재를 알리기 위해 저항하며 싸울 필요가 있겠지만, 정의롭지 않은 방법으로 취득하려는 정의는 정의롭지 못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 모순에 빠지지 않고 정의에 대해 고민해 보고 정의를 이루기 위해 노력해 보자.

 

 

저작권자 © MC (엠씨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