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심장 수술 때문에 외국으로 떠나는 연두를 대신해서 친구 보라가 첫사랑을 관찰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첫사랑에 대한 모든 소식을 궁금해할 연두를 위해서 마시고 간 음료수 캔까지 조사하며, 열정적으로 관찰한다. 연두의 첫사랑 현진의 친구인 풍운호를 공략하기로 하며, 이런저런 시간을 보내며 자연스레 운호를 좋아하게 된다. 그러나 연두가 좋아한 건 현진이 아닌 운호라는 사실을 알게 되며,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모든 게 꼬여간다.

ⓒ네이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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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은 1999년도로, 그 시절 학창 시절을 보낸 사람들의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삐삐를 사용한다거나 보라 가족이 운영하는 비디오 대여점 등 그때를 떠올리게 하는 요소들과 90년대 감성을 느끼게 해주는 영상 색감이 눈에 띈다. 99년에 태어났기 때문에 그 시절에 대한 추억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응답하라 시리즈'들을 좋아했던 애청자로써 비슷한 감성의 영화가 나왔다고 해서 무척 반가웠다.

아날로그와 조금의 디지털 감성이 섞인 그때만의 분위기가 가득 담겨있는 90년대의 감성은 왠지 그때만의 따뜻한 감성이 묻어있다. 대표적인 90년대 작품인 응답하라 시리즈와 비교하자면, 응답하라 1997은 현실적인 고등학교 생활과 덕질, 가족 이야기의 비중이 더 크고, 20세기 소녀에서는 그때의 로망이 담긴 몽글몽글한 로맨스, 순수한 우정 얘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드라마인 응답하라 시리즈 스타일을 더 좋아하긴 하지만, 로맨스 비중이 높은 이 영화도 나름의 매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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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이야기는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만들어지는 단골 소재다. 왜 첫사랑 소재 영화•드라마들은 사랑받는 걸까? 단어만 봐도 알 수 있다. 가장 처음의 사랑. 또 아이러니 한 건 처음 한 사랑은 서툴러서 그런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아련함을 남긴다. 많은 사람이 겪어 본 이 감정을 절절하게 그려내는 영화나 드라마들을 싫어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기억 조작'될 만큼 아련하고 아름답게 그려낸 영상들은 꼭 겪어보지 않아도 울림을 주기 때문에 꾸준히 사랑받는 것 같다.

이 영화 또한 누군가는 진부하다고 얘기할 만큼 클리셰 중에 클리셰인 첫사랑 내용을 담고 있다. 초반 내용만 봐도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 거라는 게 대충 짐작될 만큼 이전 영화들에서 많이 다룬 주제이다. 사실 첫사랑 소재의 영화는 다 거기서 거기일 수밖에 없다. 정말 특별한 첫사랑의 이야기는 재밌지 않으면, 공감을 가져올 수 없기 때문에 누구나 겪어볼 만한 뻔한 얘기로 그려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다양한 장르가 생겨나고, 심오한 의미를 담고 있어 스스로 해석하게 만드는 영화가 많아지는 요즘, 환기가 되어주는 영화였다. 계속 머릿속을 굴리며 추리를 해야 한다거나 흥행을 위해 자극적으로 만들어낸 영화들 속에서 감성을 건드리는 영화는 더욱 귀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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