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MBC 라디오스타 공식 홈페이지
출처: MBC 라디오스타 공식 홈페이지

 

지명받았습니다.”

 

이 말은 최근 한국 인터넷과 유튜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일명 다나카 상이라고 불리는 한국인 개그맨 김경욱 씨의 부캐의 유행어다. 이제는 방송에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이 부캐라는 개념은 2년 전 MBC 예능 프로그램인 <놀면 뭐하니?>에서 등장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는 유재석의 트로트 가수 부캐 유산슬, 개그우먼 김신영의 가수 부캐 둘째 이모 김다비 등이 있는데, 이들은 예능을 비롯한 방송 프로그램 곳곳에서 활약하며 시청자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었다. 부캐는 방송뿐만 아니라 유튜브에서도 환영받는 콘텐츠다. 그 예로 카페 사장 최준등 부캐에 스토리를 겸비한 콘텐츠를 만들면서 큰 사랑을 받은 <피식 대학>, 앞에서 언급한 <나 몰라 패밀리> 채널의 다나카 상을 소개할 수 있다.

다나카 상은 일본에서 호스트 일을 하다가 로커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한국으로 들어온 설정의 캐릭터다. 처음 보는 사람들은 한국인인지 일본인인지 헷갈린다고 할 정도로 일본인 특유의 서툰 한국말 억양 연기와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인기에 힘입어 지난주에는 지상파 방송인 MBC <라디오 스타>에 등장해 화제가 되었다. 부캐의 방송 출연은 처음이 아니다. 이미 여러 연예인이 부캐로 방송에 등장해 그들의 예능감을 마음껏 뽐냈다. 마찬가지로 유튜브에서 출발한 캐릭터인 최준역시 처음에는 부캐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개그맨 김해준으로 방송에 잘 출연하고 있다. 하지만 다나카 상을 이들과 같은 선상에서 바라보기에는 뭔가 불편한 지점이 하나 있다. 바로 그가 호스트라는 직업을 가진 캐릭터라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호스트는 일본의 유흥업에 종사하는 남자이며, 유행어인 지명받았습니다.’ 또한 그런 직업적 특성과 연관이 있다.

 

출처: 유튜브 채널 '나몰라패밀리 핫쇼'
출처: 유튜브 채널 '나몰라패밀리 핫쇼'

 

일본인 호스트 캐릭터가 유튜브 콘텐츠에서 활약하며 소비되는 것과 지상파 방송에 등장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방송의 근간이 되는 방송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방송법 제5(방송의 공적 책임) 5항에 따르면, ‘방송은 건전한 가정생활과 아동 및 청소년의 선도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음란 퇴폐 또는 폭력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최근의 행보를 보면 다나카 상은 자신을 유명 술집에서 일하다 온 캐릭터라고 당당하게 소개하고, 퇴장할 때 또한 가게에서 손님의 지명을 받아 퇴장하는 설정을 방송과 함께 연출한다. 퇴장 후에는 본체인 김경욱으로 등장하긴 했지만, 이미 다나카 상이 대중에게 노출된 후였다.

물론 표현의 자유는 존중받을 수 있다. 예술의 자유 또한 헌법 제22조에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흥업소나 호스트 같은 민감하고 자극적인 소재를 오직 재미 추구의 명목만으로 청소년도 시청할 수 있는 15세 이상 시청가의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시키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

몇 년 새 방송 못지않게 유튜브 시장이 성장하면서, 유튜브에서 화제가 된 콘텐츠는 방송에 등장하며 유튜브라는 한정된 틀을 벗어나 인지도를 높이고, 방송 또한 덩달아 화제성을 얻을 수 있었다. 이런 윈윈 방법도 좋지만, 너무 재미만 추구하느라 지상파 방송의 본질을 잊어버려서는 안 된다. 한 개인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캐릭터와 그가 얻고 있는 인기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예능 인재를 발굴해 방송에 출연시키는 것도 방송이 가진 책무다. 다만 지상파 방송국으로써의 공적 책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본말전도(本末顚倒)’라는 말이 있다. 자극적인 소재와 재미를 통한 화제성과 방송이 가지는 공적 책임 중 어떤 것이 본질적이고 지엽적일까. 이 둘이 뒤집혀 있는 것은 아닌지, 방송에서의 본()과 말()을 명확히 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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