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고 힘없는 나라에서 선진국 대열에 이른 오늘날까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였다. 외교와 정치에 관심이 없었던 나는 뉴스를 보면 늘 따분하였고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겼었다. 그러나 최근 외교와 정치에 관심이 생겨 조금이나마 얄팍하게 알게 된 후 세상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친 과거 우리나라의 외교 히스토리가 궁금하여 해당 도서를 읽게 되었다.

 

@교보문고
@교보문고

 

 우선 이 책을 읽기 전, 책의 지은 이 박수길 대사에 대해 짧게 소개하도록 하겠다. 그는 대한민국의 외교관으로서 1960년대부터 외교관 활동을 하여 대한민국 외교의 살아있는 증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는 2009년 유엔협회 세계연맹 총회에서 회장이 된 바가 있다. 그의 경험을 토대로 생생한 이야기들을 이 책을 통해 알아볼 수 있다.

 1960년대에 우리 대한민국은 국가로 인정받지 못했다. ‘별 볼 일 없는 나라’라며 무시당했던, 그런 상황 속에서도 외교관들은 무리한 외교를 하였다. 우리는 유엔에 절실히 가입하고 싶었다. 유엔에 가입하지 않으면 목소리를 낼 수가 없어 자국의 일이라도 우리의 마음대로 할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 외교관들은 유엔에 가입하기 위해 찬밥 신세를 받아 가며 치열히 노력하였다. 그러나 우리의 유엔 가입을 막은 것은 소련 등의 공산국 국가들이었다. 그들은 유엔에는 ‘국가’만 가입할 수 있다는 이유로 우리의 가입을 반대하였다. 그러나 88 올림픽 이후 우리는 적극적인 북방 정책을 시행하였다. 외교를 더욱 적극적으로 진행하였고 그들로부터 우리나라의 유엔 가입에 대해 반대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이렇게 우리의 유엔 가입 확률이 높아지자 동시 가입을 반대하던 북한도 남한과의 유엔 동시 가입에 찬성하였다. 이렇게 한국은 건국 40여 년 만에 유엔에 가입하게 되었다. 

 세계의 역사 속에는 두 번의 큰 전쟁이 있었다. 이 전쟁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고 땅은 황폐해졌다. 국제사회는 이러한 문제를 두고만 볼 수는 없었다. 그리하여 세계의 평화를 위한 국제기구, 유엔이 만들어졌다. 유엔은 많은 기관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중 가장 집중해서 봐야 할 기구가 안전보장이사회이다. 이 기구를 집중해서 보아야 하는 이유는 국제 평화 및 안전 유지에 대한 행동의 결정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우리나라는 유엔에 가입하자마자 안전보장이사회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두었다.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에 선출이 되기 위해서는 회원국의 3분의 2 이상의 표를 얻어야 한다. 사실 유엔에 가입한지 4년 밖에 되지 않았을 시점이었기에 우리나라는 경험도 인맥도 넓지 않은 상황이었다. 심지어 다른 후보 스리랑카는 넓은 인맥도 있었을뿐더러 역임을 한 이력도 있었기에 우리나라가 안보리의 비상임이사국에 선출되기는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때마침 스리랑카의 내부에서 분열이 일어났고 그들의 관심사가 유엔이 아닌 경제로 바뀌어 우리에게는 큰 찬스가 되었다. 우리나라는 더욱 투표 독려에 박차를 가하였다. 스리랑카에게 경제적 지원을 강화하였고 약소국에게는 뉴욕행 여비까지 주기도 하였으며 비동맹국가들에게는 경제적으로 많이 지원하였다. 우리나라는 이렇게 회원국의 3분의 2 이상의 표를 압도적으로 넘겨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에 선출이 되었다. 안보리 이사국이 갖는 국제적 힘은 엄청났다. 미국의 태도도 분명히 바뀌었는데, 유엔의 한국 대표 주요 간부들의 모두 초대해 후한 대접을 해주며 본인들의 입장에 지지해달라고 요청을 하였다. 안보리 이사국이 되기 전에는 자국의 문제라도 이사국 외교관들의 비밀 회의의 내용을 전혀 알 수 없어 그들의 꽁무니를 쫓아다니며 하나의 정보라도 얻으려고 하였다. 또, 유엔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나라들이 찾아와 유엔 가입에 대한 도움을 요청을 하기도 하였다. 그럴 때마다 책의 지은이는 어깨가 으쓱 올라갔다고 한다. 

 유엔 하면 어떤 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미국? 국제사회? 나는 반기문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반기문은 전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일을 하였다. 그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일을 한 것은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였다. 그렇다면 그는 어떻게 사무총장이 되었을까. 반기문이 장관으로 일을 한지는 고작 2년이 되었고 선거까지는 8개월 남아있던 때였다. 그는 유엔 사무총장에 출마하겠다고 하였고 이는 노무현 대통령도 큰 관심을 보였다. 그의 출마에 대해 해외에서는 그의 당선 확률을 낮게 보고 있었다. 유엔 사무총장 투표에 상임이사국의 반대가 1개라도 있으면 당선이 되지 못하는데, 상임이사국에는 중국이 있다. 중국이 본인들의 위협 대상인 미국과 동맹을 맺고 있는 한국에 찬성 표를 줄리 없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미국 대사 측에서는 반기문이 외교관으로서도 자연인으로서도 존경할만하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반기문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선거 운동을 하였다. 아프리카는 노 대통령의 방문길을 동행하여 적극적인 선거 운동을 하였다. 반기문은 북한 문제를 다루는 회담을 통해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의 외상들과 개인적으로도 많이 가까워졌다. 또한 중국에서는 후임 사무총장은 무조건 아시아인이어야 한다고 하였고 프랑스에서도 반기문이 불어를 잘한다고, 일본에서도 이웃국에서 사무총장이 선출되는 것에 나쁘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강력한 경쟁자가 있었다. 태국의 수라끼앗 부총리가 바로 그 경쟁자이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에서는 대놓고 그를 지지하였다. 하늘이 도왔을까. 태국에서 쿠데타가 발생한 것이다. 쿠데타가 발생한 시기의 국가에서 사무총장이 선출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반기문에게는 큰 경쟁자가 사라진 꼴이다. 반기문은 총 4번의 예비투표에서 당당히 1등을 차지하였다. 2006년 10월, 반기문은 제8대 유엔 사무총장이 되었다.

 

@Unsplash
@Unsplash

 

 이 책을 읽을 때면 나도 모르게 소름이 끼친다. 정말 가난하고 무시당했던 대한민국이, 북한보다도 가난했던 대한민국이 엄청난 성장 속도를 보여주었으며 국제사회를 상대로 의견을 내고 결정하는 일에 참여한다는 게 놀랍고 감탄만 나온다. 특히 책의 지은이인 박수길 대사의 생생한 이야기들, 그의 감정 변화가 기억에 남는다. 무시당하며 힘이 센 나라의 외교관들을 쫓아다니던 그가 타국의 외교관들이 그에게 후한 대접을 해주었을 때의 감회를 느껴볼 수 있었다. 또 우리나라는 2028년에 세 번째로 이사국을 진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성공할 수 있을지, 과거의 짜릿함을 느껴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 책의 내용에는 없는 또 다른 과거의 외교 일화 등이 더욱 궁금해진다. 외교가 어떤 것인지 얕게나마 알 수 있게 해준 책이었다. 우리나라의 과거 외교에 대해 궁금하다면 읽기를 추천하는 책이다.

 

 

저작권자 © MC (엠씨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