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살기에는 아까운 인생

 영원한 삶을 원하는가? 여기 한 천사는 영원한 삶을 두고 유한함의 감각을 위해 영생을 포기한 천사 다미엘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가 있다. 그는 무엇 때문에 인간들이 원하는 무한함을 두고 인간이 되기를 원하는지 주의 깊게 보면 좋은 영화이다.

 

NAVER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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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미엘은 카시엘과 함께 베를린 거리를 돌아다니며 인간들을 지켜보고 가끔 슬픔에 빠진 사람들을 위로한다. 천사는 영원을 사는 존재이지만 유한한 삶을 사는 인간이 느끼는 감각을 느끼지 못하는 설정을 하고 있다. 다미엘은 곡예를 하는 마리온을 사랑하게 되고 그녀를 같은 인간으로 사랑하기 위해 천사를 포기하고 인간으로 변하게 된다. 뚜렷한 경계선이 없이 느릿느릿 이야기가 전개된다. 서사적이라고 하기도 서정적이라고 하기도 힘든 방법이다. 인간과 천사의 사랑도 명확한 선이 보이지 않으며 흐릿하게 연출한다. 

다미엘과 카시엘 그리고 마리온은 극 중 이름과 배우의 이름이 다르다. 하지만 피터 포크는 극 중 이름과 배우의 이름이 같다. 또한 피터 포크는 그의 연기 경력을 대표하는 콜롬보로도 불린다. 이는 피터 포크를 영화 안에서 캐릭터 성을 부여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베를린 천사의 시는 흑백과 컬러 두 가지 큰 프레임으로 영상을 구분한다. 천사가 보는 시선에는 세상이 흑백으로 보인다. 다미엘에게 처음 색상이 부여된 시기는 마리온에게 사랑에 빠진 순간이다. 다미엘이 인간이 되었음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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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를린 천사의 시>를 단순히 천사와 인간의 사랑으로 해석하면 안 된다. 동서 냉전으로 생긴 베를린장벽의 압도적인 음울함을 보여준다. 또한 시대를 초월한 인간 존재인 고통을 서술하지 않고 보여준다. 그런데도 사랑은 인간에게 남겨진 유일한 인간다움의 징표이기 때문에 프레임의 색상 부여의 요소가 된다. 또한 처음 시작할 때 다미엘이 작성한 글에서의 ‘아이가 아이였을 때’라는 말은 아이였을 당시 보인 확실한 천국을 지금은 볼 수 없고 상상만 하는 모습을 말하는 듯하다. 따라서 천사인 다미엘을 극 중 인간은 보지 못하지만 그러한 설정을 깨고 아이들은 다미엘을 대체로 알아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다미엘의 마지막 독백이자 필기에서는 “나는 이제 안다. 어떤 천사도 모르던 사실을”이라고 나온다. 유한한 존재가 느끼고 인지하며 살아가는 삶의 기쁨과 슬픔은 무한한 존재에게는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은 가장 큰 역설이다. 그러한 이유에서도 인간은 무한함을 원한다.

 지금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개발된 베를린 포츠담 광장이 2차 세계 대전 이후 전쟁으로 인해 무너진 황폐한 모습이 보전돼 화면에 담겨있다. 그 사이로 서구 문명을 대표하는 시인인 호메로스가 걸어가며 영화는 끝난다. 언어는 언어로 이야기하고 서술할 수 있지만 무한함은 유한함을 통해서만 존재하고 의미성을 부여받을 수 있다는 모습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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