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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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S. 잘 지내? 우리가 연락을 안 하고 지내는 건 아니지만, 얼굴을 본 지는 벌써 1년이 다 되어 가네. 텍스트로 나누는 몇 마디의 대화로는 다 알 수 없는, 내가 직접 볼 수 없는 너의 하루가 평탄한지,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다. 네가 서울로 올라가 일을 하며 타지 생활을 시작한 게 올해 초였는데 벌써 연말을 앞두고 있다니 시간이 참 빠르면서도 느린 것 같아.

 

네가 처음 서울로 가게 되었다고 했을 때가 기억나. 늘 더 넓은 세상을 향한 갈망이 있었던 너를 알았기에 많이 놀라지는 않았지만, 친구로서 걱정이 되기도 하면서 또 너를 무작정 응원하게도 되는 묘한 양가감정이었어. 물리적 거리가 멀어지니 더는 예전처럼 자주 볼 수 없다는 것이 아쉬우면서도 먼 타지에서 씩씩하게 잘 지내고 있는 너를 보면 대견한 마음이 들기도 하더라. 난 우리가 만나서 시간을 보내거나 대화를 나눌 때는 아직도 고등학생 시절 그대로 멈춰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다가도 또 가끔은 훌쩍 커버린 것 같기도 해. 특히 S, 네가 우리 중 조금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어서 그런 것 같아. 나는 아직 제대로 겪어보지 못한 미지의 어른 세계 같은 느낌이랄까. 네가 들으면 웃거나 타박할 만한 이야기지만.

 

어쨌든, 영원히 고등학생일 것 같던 우리가 조금은 큰 것 같다고 느껴질 때가 있어. 예를 들면 시험이 끝나고 떡볶이를 먹으러 갔던 그때와 달리 한 잔, 두 잔, 함께 술잔을 기울일 때나, 밤이 되면 아쉽게 헤어졌던 그때와 달리 마음만 먹으면 새벽까지 거뜬히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을 때. 가족과 함께 살았던 그때와 달리 혼자만의 공간을 꾸리며 살아가는 것을 볼 때. 아주 소소한 것들이지만 일상적인 것들이기 때문에 더 크게 와닿는 것일지도 몰라. 그리고 세상에서 무서운 것은 야간 자습 시간에 떠들다가 선생님께 혼나는 것 정도밖에 없었던 우리가 세상의 한 단면을 마주했을 때, 말하자면 일터에서 혼이 나 속상해하는 너를 볼 때나 밤이 늦도록 일하고 있다는 너의 연락을 받을 때, 나는 종종 그런 생각을 하곤 했던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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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가 되고 나니 세상이 조금은 다르게 보여. 10대였던 때보다 부딪혀야 할 세상의 단면이 많아져서일까? 어떤 날에는 우리가 험난하고 무서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고 느껴지기도 해. 이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많은 20대가 겪는 일들이 더는 남의 일처럼 다가오지 않더라고. 요즘 뉴스만 보더라도 알 수 있잖아. 이미 세상에 나온 이들이 겪는 불합리함이나 무고한 희생 같은 거 말이야. 특히 S, 네가 직장에서 열정페이를 요구받았지만 그게 당연하니까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걸 들었을 때 당장 현실을 바꿀 방법은 없고,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어쭙잖은 위로의 말뿐이라는 게 얼마나 속상했었는지 몰라.

 

S. 그렇지만 난 늘 너를 응원해. 너로부터 시작되었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20대를 응원하고 싶어. 거기엔 너도, 그리고 너와 나의 친구도 있기 때문이야. 네 삶을 씩씩하게 살아가는 S, 네가 세상에 꺾이지 않고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기 위해서 우리가 자란 만큼이나 세상도 함께 자라기를 소망해. 서울의 겨울은 이곳보다 더 춥겠지만 서울에서 맞는 너의 첫 겨울이 조금은 따뜻하기를 바라며, 너의 친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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