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쟁과 베트남 전쟁, 미국 소설과 할리우드 영화를 중심으로


 이 책은 한국 전쟁을 소재로 한 할리우드 영화와 미국 소설에서 드러난 전쟁에 대한 미국인의 시각과 사회 정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찾아보면 우리는 그동안 한국 전쟁에 대해 많은 한국인들이 잘 못 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관계망의 해체와 재구성' 이 책은 한국인들의 '잘 못 알다'에 누가 개입했는지, 어떤 인식을 심고자 했는지, 무슨 의도를 갖고 있는지를 끝없는 해체를 통해 기존의 인식을 재구성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디지털 공론장과 뉴스 혁명' 수업 확장의 일환으로 해당 책을 선정하게 되었으며 한국 전쟁 영화의 특징과 영화에서 아시아와 한국인이 어떻게 타자화되었는지를 주로 이야기하고 이를 통해 미국이 얻고자 한 것은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하자.

 

[출처] 교보문고
[출처] 교보문고

 

한국 전쟁에 관한 할리우드 영화는 전쟁 진행 상태에 따라 그 특징이 구분된다. 먼저 한국 전쟁 전 영화는 2차 대전 당시 만들어진 영화 형식을 그대로 받고 있다. 책에서 '2차 대전 영화의 정형'으로 설명하고 있는 부분으로 선과 악의 뚜렷한 구분, 아군과 적군, 다양한 인종의 협동, 이데올로기의 수호를 위한 희생 등 적의 힘과 위협을 과장하거나 미국 군대에 긍지와 군인들의 희생정신 등 영웅화 작업이 이에 해당된다.

 한국 전쟁 중 만들어진 영화는 이러한 정형을 탈피하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기존의 방식으로 한국 전쟁을 설명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한국 전쟁과 베트남 전쟁은 같은 민족 간 일어난 내전인 만큼 뚜렷하게 선과 악을 구별하기 어려웠고 게릴라에 섞인 피난민 살상을 통해 미군은 민간인으로부터 환영받지 못했다. 그야말로 내전에 끼어든 초대 받지 못한 손님 신세였다. 더불어 2차 대전이 끝난 후 평화와 부유함 속에서 살던 미국 국민들 또한 참전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이러한 이유로 한국 전쟁 중 만들어진 영화는 참전에 대한 논란을 잠재우고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 '왜 싸워야만 하는가'에 초점이 맞추어 제작되었다. 또 다른 특징은 2차 대전 영화의 금기사항인 인종차별 문제를 건드려 완전히 기존의 정형을 탈피한다는 점이다. 책에서 가장 강조되는 영화인 쎄뮤엘 풀러의 '철모'에서 포로가 된 북한군 장교는 흑인 차별 법과 일본계 시민의 집단 수용을 언급하며 부당한 처우를 받고 있음에도 참전하는 이유에 대해 묻는다.

 

[출처] 다음영화 사무엘 풀러 철모 포스터
[출처] 다음영화 사무엘 풀러 철모 포스터

 

 이는 2차 대전 영화에서 국가에 대한 긍지를 내세운 것과는 달리 국가의 정의에 대한 의문을. 제시함으로써 기존의 정형을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전사자에 대한 냉소적인 미군의 대사, 이념의 수호가 아닌 경제적 이익을 장기 복무 이유로 제시하며 전쟁에 대한 낭만적 표현을 삭제하고 현실감을 끌어들이기도 했다.

 두드러지는 변화가 나타난 만큼 전쟁 중 영화가 가장 인상 깊게 남았다. 지금까지 접할 수 있었던 한국 전쟁 영화는 한국의 입장이 반영되고 더불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미화된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국 국민들조차도 참전에 부정적이었다는 사실과 책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영화 '철모'는 기존의 인식을 깨뜨릴 만큼 충격적이었다. 이런 내용의 영화는 계속 제작되었는데 왜 2차 대전이 끝이 났음에도 2023년의 우리는 그 당시 미국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었을까?

 한국 전쟁은 종종 '잊힌 전쟁'으로 표현되고는 한다. 승리 문화에 익숙한 미국에겐 낯선 패배였기 때문이다. 하찮게 여기던 아시아인과의 전쟁에서 완벽한 승리를 거두지 못해 자존심에 상처를 받기도 했고 이미 2차 대전에서 전쟁의 참혹함을 봐왔기 때문에 한국 전쟁에 대해 둔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미국민들의 상실감과 좌절감은 전쟁 후 영화에 반영된다. 병사가 그 스스로를 소모품으로 인식하거나 전투의 승리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철수를 주장하기도 한다. 책의 내용을 인용하자면 이러하다.

철수를 주장하고, 단순히 그 장소에 있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 싸우는 병사들의 모습은 한국 전쟁 영화에 드러난 새 양상이었다. 물론 모든 전쟁에서 병사들이 기본적으로 생존을 위해 싸우지만 적어도 2차 대전 영화에서는 공통적으로 자유, 민주주의 수호에 대한 확신을 보여 이들이 생존만을 위해 전투를 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았다. 

2차 대전 당시와 달리 개인화되고, 조직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저항, 승리에 대한 냉소적 태도가 당시 영화에 만연했던 것이다. 

 책을 읽음으로써 한국 전쟁에 대한 당시 미국 국민의 반응과 전쟁 진행 상황에 따른 사회적 분위기를 알 수 있었다. 수업을 들을 당시에는 미국 전체가 한국 전쟁을 통한 이익을 기대하고 그에 따른 동의에 따라 개입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건 엘리트, 권력층에 한한 내용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전쟁 진행 상태에 따른 영화 사례 덕분에 당시 국민들의 인식을 알 수 있었으며 왜 미국 국민의 절망감과 상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는지 왜 한국전쟁을 잊고 싶어 했는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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