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린 북을 보고

우리는 흔히 인종차별에 관해 여러 번 접해왔을 것이다. 하지만 막연히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 혹은 '예전에나 심했었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이 영화는 인종차별에 관한 문제를 유쾌하면서도 씁쓸하게 담아낸 영화이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한 흑인과 백인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다. 둘은 놓인 상황에서부터 지위, 성격 모든 것이 맞지 않았다. 그런 둘이 그려내는 그림이 제법 우습고 가끔은 아슬아슬하게 느껴졌다.

ⓒ네이버 영화

평소에 인종차별에 대해 '하면 안 된다.', '인종 차별은 나쁜 것이다.' 막연하게만 생각했을 뿐 깊은 관심을 가지고 그에 대한 문제는 찾아보지도 않은 것 같다. 영화를 보며 반성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2학기 다문화와 관련된 교양 수업을 듣게 되었고 수업과 관련된 영화를 시청하다 이 영화를 알게 되었다. 영화를 보기 전 평점을 꼭 살펴보곤 하는데 이 영화는 9.5의 높은 평점을 받았다는 사실이 영화를 보기 전 나의 흥미를 끌었다.

ⓒ네이버 영화
ⓒ네이버 영화

그린 북은 백인 운전기사 토니와 흑인 천재 피아니스트 셜리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이 난무하던 1962년대를 바탕으로 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다 똑같은 사람인데 왜 피부색 하나만으로 사람을 구분 짓고 차별하는 걸까?’ 하는 의문과 씁쓸함이 들었다.

토니는 흑인에게 ‘석탄 포대들’이라고 칭하며 그들을 비하하고, 집에서 나가자 그들이 마셨던 음료수 잔을 버리기까지 한다. 백인이라는 이유로 흑인을 무시하고 깎아내리는 게 어째서 정당화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또, 그 부분을 보며 ‘흑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들을 더러운 병균 취급하는 것 같다.’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이 ‘당시의 실제 사람들의 보편적인 생각이 아니었을까?’ 하는 씁쓸함이 들었다.

셜리의 기사로 일하게 된 토니는 여행을 떠나기 전 영화의 제목인 '그린 북'을 받는다. 책에는 흑인 여행자를 위한 지침서라고 쓰여 있었다. 처음에 나는 ‘여행자는 다 똑같은 여행자인데 굳이 흑인 여행자를 위한 지침서가 필요한 이유가 무엇일까?’ 하고 의문이 들었지만 이내 여행길에 오른 두 사람을 보며 후에 깨닫게 된다. 당시 흑인 차별이 매우 심했고, 흑인들은 대부분 여행을 하지 못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인 듯하다. 여행을 하게 된다 하더라도 흑인만 사용하는 숙소가 있었고 흑인을 위한 음식점 등을 소개하는 책자였던 것이다. 백인은 흑인과 밥조차도 같이 먹기 싫어했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면 볼수록 당시의 현실과 사람을 똑같은 사람으로 보는 것이 아닌 색으로만 구분 짓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만이 들었다.

ⓒ네이버 영화
ⓒ네이버 영화

둘은 서로 정반대라는 것이 보였다. '토니는 흑인에 대한 편견을 밥 먹듯이 뱉는 사람인데 과연 괜찮을까?'하는 걱정도 들었다. 토니는 셜리를 쉽게 믿지 못하는데, ‘셜리를 의심하는구나. 흑인에 대한 차별로 가득한 사람이구나. 내가 셜리였다면 정말 상처받았을 거 같다.’하고 생각했다.

그런 토니도 셜리의 공연을 보고 깊게 감명받는다. 주변인에게 자신의 아티스트라며 뿌듯해하는 표정은 여태까지 셜리를 의심하고 차별했던 토니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우스웠다. 또 관계자가 셜리를 무시하자 이에 강력히 반발하는데 차별에 가득 찬 사람이 자신과 같은 사람을 만났을 때 화를 내며 강력히 항의하는 토니의 모습이 아이러니하면서도 우스웠다.

ⓒ네이버 영화
ⓒ네이버 영화

영화 내내 흑인을 향한 차별을 맞닥뜨리게 되는데 자신이 원해도, 돈이 있어도 실현할 수 없다는 셜리의 현실이 마음이 아팠다. 모두 똑같은 인간일 뿐인데 흑인 다운 것과 백인 다운 것이 뭘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결국은 서로를 받아들이고 연말 파티에 함께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나 실제 당시 유색인종과 인종차별이 얼마나 심했을지 얼마나 고통을 받았을지 쉽게 짐작할 수 없다. 우리는 그 참혹한 현실이 반복되지 않게 노력해야 할 것이다. 어떤 인종이든 누구도 차별받아선 안 된다. 모두 존엄한 인간으로 태어났고 색으로 구분 짓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다시 한번 그런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일상에서 가볍게 소비하는 언어들이 혐오 표현인지 자세히 알아보고 사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모두 이러한 노력이 필요하고 일상에서 소외받는 이들을 위해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저작권자 © MC (엠씨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