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UHD 시청 가구 1%가 의미하는 현실

 'UHD'는 Ultra high definition라는 의미로 초고해상도의 방송 영상기술을 의미하며 '지상파 UHD'는 지상파 방송을 UHD로 송신 및 수신하여 대중들이 지상파 방송을 UHD로 시청할 수 있는 기술을 의미한다. 우리들이 시청하는 대부분의 Full-HD 해상도의 영상 콘텐츠 보다 4배 높은 해상도를 표현함으로써 영상의 디테일, 심도, 화질, 색영역 등에 이점이 있다. 따라서 미래의 새로운 먹거리와 트렌드로 만들어 나갈 것이란 전망에 2014년에 지상파 UHD 시험 송신을 시작하였고 이를 계기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세계 최초 UHD 올림픽 중계라는 타이틀을 따내기 위해  부랴부랴 2017년 공식적으로 지상파 UHD 신호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각 송신소에 UHD 신호를 송신하기 위한 장비 교체, 방송사에 대한 UHD 콘텐츠 제작 지원, 아파트 단지 공시청 UHD 개선 사업을 진행하는 등  정부는 지상파 UHD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했다. 

출처 : KBS NEWS
출처 : KBS NEWS

그렇게 5년이란 시간이 지난 지금 지상파 UHD의 실적은 어떨까?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처참할 따름이다. 국회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지상파 UHD 방송 직접 수신율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불과 2.2%에 해당하며 해당 연도 UHD TV 보급률 14.7%로 해가 바뀔수록 UHD TV 보급률은 높아지고 있지만 UHD 수신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가에서는 지상파 UHD에 대한 투자를 이어오고 있지만 대중들은 그만큼 UHD에 관심이 없고 외면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대중들은 지상파 UHD에 관심이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 - 유료 방송사(IPTV, 케이블방송, 위성방송)에 대한 재전송 문제. 
지상파 방송사들은 UHD로 방송 콘텐츠를 생산하고 방송으로 내보내고 있다. 국가에서는 UHD를 성장시키기 위해 지상파 방송에 대한 최저 편성 비율 기준을 만들었고 이 기준을 맞추기 위해 기존 HD로 만든 영상물을 UHD 수준으로 올리는 업스케일링(upscaling) 기술까지 동원하여 비율을 맞추기 위해 애를 먹고 있다. 그 과정에서 프로덕션과 방송을 송신하는 그 모든 단계에서 고도의 워크플로(workflow)가 뒷받침이 되어야 했고 적지 않는 비용이 투입됐다. 이렇게 만든 UHD 콘텐츠 결과물은 불가피하게 HD의 재전송료 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유료 방송사와 협상에 들어가야 했고 결국 그 가격으로는 재전송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이후 지상파 UHD 방송 5년이 지났는데도 유료 방송사에 대한 지상파 UHD 재전송이 이루어지지 않고 않다. 현재 유료방송 가입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자료에 따르면 22년 상반기 3600만 명에 이른다. 지상파 재송신 협상에 성공한다면 아래의 유료 방송사를 통해 편리하게 지상파 UHD 방송을 시청할 수 있게 될 것이며 덩달아 UHD 수신 비율은 급격하게 높아질 전망이다.

출처 : 디지털데일리
출처 : 디지털데일리

 

두 번째 - ATSC 3.0 규격에 포함된 암호화 기술의 적용.
지상파 방송사들은 UHD로 방송을 송신할 때 미국 방식의 ATSC3.0 표준을 채택해서 전파를 내보낸다. 여기서 문제는 이 전파에 암호화 기술을 탑재한 채로 송신하는데 송신된 전파는 안테나를 통해 TV에서 수신되는데  암호화된 신호를 해제하는 복호화(復號化) 과정이 있어야만 지상파 UHD 수신이 가능해진다. 그런데 문제는 이 복호화 기술을 가지고 있는 TV 제조사는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불과하며 이들을 제외한 가성비 좋은 중소기업 생산 제품과 소니, 파나소닉, 하이센스 같은 수입품 제품은 국내에서 지상파 UHD 방송을 수신할 수 없다. 방송 콘텐츠의 무단 복제 및 배포를 막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 암호화 기술을 탑재했지만 정작 삼성 LG전자만 배불려주는 꼴이 되었다. 물론 정부에서 중소기업 제품들을 위해 복호화 기술 탑재를 하기 위한 지원 제도는 있었지만 제품의 단가 인상 등의 요인으로 인해 경쟁력이 떨어져 결국 무산되었다. ATSC3.0 규격을 처음으로 제시한 미국에서도 암호화를 하지 않는다. 지상파 UHD 활성화를 위해서는 암호화 기술은 제거돼야 할 것이다.



세 번째 - 직접 수신의 한계 및 아파트 공시청 설비의 노후화
이 글을 읽는 독자에게 삼성과 LG전자에서 만든 UHD TV가 있다면 '지상파 TV 안테나'를 구비하여 TV에 연결하면 지상파 UHD를 직접 수신할 수 있고 수신에 필요한 안테나도 만원 이만 원이면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결코 저렴하다고 볼 순 없다. 게다가 기존에 유료방송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데 굳이 UHD 방송 시청하자고 안테나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현실이다. 아파트 같은 다세대 주택에서 거주하고 있다면 별도의 안테나를 구매하지 않아도 공시청 시설이 구비되어 있어서 벽 아웃렛의 TV(RF) 단자에 TV에 연결만 해주더라도 지상파 UHD 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 하지만 아파트 공시청 시설도 한계가 있는데 현재 건축법 시행령 87조 4항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도자료(18.12.28)에 따르면 건물 내 모든 가구들이 안테나 없이 UHD 방송을 시청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공시청용 UHD 신호처리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고 되어 있지만 시행 이전에 건축된 아파트의 경우 해당사항이 없다. 

출처 : 박석환

고로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나 다세대 주택들은 공시청 설비가 노후화가 되어 있거나 UHD를 지원하지 않아 결국 가정 내에서 안테나를 구비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글쓴이의 경우에도 아래의 사진의 모습처럼 아파트 공시청 시설이 UHD를 제공하지 않아 안테나를 구비해서야 겨우 지상파 UHD를 직접 수신할 수 있었다. 

글쓴이의 아파트에도 아파트 공시청 시설이 UHD를 지원하지 않아 아웃렛에 TV를 연결해도 HD 방송만 수신되어 지상파 UHD 직접 수신을 위하여 별도의 안테나를 연결했다.

출처 : 박석환
출처 : 박석환

 

네 번째 - 방송사를 앞서가는 OTT들의 컨텐츠의 품질
OTT가 등장한 이후로 TV를 시청하지 않는 가구가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특히 우리 세대들의 경우 TV가 없거나 방송을 시청하지 않는 경우를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을 보면 휴대폰 혹은 태블릿을 이용하여 OTT(유튜브, 넷플릭스, 웨이브, 디즈니 플러스, 왓챠 등)을 정기 구독하여 콘텐츠를 시청한다. 간혹 TV가 있더라도 유료방송을 가입하지 않고 TV 자체적으로 지원하는 OTT 애플리케이션만 이용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런 현상이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OTT의 경우 유료 방송과 달리 가입과 해지가 간편하고 TV를 구입할 필요가 없으며 방송사에서 제작하는 콘텐츠 보다 더 재미있고 풍부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방송사에서 제작되는 콘텐츠보다 우수한 품질을 가진 것은 덤. 지상파 3사에서 제작되는 콘텐츠들은 UHD 콘텐츠로 제작해 준다면야 다행일 지경이다. 하지만 OTT들은 기본적으로 UHD의 비율이 매우 높고(송신 단계를 거치지 않기 때문) 방송사에서는 비용 부담이란 핑계로 시도조차 하지 않는 광색역 규격의 표준인 HDR과 Dolby Atmos라 불리는 입체음향 기술도 영상 콘텐츠에 마스터링 하여 내보낸다. 이런 현상들 역시 지상파 UHD의 경쟁력을 약화 시키는 요인이라 생각된다. 

출처 : 박석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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