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지도자께,

 더 이상 영웅이 등장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영웅은 난세에 등장한다는 말이 있죠.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우리 주변에 숨어있던 영웅들이 항상 등장했고, 그런 영웅을 보며 세상은 여전히 따뜻하구나, 살 가치가 있구나라는 걸 느꼈습니다. 난세에 등장한 영웅들의 은혜는 분명 감사할 따름입니다. 하지만 영웅이 등장하는 이유를 알고 있으신가요? 지난밤, 수많은 영웅이 이태원 압사 현장에서 수 십 명을 건져 올리고, 밤새 심폐소생술을 하고, 목이 터져라 질서를 유지시키며, 닫은 가게 문을 열고 공간을 내어주면서 생명을 구했던 사실은 알고 계시죠? 지금 대한민국 전체가 이태원 압사 참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태원 압사 참사는 과연 단순한 사고였을까요? K 지도자께 정식으로 묻고 싶습니다. 왜 막지 못했나요?

 

출처: mbc 뉴스
출처: mbc 뉴스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습니다. 수백 명의 안타까운 꽃들이 허무하게 져버린 사고였습니다. 

 막을 수 있었기 때문에 더 안타까운 이 사건은 이미 예고된 일이었습니다. 서울연구원의 <생활도로에서의 시설물 관리 개선방안>에 ‘우선적으로 대처해야 할 위험 요소, 폭 4m 이상 확보되지 못한 도로, 신속한 재난·사고 대응 어려움’이라고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또 사건 발생 4시간 전, 이미 11건이나 신고 전화가 접수되었습니다. 정식으로 묻고 싶습니다. 이미 위험 요소가 감지된 상황에서 개선할 생각은 하지 않은 채 왜 방치해 두었나요? 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인가요? ‘설마’라는 생각으로 위험 요소를 모두 무시한 것인가요? 제대로 된 시스템이 갖추어지지 않은 까닭은 무엇인가요? 그런 무책임함으로 인해 펴지도 못한 채 져버린 우리 청춘들은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나요?

 모두가 거리로 나가 이태원 압사 참사에 대해 분노하며 책임을 묻고 있습니다. 지도자 없는 국가에 사는 우리는 이번 참사의 잘못이 누구인지 알고 있습니다. 흐려지는 책임 의식을 우리의 손으로 부여잡은 채 무책임한 K 지도자들에게 진상 규명을 요구하지만 제대로 돌아오는 대답은커녕, 더 부족한 모습만 보여줄 뿐이더군요. 스스로를 부끄러워하면서 개선하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출처: 이희훈
출처: 이희훈

 막을 수 있었던 안타까운 이태원 참사와 같은 사건은 더 이상 발생해서는 안 됩니다.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고, 제대로 된 책임을 지세요.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무능력한 정부 대신 영웅이 등장해야 하나요? 영웅에게 감동받고 위로받으면서, 그들의 그림자 뒤에 숨어 시선을 피하고 안심했던 순간을 반성하시길 바랍니다. 제대로 책임을 지고 다시는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해 주세요. 평범한 일상을 제대로 살아갈 수 있게, 영웅의 그림자가 아니라 영웅의 탄생 전에, 책임질 수 있는 상황을 맞이하는 내일을 만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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