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야! 잘 지내고 있니? 올해 초에 입사한 회사는 잘 적응했을는지 모르겠어 나는 어느덧 대학 생활의 막바지에 다다라가고 졸업도 일 년밖에 남지 않아 마음이 뒤숭숭한 지금이야. 이럴 때면 옛날 생각이 종종 나기도 해. 사실 지금도 어린 나이라 옛날이라고 해봤자 기껏 10년 전의 일이겠지? 하지만 그 짧은 사이 많은 게 바뀌었다고 생각하고 있어. 물론 나랑 너도 바뀌었겠지. 마냥 해맑던 아이가 이제는 세상을 조금 알 것 같은 나이가 되어서일까?

며칠 전 본가를 갔는데 우리의 어린 시절을 함께 보냈던 놀이터가 공사를 한다는 팻말이 있더라. 그 놀이터는 아마 생활 시설로 바뀔 것 같아. 우리의 추억 하나가 없어지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기도 하더라. 그러면서 옛 추억이 하나씩 떠오르는 거 있지? 우리가 옛날에 함께 지내던 시절에는 다 같이 공터에 모여 얘기도 하고 집에 어른이 없을 때는 옆집에 놀러 가서 내어주던 간식을 먹으며 시간을 보냈었잖아. 놀이터에서 놀고 있으면 누구 하나 할 것도 없이 "너는 이름이 뭐야?"라면서 같이 놀고 아이스크림 가격 기억해? 예전에는 할인해서 300원이었는데 지금은 천 원이더라. 난 그때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요즘은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알지 못하겠어

© 정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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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왜 이렇게 시대상이 바뀌었을까라는 생각을 했었어. 과거 이웃은 이웃사촌이라 불리기도 했고, 함께 감정을 교류하며 자주 모이고 친구 같은 존재였잖아. 근데 지금 이웃은 주위에 사는 빌런이라 부르기도 하고 개인주의적인 사람으로 생각하더라. 요새 뉴스 보면 층간 소음 한 번에 폭행부터 해서 심하게는 살인까지 일어나고 있는 걸 알 수 있었어. 예전에는 시끄러워도 한 번은 눈감아줬던 것 같은데 사회가 왜 이렇게 야박하게 변했는지 속상하기도 해.

물론 지금 시대가 많이 바뀌었으니 달라진 게 더 자연스러울 수도 있어. 본인 살기 바쁜 상황에 주위 사람을 챙겨줄 여유가 어디 있겠어. 아파트가 많아지면서 주거 형태가 변화되었고, 잦은 이사로 굳이 내 옆집에 누가 사는지 알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더라고. 이제 원만한 이웃관계는 사람들에게 중요하지 않았어. 그렇게 갈등을 겪고 나면 소극적으로 대응해버리니 또다시 멀어지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 불신만 더 커져버리게 된 거지

© 정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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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도 이웃을 만나면 예전에는 쭈뼛거리면서도 인사를 했었는데 지금은 일부러 옆집이 나오면 마주치기 싫어서 기다리다가 나간 적도 있어 너도 그런 적 있다고 하지 않았나? 얼마 전에 SNS에 들어갔는데 '과거 분위기 느끼고 싶은 사람?'이라는 글이 올라왔더라고. 내가 위에 말한 것처럼 놀이터에서 놀고 옆집이랑 왕래하던 시절 있잖아. 근데 과거 분위기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더라? 그래서 난 이렇게 변해버린 시대에 적응을 해야 하는지 과거로 돌아가려는 노력을 해야 할지 고민돼. 항상 내가 고민을 할 때면 네가 해답을 내려줬었잖아 이번에도 나의 생각에 대한 너의 응답이 궁금해 답장 기다리고 있을게 그때까지 건강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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