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빛을 잃어도 달을 사랑한 별의 이야기

 

 

칠흑 같은 어둠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만든다. 내가 가는 방향이 동쪽인지 서쪽인지, 내 앞에 장애물이 있는지 없는지 자신의 결정을 불확실하게 만들어 버린다. 그런 어둠 속에서 항상 밝게 빛나는 것이 있다. 우두커니 서 하늘을 올려다보면 눈부시게 빛나는 달이 한눈에 보인다. 이 글은 그렇게 밝게 빛나는 달과 옆에서 조그마한 빛을 내는 별에 대한 이야기이다.

 

출처: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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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이야기

또다시 짙게 물든 어둠이 다가오고 달이 휘영청 떠오르면 그 주위로 별들이 몰려들었다. 달은 존재 자체로 누구에게나 동경의 대상이었다. 별은 그런 달을 사랑했다. 누구보다 빛나고, 밝게 떠오른 달을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둥글고 각진 달이 좋았고, 달이 낸 빛에 자신의 빛이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그저 곁에 있고 싶어 했다. 달이 어떠한 모양을 가지고 있든 자신을 사라지게 할지도 모르는 달의 빛마저 사랑하는 별은 맹목적이었다. 한없이 작은 자신을 알아주길 바란 것은 아니었다. 몇 번이나 빛을 내보았지만 달에 비하면 그저 너무나 작은 빛이기에 알아채지 못한다고 해도 별 상관은 없었다. 그래서 그저 곁에만 있는 것으로 별은 더 바라는 것이 없었다. 하지만 별은 날이 갈수록 달에게 이끌렸다. 이것이 나중에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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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이야기

달은 몰랐다. 제 옆에 있는 별들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빛을 내는 건 당연히 해야 할 의무였고, 모양이 바뀌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이치였다. 자신이 가질 수밖에 없었던 당연한 것들을 사랑한 별이 있을 거라고 달이 생각이나 하겠는가? 오히려 자신을 원망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때는 자신도 이 적막한 어둠을 같이 누비고 다닐 말동무가 필요해 다가오는 별을 반갑게 맞이해주고, 직접 찾아가기도 하였다. 별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면 빛을 잃어버리고 사라져 버려서 달은 항상 외롭게 떠 있어야 했다. 그래서 마음을 줄 수도 받을 수도 없었다. 자신의 욕심 때문에 사라져버린 별들을 몇 번 거치고 나니 이제는 홀로 있는 게 익숙해질 정도이다. 이번에도 이름 모를 별이 자신의 주위를 서성이는 것을 알았다. 달 또한 지켜보는 게 다일뿐 더 다가가지도 멀어지지도 않고 그 자리에서 묵묵히 다시 빛을 내었다. 수없이 사라지는 별을 보고도 자신은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그렇게 수많은 별들이 자신의 곁에서 이름 없이 사라져 갔다. 

 

별이 욕심을 낸 대가인 걸까. 자꾸만 빛을 내는 것이 힘이 들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빛이 눈에 띄게 옅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별은 마지막 준비를 했다. 사랑했던 달 옆에서 모든 빛을 끌어모았다. 자신이 낼 수 있는 마지막 빛이었다. 별이 사라져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거라는 사실에 애달픈 눈물만 흘렀다.

 

출처: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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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똥별이었다.
끝까지 별은 몰랐다.

달이 오늘도 별이 자신의 곁에서 떠나갔다는 사실에 슬퍼했다는 것을 모른 채 밝은 빛을 내며 떨어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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