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라니가 기승이다.

킥라니란, 킥보드와 고라니를 합성한 말로써, 도로 위에 갑자기 나타나는 고라니처럼 공유형 킥보드를 타고 예측 불가의 사고를 초래하는 도로 위의 불청객을 뜻한다. 우리 주변에서도 킥라니는 쉽게 볼 수 있다.

당장 캠퍼스를 가로지르고 있는 도로로 나가보자. 앞서 말했던 킥라니와, 다음 수업을 위해 강의실로 향하는 학생과, 그 사이를 유유히 지나가는 자동차들이 한데 뒤엉켜 아수라가 펼쳐지고 있다. 최근 운전자들의 공감을 사고 있는‘한문철 TV’에서도 이들을 꼬집은 영상이 화제가 되고 있다. 해당 영상에서 보이는 킥라니들은 차에 부딪혀 도로 중심에서부터 저 바깥으로 종잇장처럼 날아간다. 하지만, 댓글에는 누구도 그들을 동정하지 않는다. 사람이 다쳐도 그 고통을 기뻐하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공유형 킥보드는 편리함을 갖춘 새로운 교통수단으로써 사랑받고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사회의 새로운 골칫덩이로 미움받고 있다. 그 이유는 개인형 이동 수단이 자리 잡기엔 법도, 책임감도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다.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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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안전 법규는 21년 상반기에 마련되었으나 제대로 실천되지 않는 것을 첫 번째 문제로 볼 수 있다. 현재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개인형 이동 장치는 자전거도로에서 원동기 면허 이상 소지자만 운행할 수 있다. 또 보호 장구를 미착용하거나 2인 이상이 동반 탑승 시 범칙금이 부과된다. 이처럼 ‘불법 운행’이라는 큰 타이틀 안에 안전모 미착용이나 동반 탑승 등을 묶어 단속한다고는 하지만, 단속이 제대로 이루어지기는 힘들어 보인다.

그리고 이른바 ‘안전 불감증’이라 불리는 개인적 안전 의식 부족이 두 번째 문제이다. 자동차에 탑승할 때 안전띠를 해야 하는 것처럼, 개인형 이동 수단을 이용할 때도 안전모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제대로 착용하는 사람을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개인형 이동 수단의 주 이용층은 10대와 20대인데, 면허 취득이 불가능한 10대 청소년은 킥보드 이용을 위해 불법으로 신분을 도용하기도 한다. 이 같은 안일한 안전 의식은 결국 1020 이용자 사고율 74%라는 수치로 나타났다. 심지어는 술을 마신 상태로 킥보드를 이용하는 사람도 있다. 음주 상태로 차를 몰면 음주 운전이지만, 킥보드는 차량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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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사업이 안정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이제 막 자리를 잡는 시기이다 보니 안전한 개인형 이동 수단 이용을 위한 환경 조성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세 번째 문제이다. ‘킥라니’의 사고가 사람들에게 동정을 얻지 못하는 것에서도 볼 수 있듯이, 공유형 킥보드의 주차 공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갈등을 빚고 있는 킥보드 불법 주차 문제는 물론이고 개인형 이동 수단 관리를 위한 관련 법이 아직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불편으로 인한 민원을 넣어도 체계적인 관리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다.

중국 전국시대 초(楚) 나라에 장신(莊辛)이라는 대신이 양왕(襄王)에게 '토끼를 보고 나서 사냥개를 불러도 늦지 않고, 양이 달아난 뒤에 우리를 고쳐도 늦지 않다(見兎而顧犬 未爲晩也 亡羊而補牢 未爲遲也)'라고 말하였다. 여기에서 망양보뢰(亡羊補牢)는 말이 유래되었는데, 일을 그르친 뒤에는 뉘우쳐도 소용이 없다는 뜻으로 쓰인다. 하지만 예전에 망양보뢰라는 말은 이미 양을 잃은 뒤에 우리를 고쳐도 늦지 않는다는 뜻으로 사용됐다. 현재의 부정적인 뜻보다는 이미 일을 그르쳤더라도 그것을 깨닫고 뉘우치고 수습한다면 충분히 발전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교훈을 주는 것이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의 개인형 이동 수단은 어쩌면 망양보뢰의 상황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다. 이미 많은 사고가 일어났고, 많은 안전을 잃었지만 지금도 충분히 늦지 않았다. 킥라니라는 단순한 비호감 적 표현을 넘어서서 사회가 더 큰 골머리를 앓기 전에 안전히 개인형 이동 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며 자신의 안전은 사진이 지켜야 한다는 개인의식도 함께 높아져야 할 시점이다.

 

공동제작: 김소연, 장하명, 마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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