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오버워치'를 즐겨봤다면 누구나 다 아는 캐릭터가 하나 있다. 바로 '캐서디'라는 캐릭터다. 캐서디는 미국 서부 카우보이를 콘셉트로 '피스키퍼'라는 리볼버를 주 무기로 사용한다. 캐서디의 궁극적인 기술이라고 하면, 순식간에 리볼버를 총집에서 꺼내 조준하고 사격하여 다수의 적들을 모두 처치하는 기술이다. 이 궁극적인 기술에는 이름이 있는데, '황야의 무법자'라는 기술명을 가지고 있다. 이제 감이 오는가?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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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캐서디의 궁극적인 기술과 궁극적인 기술의 이름에 영감을 준 건 하나의 영화였다. <황야의 무법자>는 1964년 '세르조 레오네' 감독이 제작하고 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출연한 스파게티 웨스턴 장르의 영화다. 황량하게 모래만 펄펄 날리는 투박한 배경 스타일, 주인공의 모호한 도덕성, 매력적인 스토리텔링, 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상징적인 카우보이 묘사 등 획기적인 스파게티 웨스턴의 시작을 알린 작품이자 영화사에 중요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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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스파게티 웨스턴'이라는 장르를 얘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스파게티 웨스턴은 '스파게티'라는 이탈리아어가 들어가고, '웨스턴'이라는 영어 표현은 서부극을 뜻하며, 미국 서부 개척시대를 다룬다. 즉, 두 단어가 합쳐진 스파게티 웨스턴은 이탈리아에서 제작한 저예산 서부극 장르라는 것이다. 이탈리아 자본, 이탈리아인 제작진에 로케이션 지역조차 미국 사막이 아닌 스페인이다. 스페인은 황야와 사막이 있어 미국의 사막과 유사한 느낌을 낼 수 있었다. 이러한 속성 때문이었을까? <황야의 무법자>는 미국 영화가 아니라 미국 배경의 이탈리아 영화다. 그래서 포스터뿐만 아니라 영화의 원제조차도 사실은 이탈리아어다. 당시 할리우드 같은 곳보다 저예산으로 영화를 제작했기 때문에 스토리텔링 또한 저급이었고, 폭력성에 중점을 두어 액션 장면을 부각시켰다.

 

이름 없는 총잡이(클린트 이스트우드 분) ⓒ다음 영화
이름 없는 총잡이(클린트 이스트우드 분) ⓒ다음 영화

어느 무뚝뚝한 이름 없는 총잡이가 '산 미겔(San Miguel)'이라는 변방의 마을에 도착한다. 그 마을은 '박스터 가'라는 부패한 보안관 집안과 멕시코 갱 '로호 패밀리' 간의 싸움으로 물든 마을이었다. 무명의 총잡이는 이 마을에서 박스터 가와 로호 패밀리 사이에 끼어 서로의 진영을 이용하며 돈을 벌었다.

이름 없는 총잡이(클린트 이스트우드 분)와 마리솔(마리안느 코흐 분) ⓒ가디언지
이름 없는 총잡이(클린트 이스트우드 분)와 마리솔(마리안느 코흐 분) ⓒ가디언지

그리고 그 마을에 어느 사연 있는 미망인 '마리솔'을 만나게 되고, 마리솔을 도와주면서 무명의 총잡이에게 시련이 찾아온다. 그 총잡이는 과연 그 시련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네이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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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결정적인 요소는 뭐라 해도 배우분들의 총잡이 연기다. 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 분은 도덕적으로 모호한 전형적인 총잡이, 이기적이지만 또 나름의 정의감이 숨어있는 남자를 극기적인 모습, 강렬한 시선 처리, 전달력으로 서부극 장르에 딱 걸맞고 매혹적인 카우보이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또한, 라몬 로호 역의 지안 마리아 볼론테 분을 포함한 조연들은 도덕적으로 결함 있는 사람으로 묘사하면서 주인공의 이기심 속에 숨은 정의감을 더욱 돋보이며 영화의 특성을 살리고 있다.

 

ⓒ주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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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조 리오네 감독의 연출, 마시모 델라마노의 촬영은 영화의 시각적 영향에 크게 기여했다. 극단적인 클로즈업, 광각 샷, 드라마틱한 프레이밍을 구사하는 리오네의 연출은 긴장감을 강화하고 각 장면마다 감정을 고조시킨다. 등장인물들의 표정을 강조하고 눈을 극도로 클로즈업하며 서스펜스를 형성한다. 그리고 클로즈업만이 아닌 황량한 풍경과 모래가 날리는 마을을 포착함으로써 레오네의 세심한 서부극 표현은 영화에 진정성을 가져다준다.

백문이 불여일견. 한 번 시청해 보자. 영화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이며, 레오네 감독의 극단적인 클로즈업과 그에 따른 긴장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캐서디 궁극기 모션의 원조되시겠다.

 

ⓒJustW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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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야의 무법자>는 옳고 그름에 대한 전통적인 권선징악의 개념이 흐려지며, 폭력과 복수의 순환적인 성격을 강조한다. 폭력과 복수의 끝에 남는 결과라곤 억제되지 않은 잔인함뿐. 그곳에 선 주인공의 이기심 속 정의감은 인간의 복잡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모호한 인간의 도덕성 탐구, 획기적인 시각 스타일을 도입하고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조연들의 상징적인 카우보이 연기는 서부극 장르에 혁명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영화였고, 영화사에 큰 족적을 남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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