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3년 카이로 회담에서 한국문제는 처음 다루어지기 시작했는데, 그 후로 열린 테헤란 회담, 알타 회담, 포츠단 회담 등 어느 것도 한반도의 완전한 독립을 보장하지는 않았다. 카이로 회담은 제2차 세계 대전 동안 동맹국인 미국, 영국,  중국이 한국의 독립 문제를 처음으로 다룬 공식적인 자리였다. 이 회담에서는 한국의 독립을 약속한 것은 아니지만 한국 독립을 지지하고, 적극적으로 일본의 식민 지배에 대해 반대하면서 한국 독립운동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중요한 시발점이 되었다. 남한은 공산화를 피해 1948년 8월 대한민국이 수립됐고, 9월 북한이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 출범하면서 한반도가 분리된다. 1948년 역사상 처음으로 한민 경제협정이 체결되었고 1950년 3월 6,000만 달러가 원조금으로 확정됐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한국의 대외 경제관계가 처음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형성됐다는 것이다. 한국은 자본주의 최강국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는 것이고 미국은 한국경제의 근간을 이루게 된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과 아시아의 경제강국 한국은 일본의 이해를 침해하여 북한은 서방의 강력한 경제제재를 감수해야만 했다. 여기에 북한을 경제적으로 살릴 의도가 없는 중국의 이해가 합쳐지면서 북한은 경제적으로 빈사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북한이 핵보유국이 되면 일단 자신의 방어에는 큰 문제가 없어지고 핵 보복을 감수하여 북한을 침공할 가능성은 낮다. 핵무기로 인해 북한에 존재하는 힘의 공백은 어느 정도 메워질 것이다. 공백을 북한은 핵무기를 통해 군사적으로는 메우고 있지만, 경제적으로는 그와 반비례하며 일정 부분 공백을 확대시키는 가운데 고통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공백의 상당 부분은 아직 남아 있고, 현재까지는 어느 누구도 공백을 완전히 메우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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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치에는 완충지대론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완충지대론은 국제 정치 이론 중 하나로 대규모 국가 간 충돌을 피하기 위하여 강력한 국가들 사이에서 지역적인 완충 지대를 형성하는 것을 주장하는 이론이다. 이 이론은 주로 작은 국가들이 큰 국가들의 영향력과 간섭을 피해 활용되는 경우도 많다. 완충지대론은 작은 국가들이 큰 국가들과의 관계에서 상대적인 안정을 추구하는 하나의 전략으로 고려될 수 있지만 모든 상황에서 적합하게 해결하는 방법이 아닐 수도 있다. 잠재 적국이 자신을 침입하려면 우선 완충지대를 통과해야 한다. 북한이 중국의 완충지대라면 동유럽은 구소련의 완충지대이고, 한국은 일본의 완충지대가 된다. 상황이 이렇다면 완충지대를 지니고 있는 국가는 국경의 방위에 많은 군대가 필요 없을 것이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완충지대 국가는 자신에게 우호적이거나 최소한 중립적이므로 자신을 침입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적이 침입하면 완충지대를 거쳐야 하므로 시간을 조금 더 벌 수 있고 완충지대에 군대를 파견하여 자국의 영토 밖에서 전쟁을 수행할 수도 있을 것이고 잘하면 전쟁을 끝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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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한국의 경제적 우위라는 파트를 인상 깊게 보았던 것 같다. 국이 성취한 외교적 업적의 상당 부분은 경제적 측면만을 별도로 분리해 관찰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경제 위기를 경험할 때마다 한 번도 뒷걸음친 적이 없었다.' 이 문장을 읽고 다시 한번 우리나라가 겪었던 IMF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한국의 경제 위기는 다양한 요인과 상황에 따라서 발생할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 지금의 한국이 될 수 있었던 건 매우 대단한 성과라고 생각한다. 대담하고 체계적인 정책과 개혁, 그리고 개방을 통해 한국은 금융위기 등의 다양한 위기를 극복했고, 외환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현대의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글로벌화된 세계에서 한국이 중요한 외교 자산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관점이라고 볼 수 있다. 첨단 과학기술이 지배하고 세계의 모든 국가가 커뮤니케이션을 실시간으로 할 수 있는 21세기에서 한국은 중국과 비교가 안 되는 대우를 받고 있는 현실은 중요한 외교 자산이라고 한다. 문제가 발생하여 세계 여론에 호소하는 경우에도 한국의 합리성이 유지된다면 국제적 여론의 흐름은 한국에 유리하게 잡힐 것이다. 이러한 한국이 이용할 외교자원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의 인식 수준과 의지에 달려 있다는 것이 마지막 문장이었다. 마지막 문장까지도 한국의 경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었던 책이라고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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