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균, 쇠를 읽고

yes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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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이 평등하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다. 사람과 사람도 평등하지 않으며 지구 전체로 봐도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의 삶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 때는 1972년, 그때 이 책의 저자는 호주의 뉴기니라는 섬에 있었다. 그때 저자는 흑인 정치가 얄리를 만나게 된다. 이 둘은 대화를 나누게 되는데 얄리가 질문을 한다. “왜 백인들은 산업시설을 잘 만들죠..? 그것들을 어떻게 수십 년 만에 들여와서 짧은 시간 내에 지배할 수 있었을까요? 왜 백인들은 기술 발전에 앞장서는데 흑인들은 그것을 따라가지 못하는 걸까요?”라고 말이다. 이 질문으로 시작된 책이 <총, 균, 쇠>라는 책이다. 왜 아프리카인들은 몇 안 되는 유럽인들에게 지배 당했을까? 어떻게 유럽이 지배할 수 있었을까? 이 책을 내기 전까지, 즉 저자가 목소리를 내기 전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백인이 우월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 당시 인종 차별주의에 대한 반론을 제기한 책이 <총, 균, 쇠>이다.

 168 대 80000 군대의 싸움, 누가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이때 싸움은 재래식 전투를 의미한다. 거의 1 대 500의 싸움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당연히 수적 우위를 지닌 80000군대가 이길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 168명의 군대는 스페인의 피사로가 이끄는 스페인 군대였고 80000군대는 잉카제국의 아타우알파 황제가 이끄는 잉카 제국 군대이다. 결과는 168명의 군대 스페인 승. 적은 수로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첫 번째는 정보의 차이이다. 피사로가 쳐들어올 때 많은 데이터베이스를 가지고 들어온다. 그 정보는 선조의 대물림인데 전에 멕시코를 침략했을 때 어떤 방식으로 제압했는지를 자세하게 서술해놓은 책이 있었는데 적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반면 잉카 제국은 유럽에 대한 정보가 아무것도 없었고 어느 정도였냐면 위에 있는 아즈텍 제국, 즉 지금의 멕시코가 스페인 사람들에 의해서 사라졌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이것이 문자의 힘이다. 잉카 제국의 황제 아타우알파가 스페인의 피사로를 만나러 오는데 전쟁 준비를 하러 나온 것이 아니라 손님을 환영하는 행렬로 마중을 했다.

 여기서 두 번째 이유로 전쟁의 준비부터가 달랐다. 맨 앞에 있던 잉카 제국의 2000명의 군대는 빗자루를 들고 있었다. 칼이 아니라 말이다. 그 이유는 뒤에 황제가 오는 길을 닦아놓기 위함이었다. 놀랄 법도 하지만 피사로는 놀라지 않고 황제에게 성경 책을 전한다. 하지만 황제는 성경 책을 던져 버린다. 이것을 신호로 전쟁이 시작된다. 이때 잉카 제국의 군대들은 상상도 못한 소리를 듣게 된다. 첫 번째 총소리다.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리였다. 이때 총은 지금과 달리 살상 용이 아닌 공포심을 유발하는 데 사용되었다. 천둥소리 같은 게 나니 너무 당황한 것이었다. 그들이 처음 본 두 번째는 말을 타는 백인들의 모습인데 아메리카 대륙에는 말이 한 마리도 없었다. 처음 목격한 생소한 모습에 8만 명의 군대가 전의를 잃고 모두 도망치게 된다. 너무 겁에 질린 나머지 서로 짓밟고 올라가다가 산더미처럼 쌓여 질식해 죽는 자가 부지기수였다고 한다. 해가 지지 않았으면 그 8만 대군이 모두 죽었을 것이라고 하고 결국 7천 명의 원주민이 학살당하게 된다. 피사로의 계획은 아타우알파부터 잡는 것이었다. 황제를 잡으려 하자 황제를 지키려고 많은 원주민들이 들러붙었으나 결국 산 채로 잡혀 끌려 내려오게 된다. 그것으로 전투는 종료된다. 결국 유럽이 168명의 소수 군대로 8만 군대를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총 그리고 쇠, 즉 칼과 갑옷 등 발전된 기술 때문이었다.

 하지만 여기까지만 보면 유럽인들은 전투에서 이긴 거지 전쟁을 이긴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유럽인들의 전쟁 승리 원천은 무엇일까? 그것은 기술보다 무서운 균의 힘이다. 유럽인들이 가져온 병인 천연두, 장티푸스, 홍역과 같은 전염병으로 인해 아메리카 원주민 95%가 사망한다. 왜 미국 개척을 하는데 아프리카 인들을 데려왔을까? 바로 병으로 인한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몰살 때문이다. 칼도 안 쓰고 총도 안 쐈는데 균 때문에 저절로 죽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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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본적인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 보겠다. 그렇다면 왜 유럽인들은 아메리카인들이 가지지 못한 총, 균, 쇠를 가질 수 있었을까? 어떻게 유럽인들은 아메리카인들과 다를 수 있었을까? 여기에 대한 답이 2부와 3부에서 나온다.

 2부에는 농업혁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농경사회로 인한 안정적인 정착 생활 덕분에 출산율이 증가하고 인구가 증가하게 된다. 인구가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분업을 통한 협업이 이루어진다. 이 분업 덕분에 각자 능력에 맞춰 전문가가 생기고 이는 전문 기술 발전을 야기한다. 그로 인해 문자의 시대가 찾아온다. 이 문자는 선조들의 시행착오를 기록하게 되고 이것을 통해 데이터베이스가 만들어지며 이것을 바탕으로 무기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3부이다. 농업은 또 하나를 가져오게 되는데 가축이다. 남미에는 가축으로 여길 수 있는 포유류가 1종밖에 없다. 그러나 유라시아 대륙에는 총 13종이 있다. 대부분의 전염병은 이러한 가축에게서 온다. 메르스는 낙타, 조류독감은 조류,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돼지, 이런 식으로 말이다. 물론 유럽도 처음부터 면역력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뼈아픈 시행착오를 겪으며 항체가 생긴 것이다. 남미에는 1종의 항체밖에 없지만 유럽은 13개의 항체를 가지고 있으니 이 항체들을 들고 남미에 상륙을 하면 균으로 인해 원주민들이 몰살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프리카나 아메리카는 농업을 안 했느냐? 그건 아니다. 했으나 확산이 덜 된 것이다. 이 근거로 대륙의 생긴 모양을 보면 알 수 있는데 유라시아 대륙은 가로로 긴 형태의 모양을 띄고 있다. 반면 아프리카나 아메리카 대륙은 세로로 긴 형태의 모양을 띄고 있다. 이것이 왜 확산에 문제가 되냐면 같은 위도상에 위치한 지역들은 식생, 기후, 토양이 대부분 일치한다. 그렇기에 수천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사회들이라도 충분히 농업이 확산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유럽인들은 지리적인 이점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4부이다. 문화와 기술의 발전이 매우 뛰어났던 나라는 중국이다. 그러나 중국은 왜 미국을 발견하지 못하고 유럽에 굴복하고 말았을까? 저자의 주장은 중국의 쇄국정책이다. 단기적으로 보면 좋을 수도 있다. 국가의 기술이 유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국가의 고립을 야기한다. 태도의 문제인데 과학의 발전은 무지로 발전한다. 기술이 발전할 수 있는 사회 구조인가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유럽은 애초에 없이 자랐다. 그렇기에 무지를 빠르게 인정하고 호기심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연구하고 발전시켜 나가는데 이 타이밍에 산업혁명이 터지면서 성장이 폭발하게 된다. 중국이 정체된 이유는 통일 때문이고 유럽이 발전할 이유는 분열 때문이라는 것이다. 분열된 유럽은 각 나라의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진보를 육성했지만 통합된 중국, 폐쇄된 중국은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총, 균, 쇠>가 주는 메시지는 백인들은 운이 좋았을 뿐이지 생물학적 차이 때문은 아니다. 이것을 다섯 글자로 줄이면 환경결정론이다. 이 책은 환경결정론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매우 동의했다. 과거, 혹은 현재까지도 인종 차별은 존재한다. 그러나 절대적으로 백인이 무엇이 그렇게 잘났는가를 따져보면 도저히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흑인들의 압도적인 신체 능력과 그루브, 황인의 지성은 백인을 뛰어넘는다. 현시대에 아직 인종 차별주의적인 시선을 지닌 백인이 있다면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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