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교실에서 너무 큰 소리를 냈습니다. 조율되어야만 합니다. 안녕.

@yes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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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이, 혼자가 될 때'는 아사쿠라 아키나리의 추리소설이다. 학교라는 소재를 이용해 일본 특유의 청춘 느낌을 살리면서도 추리소설이라는 틀에 맞게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토리를 담아냈다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어느 순간부터 학교에 자살하는 학생들이 점점 늘어난다. 주인공 가키우치는 오래전 친한 친구였던 미즈키의 집에 찾아갔다가 이 집단 자살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사실 가키우치와 미즈키는 학교에서 전설로 내려오는 초능력을 가진 사람, ‘수취인’이었으며 가키우치는 이 사실을 의문의 인물이 가방에 넣어놓은 편지로 전달받는다. 이 능력은 남에게 들키면 사라지는 능력이며 모든 수취인이 다른 능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렇게 가키우치는 상대가 거짓말을 하면 목소리가 다르게 들리는 초능력을 이용해 이 자살 사건이 자살이 아닌 타살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학교에 모여있는 다른 수취인들과 함께 이 자살 사건의 범인을 찾아내 범인의 능력을 없애고 일상으로 돌아간다.

 다른 추리 소설들이 그렇듯이 '교실이 혼자가 될 때까지' 또한 책을 읽는 내내 긴장감을 놓칠 수 없었다. 특히 초능력이라는 뻔한 소재임에도 이를 색다르게 풀어나가는 점이 마음에 들었고, 마지막까지 범인의 초능력을 제대로 말해주지 않고 숨기며 진행한 점이 답답하지만 그래서 더 손에 땀을 쥐고 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보통 범인이 밝혀지면 모든 걸 포기하고 망연자실해하거나 눈물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단 유리(범인)은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아사쿠라 아키나리 작가의 문체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등장하는 순간부터 자신이 범인으로 지목되고 능력을 박탈당하는 순간까지 내내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그리고 학생들을 자살 사건으로 몰아넣은 이유에 대해서, 과연 이 교실을 이렇게 혼자가 되도록 몰아넣은 사람이 누구냐고 되묻는 장면에서 진짜 대단한 캐릭터가 쓰였구나 생각했다.

 물론 도를 넘는 짓을 했지만 교실에서 학생들이 단합하는 과정에서 고통받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건데 그걸 살인이라고 표현했다는 것 자체가 상상력이 풍부해야 나올 수 있는 표현이라고 느꼈다. 책을 읽는 동안은 범인이 누구일까, 왜 이런 극악무도한 짓을 했을까 계속 고민했지만 단 유리가 학생들을 죽인 이유를 밝혔을 때는 나도 학창 시절을 겪었고, 여전히 겪고 있는 사람으로서 단 유리의 마음이 어땠을지 이해가 갔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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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읽다 보면 단순 추리소설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일반적인 추리 소설에 나오는, 어른들의 계획된 범죄가 아니라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일어나는 일을 다뤘다는 점에서 가산점을 주고 싶다. 일반적인 추리소설에서는 형사와 탐정, 경찰의 역할이 너무 명확하게 정해져있었다면 여기서는 범인, 밝혀내는 사람, 피해자 모두 학생이라는 점, 그리고 나에게 익숙한 장소였기 때문에 더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마지막에 가서는 단 유리가 사신이었던 자신 스스로를 죽었다 말하며 일반 학생으로 돌아가게 되는 장면까지, 사건이 해결되고 끝이 아니라 이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교훈을 주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추리소설을 정말 좋아하는 편이지만 아무래도 스토리가 중요한 소재이다 보니 검증된 것들만 골라서 읽었었는데, 이 책은 처음 보는 작가였음에도 성공적인 도전이었다. '교실이 혼자가 될 때까지'는 책을 읽는 내내 끝없이 생각하게 만든다. 한 장 한 장 읽으면서 이 사람은 왜 이런 행동을 하고,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정말 궁금하게 한다. 나는 처음에 이 책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는데, 중간에 범인을 대놓고 알려주며 진행됨에도 엔딩이 강렬해서 후폭풍이 꽤 컸다. 하루를 상상력으로 가득 채우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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