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재난이 일어나는 것을 나 혼자만 보고 알 수 있다면 그 재난을 막기 위해 필사적일 수 있을까? 많은 사람의 피해를 막기 위해 할 수 있을까? 나라면 절대 그러지 못할 것이다. 내가 지진으로 가족을 잃고 그 일을 해결하는 사람이 있다면 더욱 참견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을 막을 수 없을 거라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인 스즈메는 나와 달랐다.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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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즈메는 마을에서 처음 보는 남성인 소타가 문을 찾는다는 말에 호기심이 생겨 폐허로 간다. 그곳에서 발견한 문을 열자, 별이 반짝이는 하늘과 들판이 나오지만 들어갈 수는 없었다. 문 옆 작은 석상을 뽑자, 생물로 변한다. 열도 밑에서 꿈틀거리는 거대한 힘, 미미즈를 봉인하는 것이 석상이고 그것을 막지 못하면 자연재해가 일어난다. 소타는 토지시로 문을 닫아 그것을 막는 일을 한다. 소타는 요석인 다이진에 의해 의자로 변한다. 스즈메와 소타는 미미즈가 나오는 문을 봉인하여 소타의 원래 모습을 찾고 석상을 다시 꽂기 위해 다이진을 쫓아다닌다.

 책을 읽으면서  의문이 들었던 부분이 있었다. 폐허에 있는 문에서만 미미즈가 나올까? 왜 평범한 문에서는 나오지 않는 걸까 생각했다. 폐허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보면 완전히 다르다. 과거의 그곳은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울음소리, 사람들이 북적이고 즐거움이 가득한 곳이었지만, 현재는 아무도 없고 관심조차 가지지 않아 혼자 쓸쓸히 남아 있는 공간이다. 그곳의 땅의 신이 사람들에게 잊히는 게 두렵고 외로워 약해져서 미미즈가 그곳을 통해 나오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미즈가 나오는 문을 닫기 위해서는 그곳의 예전 풍경, 사람들, 감정을 상상해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곳의 추억을 소환해야 하는 것이다. 추억 소환을 통해 추억하고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폐허에 일깨워준다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정신 차린 폐허가 미미즈가 나오려는 문을 봉인할 수 있는 열쇠 구멍을 열어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폐허가 과거에 반짝였던 장소가 아닌 현재도 사람들이 그리워하고 추억하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즈메의 문단속 안에는 반전 요소들이 많았던 것 같다. 단순히 자신의 자유를 위해, 스즈메와 소타를 골탱 먹이기 위해 다이진이 그들을 고생시키는 줄 알았는데 열리려는 문을 찾아주려고 했던 부분. 속으로 쟤는 왜 저럴까 하고 생각했는데 다이진의 마음을 깨닫고 다시 요석으로 돌아가 안타까웠다. 또 어린 시절 스즈메가 꿈속에서 엄마를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저세상에서 현재의 스즈메를 만난 부분도 반전이라고 생각한다. 현재의 스즈메로 인해 어린 시절 스즈메가 위로받고 엄마를 잃은 슬픔을 현재의 스즈메, 결국 나로 인해 치유를 받게 된 것이다. 방황하는 나를 잡아주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내일의 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방황하고 슬퍼해도 내일은 또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스즈메의 내일이야라는 구절이 기억에 남는다.

ⓒ네이버영화
ⓒ네이버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은 소설책보다 영화로 먼저 접했다. 영화를 볼 때도 스토리가 좋다, 작화가 아름답고 서사가 잘 들어맞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영화를 보고 나서 한참이나 여운이 가시질 않았다. 영상을 볼 때는 그 영상의 색감과 어떻게 표현했는지 볼 수 있어 좋았고 책을 읽을 때는 작가의 표현에 따라 나 스스로 머리로 상상할 수 있어서 좋았다. 영화로 볼 때는 단순하게 대지진을 막기 위한 스즈메의 성장을 담은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책으로 다시 읽으면서 여러 가지 의미들을 생각해 보며 볼 수 있었다. 스즈메의 문단속을 영화로만 접했다면 책으로 읽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영화와는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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