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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랬다. 내가 사랑한 것들은 날 사랑하지도, 원하지도, 나에게 바라는 것도 없었다. 늘 날 울게 만들었다. 날 위해 뭐든 할 것처럼 굴던 그 눈빛은 이제 싸늘히 식어 날 올려다보고 있다. 이제 넌 내 곁에 있어. 우리 평생 함께하자. 이대로.

출처 : 네이버 영화 [이터널 선샤인]
출처 : 네이버 영화 [이터널 선샤인]

가시밭길이라도 괜찮았다. 너만 있으면, 너만 내 옆에 있으면 무엇이든지 다 이겨낼 수 있었다. 난 그만큼 혹은 그 이상 너를 사랑했고 너를 곁에 두고 싶었다. 내 시선 끝에는 항상 네가 있었고 내 마음속 길고 긴 소설 속 결말은 늘 너에게 맞춰져 있었다. 너도 그런 줄 알았다.

나는 우리가 발맞춰 행복하게 걷고 있는 줄 알았다. 한 발, 두 발. 넌 날 사랑하고 있는 게 아니라 나에게서 멀어져 가는 것이었다. 그런 줄도 모르고 난... 난 너의 숨결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너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고 너의 마음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바닥 난 너의 마음속 우물을 계속 퍼올렸다. 

네 마음의 문 앞에서 몇 번이고 두드렸다. 닫혀가는 문 사이에 돌을 끼워 넣어 조그마한 틈으로 너를 바라보는 것조차 행복했다. 너의 문 앞은 비도 눈도 햇빛도 쌓이지 않는다.

네 마음속 넓은 우주에 나라는 별 하나가 들어갈 자리조차 없었던 걸까. 그 수많은 별들 중에 내 이름을 가진 별은 하나도 없었던 거지. 나도 반짝반짝 빛나는 별이 되고 싶었어. 너와 하는 사랑이라면 내가 가진 어설픈 꿈조차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사랑했잖아. 둘이라면 어떤 고난과 역경을 다 헤쳐나갈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하고 견고한 사이였잖아 우리. 지붕이 뚫어질 듯 쏟아지는 장대비와 모든 걸 묻어버릴 것처럼 펑펑 내리는 함박눈에도 나를 보며 행복한 웃음을 지어주며 사랑 담은 눈으로 바라봐 주던 너는 어디 있니? 

또다시 난 혼자가 됐다. 너에게서 버려졌고 너의 세상에서 버려졌다. 내가 너를 위해 하는 '포기'라는 행동이 너를 위한 거라면, 너도 날 위해 무엇인가를 해 주어야지. 왜 나만 포기하고 나만 아파야 해? 난 이제 너를 위할 여유가 없어. 나만을 위해, 나만을 향해 달려갈래. 그 옆엔 네가 있어야 해. 그 모든 행동이 너를 아프게 하더라도 난 아랑곳하지 않고 너를 어떻게든 끌고 갈 거야.

출처 : 네이버영화 [이터널 선샤인]
출처 : 네이버영화 [이터널 선샤인]

그렇게 됐다. 그렇게 해서 지친 널 붙잡고 너에게로 검은 마수를 뻗쳤다. 내 일그러진 욕망은 너를 아프게 하겠지. 너는 축 처진 어깨와 힘 빠진 얼굴을 한 채 나와 함께 걸어가고 있다. 아니, 끌려가고 있다. 난 너를 놓아줄 수 없어. 넌 나랑, 난 너랑 함께 가야 해.

어두컴컴한 이 길을 걷고 있다. 좋다. 너와 이 길을 걸어갈 수 있어서, 네가 내 곁을 떠나지 않아서. 아니, 너를 내 곁에 잡아둘 수 있어서.

내 사랑의 방식은 잔인하되 진실됐다. 널 어떤 형태로든 곁에 두고 싶었던 거니까. 네가 어떤 표정을 짓던, 어떤 행동을 하던 널 바라봐 줄게.

눈을 감아. 그리고 이 순간을 담고 머릿속에 그려봐. 행복, 영원 그리고 마지막

난 너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존재일 거야. 비록 죽은 너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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