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지 않은 자만이 진실을 볼 수 있다.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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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맹인 침술사인 경수는 뛰어난 침술 실력으로 이형익에게 인정받아 궁에 들어가게 된다. 어느 밤, 어두운 곳에서는 앞을 볼 수 있었던 경수가 소현세자의 죽음을 목격하게 되고 이형익이 범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인조에게 침술을 하던 중, 소현세자 죽음의 배후에는 인조가 있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목숨이 위태롭지만, 경수는 진실을 알리고자 증거를 모아 최대감에게 가져다준다. 하지만 최대감은 왕권을 위해 경수를 이용한 것이었다. 경수는 결국, 직접 사람들에게 진실을 호소하지만 그 누구도 경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못했다. 4년 뒤, 경수의 침을 맞은 인조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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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올빼미>는  인조실록에 기록된 한 줄의 문장으로 시작된다. 

"세자는 본국으로 돌아온 지 얼마 안 되어 병을 얻었고 병이 난 지 수일 만에 죽었는데, 시신이 온통 검은빛이었고 이목구비의 일곱 구멍에서는 모두 붉은 피를 흘리고 있어서 마치 약물에 중독되어 죽은 것 같았다."

 이 영화의 역사적 사실은 인조실록에 기록된 단 한 문장뿐이고, 이를 바탕으로 하여 상상이 가미된 픽션이다. 상상력을 펼쳐 역사를 재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실제 이런 일이 벌어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스토리가 촘촘하고 단단하게 구성되어 있었다. 경수라는 인물의 소개부터 소현세자의 죽음, 경수가 진실을 밝혀가며 벌어지는 일 그리고 반전 결말까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짜여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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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에 기반한 픽션 영화라는 것과 더불어 매우 인상 깊었던 부분은 연출이다. 경수가 어두운 곳에서는 앞을 볼 수 있다는 설정이 있기에 어두운 장면들이 영화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어두운 장면이 너무 길어지면 답답함이 느껴질 수 있는데, 이 영화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중요하고 필요한 부분만 보여주니 몰입도가 극적으로 높아졌다. 영화의 분위기와 무게를 잡아주는 데에는 조명이 정말 큰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다. 또한 촛불이 꺼지는 순간과 어두워지자 점점 앞이 보이는 경수 시점의 화면 연출은 주인공의 상황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러한 연출 기법 덕분에 경수에게 완전히 이입되어 영화에 빨려 들어가는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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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영화 <올빼미>를 보고 감명 깊었던 부분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내가 생각하는 영화 속 핵심 대사는 "때로는 눈 감고 사는 게 편할 때도 있습니다."와 "왕이 세자를 죽였습니다. 제가 다 보았습니다. 제가 다 보았습니다···"이다. 위 대사는 모두 경수의 대사이다. 두 대사를 핵심 대사로 뽑은 이유는 소현세자의 죽음을 기점으로 하여, 경수의 생각이 바뀌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해서이다. 사건 전의 경수는 어두운 곳에서 보여도 안 보이는 척을 하며, 자신이 마주한 진실을 마음속에 묻어두고 살아가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사건 후의 경수는 자신을 살려준 소현세자에게 은혜를 갚기 위해 진실을 묻어두지 않고 세상에 밝히려 노력하는 인물이 된다. 눈 감고 사는 게 편했던 경수가 소현세자의 죽음에는 눈을 감지 않고 눈을 똑바로 뜨고 있었던 것이다. 소현세자의 죽음에도 눈을 감고 모른 척했다면, 계속 궁에 남아 아픈 남동생을 걱정 없이 보살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경수에겐 양심과 은혜가 있었으며, 그것들을 외면하지 않은 채 눈을 뜨고 있었던 것이다. 경수가 눈을 뜨기까지 얼마나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지 감히 헤아릴 수 없다. 그리고 맹인인 경수가 자신의 상황과 대비되는 "제가 보았습니다."라는 대사를 계속해서 내뱉을 때는 소름이 돋았으며, 아직도 머릿속에서 떠나가지 않고 있다.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의 대부분은 '소현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장면'을 명장면으로 뽑고 있지만, 나는 '왕 앞에서 무릎 꿇고 진실을 호소하는 장면'이 이 영화의 명장면이라고 생각한다.

 2022년 하반기 영화에 큰 아쉬움을 느끼고 있던 시점에 <올빼미>를 만나게 되어 나에게 더 의미 깊은 영화가 된 것 같다. 개인적으로 2022년 개봉작 중 최고의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스토리, 연출, 연기 세 박자가 완벽했던 이 영화를 많은 사람들이 관람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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