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준우승' 꼬리표 떼고 리그 우승

(사진=연합뉴스)

 불비 불명(不飛不鳴),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다. 큰일을 위해 때를 기다리는 모습을 말하는 사자성어이다. 울산 현대는 1983년부터 2022년 현재까지 9번의 리그 준우승을 경험했다. 그에 비해 우승 횟수는 이번 시즌을 포함해 단 3회뿐이다. 비교적 최근인 2020년 AFC 챔피언스 리그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지만, 울산의 마지막 리그 우승은 2005년으로 17년 전이다. 2022 시즌을 시작하며 홍명보 감독은 수많은 질타와 우려를 받았다. 라이벌인 전북 현대에 3년 연속으로 우승 트로피를 내주며 이 기간에 연속으로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확실한 1 옵션 공격수 없이 시작한 2022년의 울산 현대는 직전 3년과 다름없이 우승에 실패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공은 둥글다. 울산 현대는 33R 수원 FC와의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하며 상위 6개 팀과 한 경기씩을 치르는 상위 스플릿 직전 휴식기에서 2위 전북 현대를 승점 5점 차이로 밀어내며 우승 경쟁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상위 스플릿 첫 경기에서 인천 유나이티드를 만난 울산은 3:0 대승을 거두며 기분 좋은 시작을 알렸다. 하지만 내주 살인적인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10월 5일 전북 현대와의 FA 컵 4강, 10월 8일 전북 현대와의 리그 11일 또 다른 라이벌 포항 스틸러스와의 경기가 예정되어 있었다. FA 컵 4강에서 전북 현대에 패배한 울산은 낙심하지 않고 그로부터 3일 뒤 열리는 리그 경기에 집중했다.

 이어진 8일 경기에서 1:0으로 끌려가던 울산은 후반전 추가시간 3분 만에 역전 골을 기록하는 기적을 쓰며 2위 전북과의 격차를 승점 8점으로 밀어내며 남은 3경기에서 승점 단 2점만을 거두면 전북의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자력으로 우승을 확정할 수 있는 상황에 이른다. 홈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둔 울산은 포항 원정길에 오른다. 2019년 상위 스플릿 경기에서 포항은 울산의 발목을 잡으며 우승을 방해했고, 결국 그해 울산은 준우승을 기록했다. 3년 전의 복수를 위해 포항으로 원정을 떠난 울산은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해 보였다. 전반전 선제골을 기록한 울산은 1:0으로 앞서가며 전반전을 마무리했지만, 후반 80분 포항에 동점 골을 허용하며 우승 확정은 다음 경기로 미루게 되었다. 1주일 새 3경기를 치른 여파로 인한 체력 고갈이 원인으로 보였다. 5일간의 휴식 후 떠난 강원 FC 원정, 직전 포항 원정에서 승점 1점을 기록했기에, 강원 FC와 무승부만을 거두더라도 울산 현대의 자력 우승이 확정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과정은 순탄치 못했다. 울산의 공세에도 전반전 득점을 기록하지 못했으며, 오히려 후반 66분 페널티킥으로 실점하며 오히려 끌려가는 상황이 되었다. 비록 한 경기가 더 남아있는 상황이지만, 2위 전북이 전승을 거두며 치고 올라오는 상황이었기에, 안심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패색이 짙어지던 후반 75분, 지난 전북 현대와의 경기에서 기적을 쓴 공격수 마틴 아담이 또 사고를 쳤다. 우승을 확정 짓는 엄원상의 동점 골을 어시스트하더니, 쐐기를 박아버리는 역전 골을 기록하며 울산의 리그 자력 우승을 확정 지었다.

(사진=조영진 본인 촬영)

 확정 지은 울산의 마지막 경기가 열린 울산 문수축구 경기장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이번 시즌 최다 관중인 2만 3천817명의 관중이 울산의 축하하기 위해 모였다. 비록 제주 유나이티드에 2:1로 패배했지만, 울산의 우승이라는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고대하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순간, 팬들의 환호와 눈물이 섞인 문수 경기장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선수들은 우승의 공을 팬들에게 돌렸고, 팬들은 앞으로도 뜨거운 응원을 약속했다. 17년을 기다린 팬과 선수들은 경기장에서 하나가 되었다. 내년인 2023년 창단 40주년을 맞이하는 울산 현대는 한국을 넘어 아시아의 호랑이로 자리 잡겠다는 포부를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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