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What If
‘너의 이름은’이라는 영화는 도쿄에 사는 소년 ‘타키’와 시골에 사는 소녀 ‘미츠하’가 서로 몸이 뒤바뀌는 신기한 꿈을 꾸는 것 같았지만 그것은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 잊고 싶지 않은 사람, 잊으면 안 되는 사람으로 서로를 생각하는 것에서 특별한 인연이 시작되었다.
영화 제목처럼 이들에게는 ‘이름’이 중요했다. 미츠하만 타키를 알아보았던 때에도 미츠하와 타키가 서로를 알아보고 만났을 때에도 서로의 이름을 물어보았고 장소도 동일하게 지하철이었다.
과거에 추락한 혜성으로부터 5년이 지나 성인이 된 타키와 미츠하는 아무 이유 없이 항상 무언가를 찾는 듯한 기분이 들었고 무언가를 잊고 지내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맞은편 지하철에서 서로를 목격하고 무작정 달려가 계단에서 만난다. 그리고 서로의 이름을 묻는다.
하지만 만약 타키와 미츠하가 지하철에서 마주쳐도 내리지 않는다면 어땠을까?
서로 무언가를 누군가를 잊고 지내며 살고 있는 것 같겠지만 정확히는 모른다. 그러니 지하철에서 우연히 마주친 미츠하와 타키는 지하철에서 내리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미츠하와 타키 중 한 명만 내렸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한 명만 내리든 아무도 내리지 않든 그렇게 지나쳐보낸 뒤 계속 생각이 날 것이다.
“그 사람은 누굴까?”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은데?”
“나를 아는 사람인가?”
같은 질문으로 스스로에게 물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궁금해서라도 언젠가는 결국 만나려고 하거나 만나고 싶어 할 것이다. 같은 길을 지나갈 때 한 번이라도 스치게 될 것이다. 왜냐면 그들은 많은 사람들 중 서로의 몸으로 바뀌었던 운명이니깐.
어디서 어떤 만남을 가지든 이들의 만남을 무를 순 없을 것이다. 그래서 결말이 바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이 영화를 보고 사람의 기억은 잊어버릴 수는 있어도 감정은 사라지게 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무의식에서 나오는 나도 모르게 나오는 감정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 것인가.
유일하게 결말을 바꿀 수 있는 것은 만나는 시기가 아닐까라고 생각해 본다.
좀 더 일찍 만났다면 무언가를 잊고 살고 있었던 감정에 대해 서로 이야기했을 것이다. 잊고 있었던 그것이 바로 너인 것 같다고. 다른 사람과 구별이 가능하게 하는 이름을 물었을 것이다. 그 이름을 듣고는 잊어서는 안 될 기억을 되찾을 것이다. 이제야 라도 만나서 다행이라고.
까먹은 기억도 기억이다. 정말로 생각이 나지 않는 기억은 사라진 것이지만 까먹은 것은 잊어버린 것이 아니다.
조그마한 감정이라도 남아있다면 그것 또한 기억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처음 본 사람에게 이름을 묻듯이 잊어버린 기억 속 익숙한 사람에게 다시 묻는다.
“너의 이름은...?”
서로를 알아본다는 것은 그 어떠한 장애물이 있어도 막지 못하는 아름다운 기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