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룹>은 2022년 10월 15일부터 2022년 12월 04일까지 방영한 16부작의 tvN 퓨전 사극 드라마다. 예고편부터 김혜수의 코믹스러운 연기 때문에 화제를 불러 모았다. 이전의 배우와 사뭇 다른 분위기의 연기 분야였기 때문이다. 김혜수 외에도 연기력으로 이미 입증받은 유명한 배우들이 줄줄이 나옴으로써 시청자들의 기대를 부풀렸다.

 

ⓒtv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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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초반에는 임화령(배우 김혜수)과 후궁들이 자신의 대군들을 세자로 만들기 위해 힘쓰는 과정이 진행된다. 중전과 후궁의 적인 대비는 자신의 아들이 손자인 성남 대군에게 왕위를 빼앗기지 않고 그 권위를 유지하길 바랐기에 그들을 방해한다. 손자라면 왕위를 물려받을 수 있게 응원하는 기존 사극의 대비와 다른 모습이다. 그러나 임화령의 아들 성남 대군이 세자가 된다. 대비는 성남 대군에게 왕위를 물려주지 않도록 일으켰던 비리들을 숨기기 위해 사람들을 협박한다. 성남 대군을 위협했던 배후가 누구인지 조사하던 임화령은 그녀의 첫째 아들과 성남 대군이 같은 사람에게 위협 당했음을 눈치챈다. 그 후에는 원래 세자였던 임화령의 첫째 아들의 죽음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본격적으로 임화령과 대비의 대립 구도가 일어난다. 

 

‘슈룹’이라는 단어는 현재 ‘우산’의 옛말이다. 이 작품에서는 부모가 자식을 지켜주기 위해서 기꺼이 자신의 우산이 되어 준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중전인 임화령과 후궁이 각자의 자식을 지키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모든 싸움이 끝난 후, 홀로 서있는 임화령에게 아들인 성남 대군이 다가와 우산을 임화령 쪽으로 씌워주는 것으로 극이 마무리된다. 

 

 

그러나 이 드라마가 16편에 걸쳐서 진행한 얘기는 단순하게 부모와 자식 간의 훈훈함이 주제가 아니다. 부모가 자식의 우산이 되어 주고, 훗날 그 자식이 커서 부모의 우산이 되어 주는 드라마라고 물어본다면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 드라마의 주제는 따로 있다. 극 초반에 임화령은 혼자나 마찬가지였다. 모든 후궁이 그녀를 견제했다. 대비 역시 마찬가지였고, 오로지 왕이 그녀의 총명함을 알아채고 지지해 주었다. 당연히 나머지 세력에게는 그녀가 왕의 신뢰를 독차지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견제는 더욱더 심해졌다. 그러나 임화령은 그들의 견제를 부정적으로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들이 도움이 필요할 때는 선뜻 손을 내밀었다. 반대 세력 역시 그 과정에서 임화령과 대화하고, 그녀에게 도움을 받으면 받을수록 왜 그녀가 왕의 신뢰를 받는지 이해하게 된다. 임화령은 자신만의 이득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처지도 함께 살폈다. 극 후반에 가면 반대 세력이 그녀의 도움에 보답하듯 그녀의 편에 서게 된다. 

 

대비는 왕을 지키려고 그만의 ‘슈룹’이 되어 임화령을 협박하고, 다른 사람들을 다치게 했다. 결국 왕마저 대비의 이기심에 혀를 두르고 임화령을 따르며 대비의 슈룹이 되어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모든 사람을 최대한 지키고자 했던 화령에겐 그녀를 돕는 손길이 늘어나며 임화령만의 슈룹이 되어주었다. 이렇게 임화령과 대비의 반대되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즉 부모와 자식뿐만이 아니라 화령과 후궁들, 화령과 백성들, 왕과 화령 등 서로를 지키고자 한다면 기꺼이 서로의 슈룹(우산)이 되어줄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익스트림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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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가 전달하려는 의도와 다르게 비판을 받은 부분도 있었다. 전통 사극이 아닌 퓨전사극임에도 전통 사극처럼 연출하거나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장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드라마의 전개에 굳이 필요하지 않은 요소를 넣어서 시청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반대로 드라마 초반에 실존 인물과 관련 없다는 명시를 해두었고, 픽션인 것처럼 보이고, 이러한 점들을 온전하게 작품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앞으로 이러한 부분들에 관해서는 사극을 온전하게 사실 그대로 명시해야 할지, 혹은 픽션이라고 명시해두었으면 헷갈릴 만한 요소를 그대로 연출해도 괜찮은지에 관한 고민이 필요하다. 

 

확실한 건, <슈룹>은 단순하게 왕위 싸움을 하는 드라마가 아니다. 결국 서로를 도우며 서로를 지키는 우산이 되어주자는 것이 이 작품이 말하려는 내용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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