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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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우리나라를  줄 서게 했던 박수길 대사의 더욱 생생한 우리나라의 외교사를 담은 책을 읽어보았다. 박수길 대사는 어린 시절 제법 잘 사는 집이었지만 아버지가 30대 후반 젊은 나이로 돌아가시며 가세가 기울어졌다 한다. 하지만 그런 가난 속에서도 박수길 대사의 어머니는 4남매 모두 고등교육을 시키실 정도로 교육열이 높았고, 먹고살기 힘든데 쓸데없는 짓을 한다고 동네 사람들에게 욕을 먹을 정도라 하였다. 하지만 전쟁이 터지며 학업이 중단되었고, 인문적 소양을 갖추려 하니 한계에 부딪히게 되었고, 군사경찰이 될 생각까지 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 시기 외교관이라는 직업으로 이끌 우연한 계기가 생기게 되는데, 바로 부대의 대대장인 브라젤 대위가 박수길 대사를 눈여겨보다 청소와 잔심부름을 해줄 객실 담당으로 데려가는 것이었다. 그 당시 박수길 대사는 손발 짓을 해가며 아주 간단한 회화만 겨우 할 수 있는 정도였지만 미군 부대를 따라다니며 영어가 늘고 외국인의 사고방식이나 문물 등에도 익숙해졌고, 부대와 함께하는 생활이 고단하며 재미있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외교관이라는 길을 떠올리게 되며 시험을 보러 가게 되었다. 결국 1963년 외무부 주사가 되었다. 이후 시간이 흘러 외교관이라는 이름이 생소하고 이국적으로 들릴 시점 외무고시에 수석 합격을 하게 되었고 LA 총영사관에 첫 근무를 하게 되었고, 다양한 상황 대처와 재치 그리고 외교관의 기본적 소양인 매너와 배려를 배웠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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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다양한 외교 문제를 접하며 배운 것이 이 책의 주요 핵심이다. 내가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외교 문제는 1970년대의 가깝지만 먼 나라 북한과의 대립이다. 그 당시 남북한 모두 유엔에 가입되어 있지 않아 결의안을 상정하려면 다른 회원국에 부탁하여야 했고 선물 공세와 어렵게 벌어들인 외화를 소득도 없는 결의안 대결에 쏟게 되었다. 이것이 무색하게 박동진 전 외무부 장관이 부질없는 일이란 것을 상기시키며 이를 박정희 전 대통령이 받아들이고 1976년에 대한민국이 먼저 어떤 결의도 상정하지 않았고 북한도 결의안 상정을 그만두게 되었다고 한다. 북한은 우리나라에서 미군의 뿌리를 뽑으려 하고 우리나라는  북한에서 중국의 뿌리를 뽑으려 하고  만만치 않은 대립이었을 거 생각한다. 우리가 먼저 결의안 상정을 그만두는 것이 어쩌면 도박 같은 일이었을 텐데 박동진 전 외무부 장관의 강단 있는 주장과 그 주장을 믿고 수용한 박정희 전 대통령이 놀랍고 신기하게 느껴져 가장 인상 깊었던 것 같다. 같은 문제이지만  우리가 뉴스에서 접하는 내용보다 생생하고 자세히 기재되어 있어, 한국의 외교 문제만을 다룬 다른 책들보다 더 재미있게 느껴졌다. 책이 너무 무겁지만은 않도록 책임의 박수길 대사와 다양한 인연의 이야기들과 외교관들의 유머도 있으니 읽어 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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