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도 악이 될 수 있다?’라는 논문을 읽고 제일 기억에 남는 부분을 적어보라고 한다면 첫 장에 나온 ‘종교인들은 종교를 통해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합니다. 답답하던 것이 트이고, 마치 유폐된 공간에서 출구를 찾은 것 같다고 말합니다. 맺히고 엉킨 것이 풀린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는 일들이 잘 되고, 아픈 몸이 낫고, 사는 것이 즐겁고 고맙다고 말합니다. 자연히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도 여유 있게 대할 수 있고, 그래서 마음이 넉넉해진 것 같다고 말합니다. 다듬어 말하면 이 여러 증언들은 결국 자신의 실존에 대한 ’의미 있음‘의 승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라는 부분이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출처 - 흰덕's 블로그

 

저는 종교가 없는 무교입니다. 어렸을 때는 부모님과 할머니를 따라 절에 다녔지만 가끔 친구를 따라서 교회를 다닐 만큼 집에서도 종교에 대해서는 저에게 뭐라고 하시지는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는 이 논문에서 위와 같이 말하는 것에 대해 공감을 할 수 없어서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저도 신이나 종교를 전혀 안 믿었던 것은 아닙니다. 저도 진짜 힘들거나 우울하거나 기대고 싶을 때 종교의 힘을 빌립니다. 근데 종교의 힘은 항상 거기까지입니다. 전혀 달라지는 것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또 힘들거나 기대고 싶을 때 종교나 신을 찾습니다.

저는 인간에게 종교는 ‘대나무 숲‘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책에서 임금님 귀에 대한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신하는 아무도 없는 대나무 숲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라고 말합니다. 저는 종교가 이 대나무 숲의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고 위로해 주지 않고 말하지 못할 상황에 저는 종교를 찾고 신을 찾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들어주지 않지만 혹시나 누가 들어줄까 봐 혹은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거나 마음에 여유를 만들기 위해 대나무 숲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치는 신하처럼 저에게 종교 또한 이런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출처 - 핀터레스트
출처 - 핀터레스트

 

그리고 두 번째로 기억에 남는 부분은 ‘해답은 ’꿈의 현실‘입니다. 혹은 ’꿈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바뀌지 않는 현실을 물음으로 지니지 않고 의미 있는 것으로 수용하는 것이 해답의 모습이라는 사실은 이를 적절하게 보여줍니다. 하지만 꿈을 깨면 여전히 현실이 내 앞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꿈을 꾸려면 다시 눈을 감아야 합니다.’잠을 자야 하니까요. ‘ 해답은 그래서 ’눈을 감을 때, 곧 맹목적‘일 때 가장 효과적으로 확보됩니다. 종교는 그렇게 자신의 해답을 경험하도록 요청합니다. 현실을 차단할 때 해답은 비로소 가장 확실하게 등장합니다.라는 부분입니다.

‘꿈에서 깨면 여전히 현실은 앞에 있고 그 꿈을 다시 꾸려면 눈을 다시 감아야 한다. 잠을 자야니까요’라는 부분을 보면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일도 너무 많고 생각도 너무 많아서 많이 힘들어하고 있는데 그럴 때마다 산책을 하거나 노래를 듣거나 친구를 만납니다. 하지만 당연히 일은 그대로 있고 돌고 돌아 정신을 차리면 저는 처음 위치 그대로 서 있었습니다. 다시 그 일을 피하려고 하면 더 복잡해지고 결국 힘들어지는 건 저였습니다. 위에서 말한 본문 내용에서 마지막에 이런 말을 합니다. 종교는 ’눈을 뜨지 말 것‘을 규범화합니다’라고 말합니다. 제가 살면서 종교를 부정한 적은 있어도 틀렸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는데 이 부분에서 처음으로 종교가 틀렸다고 생각했습니다. 눈을 뜨지 않고 내 앞에 있는 일들을 피하고 부정해버린다면 그것들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더 커져서 배로 커져서 돌아와 나를 더 힘들게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각자에게 주어진 일이 있고 그 일을 안 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작은 일부터 피하게 된다면 나중에는 잡을 수 없을 만큼 크게 돌아올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는 부분은 논문의 제목인 ‘종교도 악이 될 수 있다?’입니다. 저는 종교도 당연히 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종교를 믿고 안 믿고는 자유이지만 얼마나 믿어야 하는지는 같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믿음이 강하면 좋을 수도 있지만 그것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믿음에도 선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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