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구나 비밀 하나씩은 가지고 산다. 정말 사소한 거라도 비밀 없는 사람은 없다. 그게 옳든 옳지 않든. 영화는 오랜만에 만난 동창들끼리 식사를 하다가 게임을 하게 되면서 일이 시작된다. 게임은 저녁을 먹는 동안 휴대폰에 오는 모든 것들을 공유한다. 문자, 메일, 카톡 가릴 것 없이 모두 다 이들과 공유한다는 것이다. 다들 처음에는 호기롭게 게임을 시작한다. 그러나 배우자와 공유하지 않은 여러 비밀들이 휴대폰 하나로 다 밝혀지면서 이들의 관계는 무너지고 만다.

ⓒ네이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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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건 이 모든 비밀이 휴대폰 하나에서 밝혀진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전화, 문자, 카톡 하나만 공유해도 나의 사생활, 비밀 등을 단시간에 전부 알 수 있다. 영화에서 누구나 비밀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전체적인 메시지도 주지만, 지금의 우리가 얼마나 '휴대폰'에 의지하며 사는지 깨닫게 해준다. 당장 나부터도 만약 휴대폰의 모든 걸 공유해야 한다고 하면 멈칫할 것 같다. 남에게 피해줄 만한 일을 한 것도, 옳지 않은 일을 한 것도 아니지만 막상 다 공개해야 한다고 하면 껄끄러울 것 같다. 누구나 굳이 말하고 싶지 않은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이제는 손바닥만 한 휴대폰 하나만 잃어버려도 나에 대한 모든 정보를 다 파악할 수 있다니, 무서운 일이다.

문득 아이유의 노래 하나가 떠오른다. '누구나 비밀은 있다'. 가사 일부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모두 비밀은 있는 거야. 누구에게도 말하지 마. 사람들에게는 진실이란 중요하지 않아." 누구나 비밀은 있기 마련이고, 진실은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비밀로 남기는 게 더 좋은 순간도 있다. 영화에서도 영배라는 인물에게는 밝히고 싶지 않은 것이 있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을 사랑하는지에 대해서 오랜 친구들에게 이렇게 알리고 싶진 않았을 것이다. 태수의 부탁으로 어쩔 수 없이 휴대폰을 바꾸며, 태수의 일이라고 생각해 친구들이 쏘아붙이며 하는 얘기들은 상처로 남았을 것이다. 불륜처럼 밝혀져야 하는 비밀도 있지만, 밝혀지지 않아도 되는 비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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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지막에는 실제로 게임은 하지 않았다는 얘기로 마무리된다. 여태까지의 상황들은 다 '만약'이었다. 그러고는 예진이 남편인 석호에게 왜 게임을 하지 않았냐는 물음에,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우리는 상처받기 쉽고, 그런데 이 휴대폰에는 너무 많은 걸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내가 아는 것보다 낯설 수 있다. 굳이 서로에 대해서 많은 걸 알 필요는 없잖아?"라고 얘기한다. 맞는 말이다. 비밀을 알게 되었을 때 내가 생각한 사람과 다르다는 이유로 멀어지고, 우리는 또 상처받는다. 꼭 친하다는 이유로 많은 걸 알 필요가 있을까?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가장 가까운 가족이라도 서로를 위해 모르는 게 약인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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