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는 마법 앞에서는 누구나 바보가 된다

@yes24

이 소설은 언뜻 보기에는 평범한 커플의 사랑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사랑하는 사람이 있음에도 새로운 사랑을 갈구하는, 즉 바람을 피우는 모습을 담아낸 소설이다.  여기서는 스노보드라는 같은 취미를 갖고  있는, 각자 애인이 있는 남녀가 스키장에 모여 남몰래 과감한 행각을 벌인다. 등장인물 대부분은 애인이 있으면서도 스키장에서 다른 이성과 바람을 피우고, 그들의 애인은 그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용서하고 결혼을 결심한다. 하지만 주인공들은 그들이 바람을 피웠었던 상대와 의도치 않게 계속해서 엮이며 마냥 순탄치는 않은 관계를 이어간다. 

이 책의 배경은 사토자와 온천 스키장이다. 등장인물 모두 이 스키장 안에서 각종 사건을 겪으며, 여기에 나오는 거의 모든 등장인물이 바람(불륜)을 피운다고 봐도 무방하다. 알록달록한 책 표지와는 달리 상당히 매운맛의 소설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작품을 보면 전체적으로 기승전결이 매끄럽게 이어져 술술 읽히는데, '연애의 행방'은 각각의 챕터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다 다르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형식이어서 읽는 도중 누가 누군지 헷갈리기도 한다. 게다가 나오는 사람마다 바람을 피우니 이 사람이 누구와 커플이고 누구와 불륜을 저지르는지조차 분간이 가지 않는 대목도 있다. 이 책의 소재도 그렇고 진행 방식이 생소하다 보니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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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건전한 주제도 아니고, 전체적으로 내용이 조금 난해해서 내가 책을 읽을 때에도 불편한 부분이 좀 많았다. 누가 봐도 다른 이성과 데이트를 즐기고 있는데 바람이 아니라며 합리화하는 고타, 애인이 있는데도 전 애인에게 너밖에 없다는 프러포즈를 받고 '지금 만나는 그 사람은 나를 이해해 줄 거야'라며 바로 돌아선 미유키, 친구를 도와주러 왔다면서 사실은 다른 마음을 품은 미즈키... 앞서 말했듯 이 소설의 등장인물 대부분은 애인이 있고, 대놓고 새로운 사람에게 자신의 불륜 상대가 되어 줄 수 있겠냐는 터무니없는 부탁을 하기도 한다. 

거의 모든 등장인물이 바람을 피운다고는 했지만, 불쌍하게도 이리저리 휘둘리며 상처만 받는 인물이 나오기도 한다. 소설 마지막 장의 분위기는 결국 해피엔딩인 듯하지만, 제일 마지막 장면은 결국 베드엔딩이다. 겨우 새로운 사랑을 찾나 싶으면 그 끝이 불륜남, 불륜녀라니. 실제 상황이었으면 엄청난 트라우마로 남았을 거다.

내용이 자극적이어서 그렇지, 책을 읽고 나면 '사랑이 대체 뭐길래 사람을 이렇게까지 밑바닥으로 끌어내릴까?' 하는 생각이 든다. 책 뒷면을 보면 '사랑에 빠지는 마법 앞에서는 누구나 조금은 한심해지기 마련!'이라는 문장이 적혀 있는데, 이 소설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이게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평범한 연애 소설인 줄 알고 책을 봤다가 앞부분을 읽고 충격을 받아 한동안 이 책을 건드리지 않았었는데, 한참 뒤에 다시 읽어보니 내용은 충격이었지만 과연 이들의 관계가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손에 땀을 쥐게 해서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었다. 분명 재미있는 소설은 맞다. 다만 누군가에게 섣불리 추천했다가는 '이걸 왜 나에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경악할 내용이 대부분이니 다른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면 조금 신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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