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what if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인생 영화로 회자되고 있는 영화 '너의 이름은'

미츠하라는 순박하고 화려한 삶을 꿈꾸는 시골 여고생과 타키라는 늘 화려하고 똑같은 삶을 살고 있는 도쿄 남고생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어느 날 이 둘은, 새로우면서 이상한 꿈에서 눈을 뜨는 일이 많아졌다.

출처 '네이버 영화'
출처 '네이버 영화'

 

여자에서 남자가 되는, 남자에서 여자가 되는 꿈 아닌 꿈을 몇 번이나 꾼 후, 내가 아닌 내가 존재한다는 걸 확인받고 나서야 사실 꿈이 아니라 모든 것은 바뀐 영혼의 탓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혼란스러운 매일매일을 보내고 있는 둘, 이 꿈같지도 않은 현실을 믿으라는 건지 아무리 현실을 부정해 보아도 나와 그녀 혹은 나와 그가 바뀌어 생활하고 있는 것 같다. 아니 그럼이 분명하다.

'왜 우리에게 이런 일이'

하지만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자 적응의 동물이지 않은가. 야속하게도 반복되는 영혼의 바뀜과 흐르는 시간들은 무언가를 바꾸려는 노력을 할 새도 없이 흐르고 있었고 점차 하나가 아닌 둘로 살아가는 것에 익숙해진다.

서로는 서로를 원래의 모습으로 부르고, 또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바뀐 채로 살아가는 시간이 날이 갈수록 길어지고 내 몸보다 서로의 몸을 더 자주 보게 되자, 스스로 분열과 혼란을 겪기엔 충분한 상황이었다.

내가 원래 몸에서 일궈놓은 것들은 어차피 평생 이렇게 바뀐 채로 살아야 한다면 이 모든 것들은 부질없다는 생각이 머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내가 동경하던 삶은 생각보다 힘들기도 했지만 그만큼의 행복이 더 컸다. 남의 떡이 더 큰 법이라지만 둘은 서로의 떡을 손에 쥐고 언제나 맛볼 수 있게 된 격이다.

조용하고 빛난 적 없던 하루가 어느 한순간에 화려해지고, 소란하고 챗바퀴 굴러가듯 반복되던 지루하면서 틀에 박힌 삶은 매일매일이 새로워지면서 머릿속까지 자연의 향으로 가득 차게 됨을 느끼고, 또 그를 사랑하게 됐다.

되려 원래의 미츠하, 타키로 돌아가는 게 싫어지기 시작할 무렵, 둘은 기억을 점차 잃어가기 시작했다. 내가 누군지 너는 누군지.

출처 '네이버 영화'
출처 '네이버 영화'

 

둘은 또다시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도시에 있는 어떤 남학생과, 시골에 있는 어떤 여학생과 몸이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이 꿈같은 현실을 믿을 수 없는 둘은 분열과 혼란을 반복한다. 하지만 내가 원하던 삶을 잠깐 살아보는 것은 평생 금지되었던 달콤한 사탕을 맛보는 것 같았다.

우린 이쯤에서 이 말을 다시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 인간은 망각과 적응의 동물이라는 것. 사실 이 둘은 바뀌기 시작한 후로부터 무언가를 망각하고, 또 경험해 보지 못한 것들에 대한 적응을 반복하고 있었다.

서로는 몸이 바뀌지 않았다. 다만 원래 살고 있던 본래의 몸을 되찾은 것뿐이었다. 기억을 잊는다는 것은 더 큰 것을 갈망하게 하고 더 많은 것을 원하게 한다.

둘은 평생 새로운 꿈을 꾸면서 살아갈 것이다. 나를 잊는다는 건 너를 잊는다는 것. 그렇게 서로를 잊어가지만 평생 잊을 수 없는, 모순의 삶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둘만의 비밀과 둘만의 삶 속에서 잊고 또 기억하는, 복잡한 삶을 반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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