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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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웅 본색'에 등장하는 주윤발의 모습은 80년대 영화의 대표적 아이콘으로 꼽힌다. 검은 선글라스를 쓴 채 바바리코트를 휘날리는, 양손에는 쌍권총을 쥐고 입에는 성냥개비를 물며 서있는 그의 모습은 현대까지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죽음까지 함께 나누는 의리, 피 끓는 형제애, 피범벅의 극단적인 폭력과 의리와 우정이라는 순수한 영혼을 지닌 사나이들의 이야기. 이것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홍콩 누아르'의 이미지이다.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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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서 소개할 '영웅 본색'은 홍콩 누아르의 대표라고 불리는 작품이다. 스토리 라인 또한 그에 걸맞게 계속해서 '의리'를 내세운다. 주인공인 아호는 범죄에 몸담고 있지만 동생을 위해 그만두기로 결정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은 옥살이를 하게 되며, 친구인 소마는 아호를 배신했던 조직원들을 처참히 응징하고 자신은 절름발이가 되는 신세에 처한다. 형 때문에 아버지가 죽었다고 오해한 동생은 아호를 용서하지 못하는 면모를 보여주지만, 소마의 희생으로 형제애를 다시 끔 깨닫는다. 마지막에는 함께 진정한 '악'을 물리치고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내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영웅 본색'에서는 남자들이 그려나가는 의리와 우정을 다룬다. 이와 같은 전개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며, 결정적으로 '홍콩 누아르'라고 했을 때 '영웅 본색'이라는 이미지를 먼저 떠오르게끔 인식하게 하였다.

 하지만 이 영화에는 숨겨진 시대 상황이 있다는 것을 아는가? 대부분은 무차별적인 총격전과 화려한 액션에 매료되어 영화 속에 내포된 사실에 대해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당시 홍콩 사람들의 불안감이 어우러져 탄생한 것이 홍콩 누아르인 것을 모른 채 말이다.

 중국은 제1차 아편전쟁 이후에 1852년 홍콩을 영국에 영구 할양함으로써 홍콩은 결국 영국의 직할 식민지가 되었지만,  1984년에 들어서는 홍콩을 비롯한 식민지 전 지역이 대뜸 중국에 반환되기로 합의가 된 것이다. '홍콩'이라는 도시가 한순간에 대영제국에서 중화인민공화국으로 넘어가게 되어버린 당시 홍콩인들의 불안감과 그들이 느꼈던 두려움은 '정통 무협, 액션. 갱스터'와 같은 과격한 수단으로 나타났다. 온갖 총격과 폭력이 난무하는 극단적인 상황에 기대어 자신들의 불안한 상황을 떨치고자 했던 그들의 마음을 '영웅 본색'과 같은 홍콩 누아르 식 영화에서 잘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어째서 '홍콩 누아르'라는 영화와 그 시대상이 맞물릴 수 있게 된 것일까? 영화의 끝부분에서 아호가 스스로 동생의 수갑을 찬 채 "네가 가는 길이 옳다."라고 아걸에게 말한다. 여기서 영웅 본색의 영문 제목을 알 필요가 있다. 바로 'A better Tomorrow'이다. 감독은 아호와 아걸의 대화를 통해 홍콩의 '더 나은 내일'에 대해 말하고자 한 것이다. 사회의 어두운 이면이었던 '뒷골목'을 통해 묻어두고자 했던 것이 바로 미래에 대한 공포 아니었을까. 이는 홍콩이 당대 겪었던 시대 상황이 아니었다면 '홍콩 누아르'라는 장르는 결코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영화를 단편적으로 즐기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영화가 품고 있는 내포적인 의미, 시대 상황을 함께 어울러서 감상한다면 세계를 이해하는데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영웅 본색'을 감상하며 우리가 당시 홍콩이 겪었던 불안과 같은 감정을 공유할 수 있었던 것처럼, 색다른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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