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외교의 자기중심성을 위하여

ⓒ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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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떤 외교를 해나가야 할까. 어느 나라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어떤 것일까? 앞으로 우리는 민족의 화해를 위해 어떤 외교를 해야 할까. 외교에 대해 공부를 하다가 문득 이러한 의문이 들었다. 다양한 관점에서 서술한 책을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찾은 책은 <정세현의 외교 토크>였다. 저자는 과거 통일부 장관을 지낸 사람으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서술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였다.

 이 책은 외교적 관점에서 바라본 남북 관계와 통일 문제에 대하여 서술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직면한 문제와, 외교적으로 난처한 입장에 놓인 상황에서 과연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여러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정치의 세계에서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맹’도 없다. 외교 역시 마찬가지이다. 내 나라가 아니면 모두 남의 나라인 셈이다.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사이가 좋다면 동맹을 맺고 ‘아군’이 될 수 있겠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모두 ‘적군’이 될 수밖에 없다는 소리다. 동맹이라는 것은 이런 특성을 가지고 있기에 외교를 책임지고 있는 이들은 자기 나라 중심성이 확실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적의 말 하나조차도 메시지가 남겨있을 수 있기에, 국익이 될 수 있다면 그것들을 놓쳐선 안 된다. 이 책을 쓴 저자의 메시지는 일관되고 명료하다. 외교의 기본은 자기중심성을 잃지 않고, 국익을 제1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며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이 궁극적으로 달성해야 하는 목표는 결국 통일이라는 것. 책을 읽으며 우리나라의 주체적인 외교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더욱 확실해졌다.

 

ⓒ 네이버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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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언론은 북한의 움직임만을 보도한다. 그 말은 즉, 북한이 움직이는 배경이나 원인에 대한 보도보다는 움직임 그 자체만을 보도한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나를 포함한 대한민국 국민들은 북한의 도발은 난데없고, 그저 호전적인 본색을 드러낸 일이라고 여기게 된다. 거기에 핵실험까지 강행하니 국제사회의 제재 역시 당연하게 느껴진다. 중요한 것은 ‘북한이 왜 그런 도발적인 행동을 하는가’에 대한 분석이다. 북한의 도발 그 내면을 살펴보면 한국과 미국의 연합 훈련에 대한 점이 강력히 내재되어 있다. 2013년 키 리졸브가 끝난 후 독수리 훈련이 유난히 강력하게 전개된다. 괌에 있는 미군 공군기지에서 B-52 폭격기가 한반도로 공개적으로 출격한다. 미국의 최첨단 무기들이 북한을 언제든지 칠 수 있다는 무력시위를 한 셈이다. 이것은 북한에 대단히 위협적이지 않았을까. 핵잠수함과 구축함 역시 동해와 서해로 출격한다. 북한으로서는 ‘정말 이러다 죽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

 북한의 도발적 행동은 협상 전략으로서의 강탈적 요구로 볼 수 있다. 핵 개발 능력을 과시하며 미국으로부터 선제공격을 하지 않겠다는 협정을 맺어 안전을 약속받고, 필요한 물자 원조를 지원받기 위함이다. 책에서는 북한이 20년 이상 줄기차게 요구해온 것이 북미 수교, 북미 평화협정, 경제 지원이었다고 알려준다. 당시 미국의 클린턴 정부는 제네바 기본 합의에서 관계 정상화의 전단계로 연락사무소 개설을 약속하고 200만 kw 경수로도 지어주기로 한다. 하지만 제네바 기본 합의 의향이 무산되며 초동 단계에서 북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게 너무 안타까웠다. 북핵 문제는 항상 합의-파기-제재-협상-합의-파기... 같은 사이클이 반복되는 것 같다. 항상 그래왔다. 언제쯤 이 악순환을 끊을 수 있을까.

 

ⓒ 네이버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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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바마 정부 때 ‘힐러리 해법’이 제시되어 북미수교나 평화협정 체결, 경제 지원 논의를 위해 6자 회담이 제안되었었다. 북한 역시 이에 동의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반대한다. 그때 6자 회담이 진행되었다면 지금 한반도의 모습이 조금은 달라진 게 있을지 문득 궁금해졌다. 책을 읽으며 국가 지도자나 외교의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정말 머리가 아플 것 같았다. 신속하면서도 정확한 판단과 지혜, 그들의 속뜻을 읽어내는 일이란 정말이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열강 국가들 사이에서 얼마나 많은 분석을 하고 있을까.

 책을 읽을수록 저자가‘선 핵 포기’정책으로는 남북의 갈등을 해소하기란 어렵다고 주장하는 것 같았다. 그보다는 따뜻한 햇볕 즉, ‘햇볕정책’을 실행해야 우리 문제의 해결점이 보이지 않을까.

 또한 우리 문제 해결을 위해 빠질 수 없는 국가인 중국과의 관계 또한 중요하다. 미국과의 패권을 다투고 있는 중국 역시 북한의 지지와 동맹 유지는 필수다. 시진핑은 중화부흥이라는 중국의 꿈을 가지고 나왔다. 여기서 제일 중요한 것은 아마도 미국과의 관계 설정이 아닐까?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북한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만 동북아에서 미국의 힘을 약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은 국제 사회에서 미국에 편입되지 않은 나라들은 중국의 편으로 만들어 미국과 힘겨루기를 해보려는 것으로 느껴진다. 그렇기에 북한은 중국에 중요한 나라일 것이다. 그래서 중국은 북한을 압박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해 볼 수 있다. 우리가 중국에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북한이 비핵화를 확실히 할 수 있게 설득하는 일이다. 중국에도 역시 바람직한 일일 테니. 중국은 비확산보다는 비핵화를 바랄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중국과의 협의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에 대하여 중국이 확실한 입장을 정립하도록 협조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미국에만 의존하지 않고 북핵 문제 때문이라도 독자적인 중국 외교를 강화해야 한다.

 책에서는 국가 안보는 미국 손에, 경제는 중국 손에 붙들린 남한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한국이 양자 사이에서 외교적 균형을 유지하지 못하고 MD나 사드 배치, 나아가 한미일 군사동맹에 적극성을 띰으로 미국에 치우친 외교 행보를 보였음을 저자는 지적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한국 경제의 중국 의존도를 고려해 말하자면 이쪽 편도, 저쪽 편도 아닌 외교를 할 수 있어야 하며 싫은 소리를 듣더라도 한국의 입장을 끈질기게 설득하고 북핵 문제를 중심으로 미국과 중국이 대화할 수 있게끔 ‘촉진자’의 역할을 할 것을 주문하고 있는 것 같다. 마치 과거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2005 9.19 공동성명 합의에 성공을 이끌었던 것처럼.

 통일 문제는 기본적으로 민족 문제이다. 물론 분단이 국제정치적으로 이루어졌고, 한반도의 분단을 통해 기득권을 누려온 주변국이 있기에 국제 문제라고도 할 수 있다. 통일이 되면 사라질 그들의 이익이 통일 과정에 있어 장애가 될 수 있다. 뭐든 기본에 충실해야 하듯 통일도 마찬가지다. 남북 관계를 잘 풀어 나가면서 외교도 잘해 나간다면 베스트일 것이다.

 통일 문제가 국제 문제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민족 문제라는 점에서 남북 관계 개선보다 주변국들과의 통일 문제를 먼저 협의하는 것은 분명 순서가 어긋난다. 진정으로 통일을 하려면 남북 관계를 개선하며 통일 구심력을 키워가야 한다. 통일 원심력을 약화하거나 밀어내는 외교는 차후의 과제이다. 남한이 대범하고 포용적인 태도로 남북 관계를 선도하고 ‘조정자’로서 동북아 각국의 이익을 적절히 조율하는 역할을 해나갈 때, 통일은 진정 ‘대박’이 될 것이며 대한민국의 국익 또한 함께 실현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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