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웠던 5가지 스토리

@interpark 도서
@interpark 도서

  무슨 책을 읽을지 많이 고민하며 도서관의 책을 헤매던 중 지금 현재 청소년 상담 복지학을 복수 전공을 하면서 사람들의 정신건강에도 많은 관심을 두게 됐다. 그렇게 고민하던 와중에 오쿠다 히데오 작가의 ‘공중그네’라는 책을 선택하게 됐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든 생각은 ‘특이하고 굉장하다’였다. 처음에는 일본 특유의 문체에 적응이 되지 않았으나 곧 익숙해지며 내용에 젖어 들었다. 이 글은 총 다섯 명의 환자들과 신경정신과 박사 ‘이라부 이치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하고 해결책을 찾도록 이끌어주는 일반적인 상담과는 달랐다. 엽기적이라고도 할 수 있으리만치 황당무계한 방법으로 환자에게 접근하는 이라부만의 방식, 그리고 점점 마음을 여는 환자들, 놀라웠던 5가지 스토리에 대한 느낀 점을 써 내려가겠다.
 

<고슴도치>
  시작은 선단공포증을 가진 기오이 파의 중간 보스 ‘이노 세이지’ 그는 동거녀 가즈미의 권유로 이라부를 찾게 되는데 이라부는 다짜고짜 주사부터 놓고자 한다. 고래고래 비명을 지르는 세이지를 결박하고 간호사 마유미가 주사 놓는 모습을 눈을 반짝이며 바라보는 이라부. 처음에는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곳이 있나 싶었다. 물론 ‘홍수 법’처럼 공포 자극에 지속적으로 노출시키는 치료 방법이 있다지만 처음부터 저렇게 강한 자극을 노출해도 되는지 의심스럽기까지 했다. 놀라웠던 점은 점차 주사에 익숙해지는 세이지의 모습이었다. 물론 싫어하기는 했지만, 거부반응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어느 날 요시야스 파의 요시야스와 만나는 장면에서 그가 블랭킷 증후군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단도가 품에 없으면 불안해서 견디질 못하는 일종의 의존증을 지닌 요시야스. 그를 보며 세이지는 왠지 모를 안도감을 느꼈다. 약함을 용납하지 않는 야쿠자의 세계. 자신만 이단이라 여겨왔던 지금까지와는 달리 같은 고통을 앓고 있는 요시야스를 보며 동질감과 함께 ‘나는 이상하지 않다.’, ‘다들 숨기고 있지만 나와 같이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다.’며 마음의 짐을 내려놓게 된다. 목차 1의 제목이 고슴도치인 이유는 여린 속내를 들키기 싫어서 가시를 한껏 내세우고 있어서인 것 같다. 너무 가시만 세우고 살다 보니 그만 뾰족한 것에 질려버린 것이다. 지금껏 야쿠자를 숙명이라 여겨왔던 그가 평범한 쥐 즉, 일반인이 되는 미래를 그려볼 정도로 마음속 깊이 박힌 바늘 하나를 지워낸 된 것이다. 몸에 문신이 있고 건장한 체격을 가진 남성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다가가는 ‘이라부’라는 캐릭터가 흥미로웠다. 또한 저런 무서운 야쿠자 또한 일반인인 우리와 같이 강박증을 가지며 ‘다 같은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한 번 더 하게 되었다.

 

<공중그네>

@조이뉴스24
@조이뉴스24

 다음 환자는 신 일본 서커스 입단 10년 차, 공중그네 플라이어 ‘고헤이’ 그는 마음의 빗장을 닫고 있는 환자다. 자신의 증상을 알지 못하고 공중그네를 뛸 때 받아주는 캐처 우치다만을 비난하던 고헤이는 이라부가 제안한 ‘비디오’라는 말에 흥미를 보였다. 동료이자 아내인 에리에게 촬영을 맡긴 뒤 또다시 선 공중그네. 그리고 연이은 실패. 흥분한 상태로 내려와 영상을 확인한 그는 드디어 자신의 증상을 직면하게 된다. 허리를 구부정하게 굽힌 캥거루 자세를 한 공중그네 연기. 그제야 그는 문제가 자신에게 있음을 깨닫게 된다. 어릴 때 그는 서커스단 일로 전학에 전학이 이어지는 생활을 하였다. 새로운 친구가 생겨도 예외 없이 2개월 만에 이별해야 했다. 슬픔을 견디는 게 싫어서 그때부터 벽을 쌓고 누군가를 새로 사귀는 일을 회피하게 된 것이다. 이전 캐처와는 문제가 없다. 캐처가 우치다로 바뀐 뒤부터 생긴 특이 증상, 잘 알지 못하는 상대에게 보이는 무의식적인 거부반응을 보였다. 마음을 비우고 모두에게 다가간 이라부. 그의 모습을 보며 사람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다시 배운 고헤이. 그는 우치다에게 사과하고 회복할 때까지 연습 상대가 되어달라고 고개 숙여 부탁한다. 굳게 닫힌 마음의 빗장을 슬며시 열어젖힌 것이다. 그는 이제 전처럼 사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자기 잘못을 알더라도 먼저 빗장을 열어 사과하고 다가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 것을 알기 때문에 고헤이라는 인물이 존경스러웠다. 그리고 이라부 의사가 공중그네에 성공해 가장 큰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는 구절을 읽고는 가슴이 벅차오르는 느낌이었다. 책 제목이 공중그네여서 ‘왜 공중 그네지?’라는 궁금증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이 파트를 읽고는 이라부라는 사람이 더 궁금해져 가고 가장 인상 깊게 읽은 파트 중 하나인 것 같다.

<장인의 가발>
  이라부 의사의 동창생인 다쓰로에게는 장인이 한 명 있다. 이 다쓰로가 바로 그다음 환자이다. 그의 장인은 다쓰로가 다니는 병원의 원장이다. 이 동창생 의사인 다쓰로에게는 심각한 문제가 하나 있었는데 바로 장난을 치고 싶어 안달이 났다는 것이다. 그중 가장 큰 문제는 장인이 가발을 착용하는 데 장인을 볼 때마다 가발을 벗겨 버리고 싶은 충동에 휩싸인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이라부에게 상담받게 되고 이라부는 다쓰로의 문제 치료 방법으로 보상 행위라는 것을 시작한다. 보상 행위를 해 가는 줄거리가 매우 흥미로웠고 그 장난이 성공하였을 시에는 나도 다쓰로와 같은 마음으로 가슴이 두근거리고 설렜다. 마지막 가장 중요한 문제인 장인의 가발 벗기기에도 결국 성공한 그들이 자랑스러워질 지경이었다. 
다쓰로가 겪는 것은 현대인들도 쉽게 겪을 수 있는 강박증이었으며 36살 의사가 된 성인이 저러한 강박증이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새롭게 다가와 이 파트를 읽으며 인간의 내면 심리가 더 궁금해졌다. 나도 무언가를 성취하고 해내고자 할 때는 욕심을 가지고 지나치게 몰두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내 스스로 컨트롤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성장해 어른으로 커가고 있다. 하지만 가끔은 이라부와 같이 두려움 없는 아이 같은 면모도 필요한 것 같다. 

<3루수>
  네 번째 파트의 환자는 신이치이다. 이는 몇 년째 주전 3루수, 골든글로브를 수상한 베테랑 야구선수다. 그런데 잘생기고 젊은 루키가 팀에 들어온 이후로 언론과 팀의 관심은 루키에게만 쏠렸고 신이치는 이를 의식하면서 송구하는 방법을 잊어버리게 된다. 이렇게 신이치는 이대로 야구를 끝낼 수 없다 하여 이라부를 찾아오게 되었다. 신이치의 근본적인 원인은 루키가 신경 쓰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 이라부는 루키를 다치게 하자는 제안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신이치는 이라부의 검은 유혹을 떨쳐내고 오히려 야쿠자와 싸움을 벌일 수 있는 위험한 상황에 부닥친 루키를 구해주기까지 한다.  신이치는 루키를 두려워하고 있었는데 ‘두려움’이란 ‘불안해하고 회피하는 것’이라고 사전적 정의에 나와 있다. 신이치는 이러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마음의 평정심을 되찾고 생각을 바꾸었다. 지금 현재 나도 주변의 온갖 두려움이라는 것에 휩싸이고 있다. 신이치가 평정심을 되찾은 것처럼 나도 나의 두려움을 깨고 회피하지 않고 그 불안감에 맞서겠다. 또한 이라부가 항상 환자의 일상 속에 대책 없이 뛰어들어 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여류작가> 
  마지막 환자는 8년 차 여류작가 ‘우시야마 아이코’ 그녀는 심인성 구토증에 강박증 환자다. 그녀의 역작 《내일》. 가족의 붕괴와 재생을 그린 휴먼 드라마로 그녀가 온 힘을 다해 쓴 작품이다. 분명 많은 호평을 받고 성공했지만 그녀의 기대만큼의 성공은 아니었던 것인지 그 작품을 낸 이후 그녀는 가벼운 연애소설만 주야장천 적어내고 있다. 
 이라부, 이번에 그의 역할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일. 상황을 만드는 일. 내가 보기에는 그렇게 보였다. 《내일》을 집필한 뒤로 편집자들을 차게 보는 그녀. 그녀는 담당 편집자인 이라이에게도 ‘이기는 말 위에만 올라타는 게 당신들 장사’라는 둥 차게 비난했다. 바로 그때 프리랜서 편집자이자 그녀의 친구 나카지마 사쿠라를 만났다. 그렇게 그녀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녀가 맡은 감독이 실패한 뒤 좌절하여 거리를 방황하고 있다는 말에 아이코는 좌절하면 모두 방황하게 된다는 것을 깨닫고 눈물지었다. 이어 편집자로서 자신이 맡은 감독의 성공을 빌며 성실하게 일할 것을 다짐하는 친구의 모습을 보고 지금껏 막대한 이라이에게 죄책감을 느낀다. 자신만이 힘든 게 아니고 모두가 그렇다는 것 그런데도 일어서는 친구의 모습에 용기를 얻는다. 이라부를 만나고 돌아가는 도중 간호사 마유미의 말. ‘너무 재밌었다.’, ‘태어나서 처음 눈물 흘린 소설’이라는 《내일》에 대한 호평에 그녀는 여태 독자의 존재를 잊고 있었던 자신을 깨닫게 된다. 그녀는 다시 소설을 쓸 용기를 얻었다. 이라부는 이번에도 환자처럼 자신도 잘나가는 작가가 되어보겠다며 행동을 실천했다. 그리고 그녀는 이라부 의사로부터 삶에 쉼을 가지는 방법을 배우며 이제는 잘 팔리는 소설만이 아닌 자기 자신이 써 내려가고 싶은 이야기를 쓰겠다고 다짐한다. 

  끝은 어디일까. 그는 얼마만큼 알고 있는 것일까. 읽는 내내 경악을 감출 수 없었다. 시작은 헛소리와 다름없는 붕 뜬 이야기인데 점차 환자의 마음을 열고 그들 스스로 깨닫게 하고 짐을 내려놓게 한다. 사람과 만나고 대화를 통해 동질감을 느끼거나 본연의 모습을 깨닫게 도와주는 이라부. 그들을 말로써 감동하고 마음의 빗장을 허문다. 그렇다. 이라부는 문제를 해결해 준 것이 아니다. 약간의 조언과 함께 그들이 직접 움직이도록 원동력을 제공해 주고 깨달음을 얻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이 소설 내내 그가 보인 역할이다. 
  환자들의 병명 자체만 보면 낯선 병명도 있지만 그 병을 만든 과거는 낯설지 않다. 모두 우리가 흔히 경험하는 사소한 일들에서 기인한 것이다. 우리는 모두 병을 얻을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이 이야기가 남 일 같지 않았다. 자기 본연의 성격을 감추고 다른 일을 하는 경우, 과거 잦은 전학으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 그리고 실패와 좌절의 경험. 다섯 가지 일화 중 이 3가지 일화는 과거 나 역시 겪었던 경험들이었다. 그들이 깨달음을 얻을 때 함께 깨달음을 얻고 공감하며, 읽는 내내 치유되는 기분이 들었다. 저자는 이러한 효과를 기대한 것이 아닐까. 마음이 따스해져 오고 위안을 주는 소설이었다. 그리고 나는 B이지만 어쩔 수 없이 A로 살아간 적이 있는지 모두와 함께 같이 이야기하고 싶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공통점은 기존의 어떠한 사고방식이나 관념 등의 틀에 갇히게 되어 힘들어하는 사람들이었다. 예를 들면 야쿠자는 무조건 무서워야 하고 의사 집안은 이래야 한다는.  이라부의 진실한 행동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었던 것처럼 나도 내가 스스로 진실하여서 하는 행동들이 많아졌으면 싶다. 

 

 

저작권자 © MC (엠씨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