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50년간 우리는 한마음으로 하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똘똘 뭉치는 일들이 참 많았다. 결정적으로 우리는 박근혜 정부를 탄핵시켜, 옳지 않은 것에 대해 격렬히 저항하고 그 구조를 무너뜨렸다. 이제는 아무리 거대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려보려고 해도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마땅히 바뀌어야 하는 일에 대해, 기꺼이 움직일 용기와 확신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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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진 국민 의식은 더 새롭고 평등한 나라를 상상하게 만들었다. 이런 상상을 한지 아직 5년밖에 흐르지 않았다. 그러나 탄핵이 얼마 지나지도 않았을 무렵, 한국은 다시 다양한 가치관으로 흔들렸다. 다양한 가치관들 사이에서 한쪽으로 편향된 힘이 강해지기 시작했고, 하나의 흙탕물 싸움으로 변질되어버렸다. 흙탕물 싸움은 단순히 흙이 오고 가는 싸움에서 끝나지 않고 지금까지도 질기도록 길게 이어지고 있다.

집단지성의 끝을 보여주는 한국의 정서는 이제 끝났다. 옳고 그름으로 판단 내릴 수 없는 가치관으로 무엇이 정답인지 싸우고,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기보다는 내가 처한 상황이 가장 안타깝고 억울한 목소리들이 커져갔다. 개인의 가치가 더 중요해진 것이다.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공론장에서 더 좋은 길로 향하기 위한 소통이 아니라, 헐뜯고 깎아내리기 위한 싸움터가 되었다.

이런 개인의 가치 갈등이 국가적인 문제로 커진 결정적인 사건은 대통령 선거였다. 선거일을 앞둔 한 달간은 그야말로 전쟁이었다. SNS를 통해 본질적인 공약보다 보다 자극적인 말들과 행보는 쉽게 퍼져나갔고 갈등은 더욱 심화됐다. 공약을 분석하며 국가를 위해 판단을 내리는 것이 아닌 내 입장에서 더 유리한 후보, 당선이 되면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억울할 후보가 판단 기준이 되었다.

ⓒ희망제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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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대통령을 선출함에 있어, 국민의 생활 보장권과 경제력보다도 개인의 가치관이 더 중요한 세대가 생겨난 것이다. 몇 십 년 전, 최소한의 임금을 받아내기 위해 싸우고, 더 나은 나라를 위해 집결하던 희생들이 무색해질 만큼 단순히 내가 속한 성별·지역·세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행할지가 더 중요하게 작용됐다. 무엇이 우선이 되어야 하는지 모르고, 상대의 가치관을 끌어내리기 위한 선택은 과연 옳다고 말할 수 있을까.

물론 특정한 후보가 월등히 뛰어나고, 당연히 대통령으로 선출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어느 누구도 모든 분야에 완벽하고 모두가 만족할 만한 대통령은 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본질을 흐리는 가치관에 휩쓸려, 몇십 년 동안 이뤄낸 것들을 다시 되돌리는 것이 맞는지 이 선거를 통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나를 위한, 나아가서 모두를 위한 국가를 만들어내는 건 지금 우리들의 선택이다. 누군가를 끌어내고 얻어내는 무언가는 절대 모두를 위한 일이 아니다. 수많은 좌절과 실패, 그리고 성장하며 이루어낸 것들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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